따뜻함이 오래 머무는 자리

by 모아키키 정세복


저는 커피를 좋아합니다.

매일 아침 습관처럼 원두를 갈고 물을 내립니다.

유난히 마음이 차가운 날에는 유리잔보다 도자기 컵을 먼저 찾습니다.

투명한 유리잔의 경쾌함도 좋지만, 두 손으로 감싸 쥐었을 때 전해지는 묵직한 온기는 마음을 금세 평온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그 온기가 좋아 저는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도자기 작업에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먼저 보여드리고 싶은 것은 연백색의 초벌 도자기 위에 저의 드로잉을 새기는 과정입니다.

초벌을 마친 도자기는 마치 수분을 머금기 직전의 마른땅과 같습니다.

그 거칠고 정직한 표면 위에 붓을 올립니다.

한 번 스며든 먹과 같은 검은 물감은 되돌릴 수 없기에, 그 찰나의 기운(勢)을 담아 단숨에 길(匐)을 내어야 합니다.




사실 저에게 커피를 마시는 도자기 컵은 하나의 '경계'와도 같습니다.

컵은 그저 음료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필터를 세상에 덧씌우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내가 빚고 그린 컵이 내 곁에 있을 때, 그것은 나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내 것처럼 보이지만 온전히 내 것이 아닌, 그 묘한 경계에서 드로잉은 비로소 살아납니다.



머그컵의 둥근 곡면을 따라 흐르는 선들은 당신의 손바닥 굴곡과 맞닿습니다.


기계로 찍어낸 매끈한 패턴은 아니지만, 직접 그어 내려간 이 선들이 당신이 컵을 쥐었을 때 가장 편안한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컵 속의 온기가 당신의 손을 타고 마음으로 흘러 들어갈 때, 저의 드로잉도 당신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꿈꿉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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