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온도로 채우는 식탁

by 모아키키 정세복


직접 만든 도자기에 음식을 담아 먹는 일은 묘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시장에서 사 온 평범한 반찬도, 정성껏 내린 커피 한 잔도 내가 만든 그릇 위에서는 이전과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만약 그 그릇을 빚는 과정부터 참여했다면 그 기분은 더욱 특별해집니다.


그것은 단순히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간'과 '감각'을 대면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직접 만든 그릇을 쓰다 보면 나의 취향이 점점 확고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내가 어떤 무게감을 좋아하는지, 손가락이 닿는 부분의 질감은 어떠해야 편안한지, 그리고 입술에 닿는 전의 두께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비로소 알게 됩니다.


남들이 말하는 유행이나 기준이 아닌, 오직 나의 몸과 마음이 반응하는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 세복(勢匐)의 의미를 다시금 새깁니다.


나만의 확실한 기운(勢)을 가지고, 나에게 맞는 길(匐)을 묵묵히 걸어가는 태도는 결국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기성품이 주는 편리함 대신 조금은 수고스럽더라도 내 손때가 묻은 그릇을 선택하는 마음.

그것은 나 자신의 삶을 소홀히 대하지 않겠다는 다짐과도 같습니다.



내가 만든 컵에 담긴 커피가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안에 나의 필터가, 나의 생각이 덧씌워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둘이면서 하나 같고, 내 것인 듯하면서도 온전히 내 것만은 아닌 그 경계에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갑니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의 감각으로 채워진 식탁 위에서 일상은 비로소 단단해집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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