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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알라 Feb 27. 2016

프랑크프루트 1박 출장_2

The Gorgeous Kitchen

히드로 공항 터미널 2 Check-In

15분 만에 히드로 공항 터미널 2 (The Queen's Terminal)에 도착했다. 유럽에서 제일 큰 공항인 만큼 터미널도 5개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터미널 확인을 잘하고 움직여야 한다. 참고로 터미널 4와 5는 터미널 1, 2, 3에서 환승해야 한다. 나는 보딩패스를 확인한 후 점심 한 끼 때울 곳을 찾아다녔다. 영국 펍도 있고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있고 런던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Yo Sushi도 있었지만 나는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The Gorgeous Kitchen을 택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큰 유리창으로 내리쬐는 햇살에 혹했다고나 할까? 항상 칙칙한 런던 날씨 탓에 햇빛이 오래도록 그리웠다. 입구에서 금발머리의 여자가 안내를 도와줬고 나는 창가에 앉고 싶다고 얘기했다. 햇살은 강했고 나는 평온했다.

The Gorgeous Kitchen

창가 자리에 앉아서 입구를 바라본 모습

창가 자리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공항 내 레스토랑들과는 달리 깔끔했다. 인테리어도 모던해서 마음에 들었다. 가구들은 아이보리와 민트 색깔로 배합이 잘 돼 있었고 공간이 넓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웨이터들도 깔끔한 유니폼을 입었고 손님들이 적어서인지 비교적 여유로워 보였다. 한 웨이터가 메뉴를 가져다주고 내 비행시간은 언제냐고 물어봐주었다. 빠른 시간 내에 식사를 마쳐야 하는 손님들이 많다 보니까 웨이터들이 음식을 주문받기 전에 항상 물어보는 거 같다. 메뉴를 펼쳐보니 Express Menu가 있었다. 두 코스의 음식들이 25분 내로 나온다는 게 특징이었다. 한국에서는 가능한 일이지만, 느긋한 영국인들에게는 꽤 놀라운 시간이다.

한 예로 들자면, 크리스마스 회식 때의 일이다. 우리는 런던에 위치한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회식을 했고 전 직원이 모두 세 코스 메뉴를 시켰다. 세 코스 음식이 나와봤자 얼마나 늦나 했더니. 이게 무슨 시츄. 네 시간에 걸쳐 나왔다.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며 옆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걸 좋아하는 영국인들을 배려해준 셈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시간적 여유가 많았기에 Express Menu는 과감히 넘겨버렸다.

더 고져스 키친

넓은 유리창과 따뜻한 조명 덕에 환하고 평온해 보이는 실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음료 준비해주는 웨이터

강렬한 햇살을 받고 싶었던 나는 창가 자리를 고집했다. 그리고 일분이 지났을까. 내 미간은 찌푸려져 있지만 행복했다. 나는 햇살이 오래도록 그리웠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던 실내와는 달리 바깥 풍경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 콘크리트 바닥과 딱 떨어지는 표지판들은 서늘한 느낌을 주었고 안전을 위해 설치된 철창들은 답답해 보였다. 그리하여 나는 밖을 보기보다는 웨이터가 내오는 음식들과 손님들을 주로 쳐다 본거 같다.

Lemongrass chicken with sticky coconut rice

메뉴를 쭉 훑어보니 '아, 이거다!' 싶은 요리가 있었다. 그건 바로 Lemongrass chicken with sticky coconut rice. 밥을 애정 하는 나는 코코넛 라이스가 심히 눈에 띄었다. 솔직히 닭은 아웃 오브 안중이었고, 고기 곁들이로 좋은 간장 소스 샐러드도 내 선택에 한몫했다. 나는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주문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내 요리가 나왔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닭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비주얼은 너무 맛깔스러워 보였다. 살코기는 부드러웠고 내 입안에선 레몬 그라스 향이 계속 맴돌았다. 게다가 샐러드도 환상적이었다. 내가 알던 간장 소스와는 달리 시큼한 맛이 났고 얇게 썬 오이는 바삭한 식감을 살려주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오이가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