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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알라 Mar 06. 2016

프랑크푸르트 1박 출장_3

독일에서의 첫 끼니


대략 1시간 30분 동안의 짧은 비행을 마치고 나지막한 목소리의 파일럿이 안내 방송을 했다. 

독일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herzlich willkommen 




독일에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 빨리 공항 밖으로 빠져나가고 싶었다. 전자 여권 덕에 입국 심사는 가뿐히 넘기고 나는 출입구를 찾아 나섰다. 때마침 핸드폰 진동이 울렸고 +49로 시작된 낯선 번호가 떴다. 아 맞다, 친구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사실 작년 여름 세비야에서 알게 된 독일 법인 동료들이다.) 전화를 받고 나는 그들이 있는 Gate B 쪽으로 향했다. 우리는 서로 서있는 지점을 설명하기 바빴다. 서로 엇갈렸던 것이다. 그것도 다른 층에서. 부랴부랴 1층으로 내려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분명 작년 7월에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마치 엊그제 본 친구들처럼 낯설지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5분 동안 서 있는 체로 서로를 칭찬하기 바빴다. "금발로 염색한 거 예쁘네~ 언제 했어?"부터 시작해 "얼굴이 더 좋아진 것 같아"로 마무리된 우리들의 짧은 인사말들. 


프랑크푸르트에서 주어진 시간은 고작 24시간이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7시 반. 우리는 서둘러 차를 타고 숙소 근처 식당에 도착했다. 도시 분위기는 한산했다. 시티 센터에서 10분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인적도 드물고 몇 개 안 보이는 가게들마저 문을 닫았다. 사실 가게 수보다 자동차 딜러 매장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동료들이 손으로 가리킨 곳은 칙칙한 외관의 한 독일 현지 식당이었다. 슈퍼마켓처럼 보이는 딱 떨어지는 간판 때문이었는지 나는 큰 기대 없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Frankfurter Kuche 식당 간판



안으로 들어서니 밝은 조명들과 아늑한 인테리어로 가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테이블마다 꽃병이 올려져 있었고 여기저기서 공수해온듯한 세라믹과 소품들이 창가 선반에 올려져 있는 걸로 봐서 섬세한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아늑한 인테리어와 입구 모습



앞 테이블들은 모두 예약된 상태였다. 평일에도 사람들이 많은 걸로 봐서 분명 동네 맛집일 것이라 추측했다. 단골손님들처럼 보이는 손님들도 몇몇 보였다. 




독일 맥주 탭



동네 맛집이었는지 편한 복장의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고 고작 세 명인 우리는 빈 테이블이 없어 모르는 사람들과 합석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내 동료는 합석해도 되냐며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고 이미 앉아있던 손님들은 자기 옆자리에 놓인 소지품들을 치워주면서 흔쾌히 앉으라고 손짓했다. 우리는 테이블에 앉고 나서야 서로의 안부를 제대로 물을 수 있었다. 


나는 평소에도 그토록 궁금했던 독일 법인에 대해서 묻기 시작하였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독일 법인은 우리 회사의 유럽 법인이다. 나는 우리 영국 법인과의 차이점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근무 환경과 분위기는 어떻고 동료들은 어떤지 하나씩 묻기 시작했다. 근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꽤 높아 보였다. 근무시간은 9시부터 7시까지. 물론 야근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사무실 분위기가 꽤 조용하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매일 경쾌한 음악을 틀어놓는 우리 사무실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독일 법인의 유일한 영국 동료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고 영국식 유머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사실 영국에서 10년 차 거주하고 있는 나로서도 영국식 유머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아직까지도 힘들다. 나는 내가 동양인이라서 서양인들과의 깰 수 없는 벽 때문에 영국인들의 유머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왔었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날에서야 깨달았다. 




퇴근 후 맥주 한잔하는 독일 사람들



독일 맥주가 맛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맥주보다 소주를 선호하는 나였지만, 그 날 만큼은 라거 한 잔을 시키고 싶었다.




목이 말랐는지 계속 들어갔던, 이름 모를 맥주



맥주 거품은 풍성했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탄산기가 적어서 좋았지만 대체적으로 밍밍한 맛이었다. 가격도 참 착한 맥주, 2.5유로. 




Kim (왼쪽) Hanna (오른쪽) 



작년 세비야에서 처음 알게 된 독일 법인 동료들이다. 왼쪽은 PA (Personal Assistant)이고 오른쪽은 카피라이터이다. 타 회사에서도 참여한 서머스쿨을 같이 참여했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같은 회사 소속이란 이유로 소속감을 느꼈기 때문인지 왠지 모를 끈끈함으로 일주일이란 짧은 시간 안에 우리는 꽤 가까워졌었다. 서머스쿨 이후 우리는 또 뭉치자는 얘기를 끊임없이 해왔지만 그럴만한 기회는 오지 않았고, 우연히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다시 재회하게 되어 너무 감사했다. 






영문 메뉴가 없어서 나는 친구들에게 메뉴 추천을 받았다. 그들은 피그 뮐러 슈니첼 (Figlmüller-Schnitzel)을 추천해 주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돈가스이다. 원래 슈니첼은 돼지고기가 아니라 송아지 고기를 쓴다고 들었다. 사실 돈가스와 무엇이 다르냐 싶기도 한데, 돈가스 소스 대신 레몬즙과 소스에 절인 양파를 곁들어서 먹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메뉴에는 샐러드도 포함되었다. 친구가 얘기하기를 샐러드 양이 굉장히 많고 재료도 싱싱하다고 해서 나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소스가 인상적이었던 하우스 샐러드



샐러드가 사이드로 나올 줄 알았는데 아예 스타터로 나와버렸다. 소스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새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게 허니 머스터드와 비슷했지만 묘하게 달랐다. 샐러드는 상추, 오이, 피망, 빨간 양파, 당근, 오렌지와 아기 배추로 구성되었다. 




처음으로 먹어본 슈니첼. 감탄 밖에 안나왔었다.



드디어 슈니첼이 나왔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슈니첼의 크기는 굉장했고 양파를 사랑하는 나는 양파 양을 보고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항상 돈가스에 소스를 찍어 먹던 나는 고기가 질기고 싱거울까 봐 걱정했지만 슈니첼은 달랐다. 고기는 굉장히 부드러웠고 소스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간이 딱 맞았다. 특히 사이드로 나온 감자도 예술이었다. 참고로 슈니첼의 가격은 16.5 유로. 나는 만족도가 높았던 독일 첫 끼니를 때우고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마친 후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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