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처음 먹어본 채소 이름을 외우는 방법
세상에 참 다양한 음식들이 있지.
대학 와서 처음 먹어본 루꼴라 피자의 맛이 생각나.
갓 구운 뜨거운 피자 위에 신선한 잎채소가 그냥 올라가 있었어.
열무 같이 씁쓰름하면서 고소하니 견과류 맛이 나던 풀떼기를 그 이후로는 찾아서 먹게 되었지.
아빠와의 지중해 한 달 배낭여행에서 매일 우리의 일과는 숙소에 들어가기 전, 장을 한가득 봐서 요리를 해 먹고 잠자는 게 일상이었어.
이탈리아 남부 포지타노에서도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봤지.
오랜만에 계속 먹던 샐러드채소에서 좀 변형을 주고 싶었어. 루꼴라가 보이길래 집어 들었지.
아빠는 루꼴라를 처음 본다고 하더라고. 아직 시골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허브였던 거야.
루꼴라에 토마토, 파프리카, 절인 올리브를 올리고, 올리브유, 레몬즙을 휘리릭 두른 루꼴라 샐러드.
처음으로 마트에서 산 와인까지. 근사한 저녁이 완성되었어.
아빠와 나는 둘 다 간이 안 좋아. 술 마시면 그다음 날 굉장히 피곤할 걸 알고 사서 마시진 않았어. 이탈리아는 와인이 정말 싸서 2-3000원이면 맛있는 레드와인을 한 병을 살 수 있어. 오늘은 포지타노의 멋진 바다를 본 기념으로 처음으로 와인파티를 해보았지.
이 간단한 루꼴라 샐러드를 한 입 먹고는 아빠가 눈이 동그랗게 되어 외치는 말.
"이거 맛있는데? 이름이 뭐라고?"라고 물어봤어.
"루꼴라!"
내가 대답했지.
"누코라?"
엉뚱하게 아빠가 받아쳤어.
"아니 루. 꼴! 라!"
내가 다시 한번 정확하게 얘기했어.
"아하아~ 루꼴라! 너 꼴 나니? 루꼴라~~?"
아빠는 무한 반복하며 "너 꼴 나니? 루꼴라?"를 중얼거렸어.
와인까지 한 잔 마셔서 거의 춤을 추면서 흥얼거렸고, 나는 그걸 보며 배가 아플 정도로 깔깔 웃어댔지.
그러고는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누워서 하는 말.
"루꼴라? 너 꼴 나니! 아 참, 유리야, 여행 끝나면 집으로 루꼴라 씨앗 좀 보내줘라. 텃밭에 심어서 먹게."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존재에 대한 환대야.
해외여행에서 항상 어려운 것이 뭐라고 생각해?
그 도시의 이름을 외우고, 음식 이름을 메뉴판에서 읽어보고, 그 나라 말로 된 관광지에 가보고, 내 이름을 남에게 소개하는 일이라고 봐.
일단 우리가 이것을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면, 그때부터 비로소 우선순위와 가치에 대해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어쩌면 아빠는 루꼴라라는 이름을 외우지 않고, 그냥 '맛있었던 풀떼기' 혹은 '이태리 풀'이라고 불렀을 수도 있었을 거야. 그렇지만 그 정확한 이름. 사람들이 그 풀을 부르는 이름을 외우려고 저렇게 재미난 호, "루꼴라? 너 꼴 나니?"를 붙여서 계속 반복했어.
이런 배움에 대한 열린 마음. 아빠와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최대 장점이라고 봐. 호기심이라고 하는 이 마음. 새로운 것을 맞이할 때 얼마나 그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 참 많은 것을 쉽게도 또 흥미롭게도 만드는 것 같아. 이번 여행을 통해 아빠는 몇 개의 단어를 새로 받아들였을까? 나는 앞으로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이름을 새로 가슴에 새기게 될지.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에서 발췌
#배낭여행 #아빠와딸여행 #지중해한달 #3060여행 #루꼴라샐러드 #루꼴라샌드위치 #포카치아샌드위치� #호기심 #배움 #이름을불러주는것 #이것은이름들의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