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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Aug 13.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9/100

수영이 제일 쉬웠어요

해변이 예쁜 그런 곳에서 살고 싶은 꿈이 있다. 매일 바닷물에 몸을 적실 수 있도록. 산보다는 물이 많은 바다를 나는 참 좋아한다.


유치원 시절 수영 공개수업 날 통통 벨트를 매고 멋지게 라인을 질주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수영장 벽을 잡고 무섭다며 대성통곡을 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다짐했다고 한다. 수영을 가르치겠다고. 덕분에 수영하지 못했던 때를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수영은 나에게 탑재된 기능처럼 숨 쉬는것처럼 자유로웠다.


아직도 나는 마지막 수영 선생님을 기억한다. 무척이나 나이 많은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수영강습을 하던 20대의 대학생이었다. 나에겐 많은 수영 선생님 중 한 명이었지만, 그에게 나는 첫 제자였다. 그 여름 그에게 수영강습을 받는 학생은 나 혼자였다. 아마 이제 막 강습을 시작하는 어린 선생님에게 애들을 맡기는 게 좀 불안했을 수도 있다. 덕분에 나는 그룹 수영 비용으로 개인 레슨을 받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열정적인 선생님이었고, 나는 꽤 수영을 잘하는 학생이었다. 수영 인생 7년을 통틀어 그렇게 무섭게 몰아붙이던 선생님은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수영 가는 걸 좋아하던 나였는데 언젠가부터 수영이 너무 가기 싫어질 정도로 선생님은 혹독했다. 수업을 마친 어느 날 선생님은 다음 수업 때 두꺼운 고무줄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수업부터 접영을 배우는 나의 두 발을 고무줄로 묶고 수업을 진행했다. 지금 생각하면 용인대 수영 학과 입시생 같은 여름방학 수업을 마치고 나는 드디어 접영까지 마스터할 수 있었다. 마지막 수업 날 선생님은 다른 애들은 3개월에 걸쳐 배워야 할 양을 한 달 만에 배웠다며 칭찬해줬다. 아마도 그 혹독한 수업을 마치고 나서 나는 수영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붙었었다. 다리에 고무줄 묶고 수영한 사람이라고.


한 해 여름은 바다로 가족여행을 갔다. 그때 자주 가족여행을 갔던 아빠 지인의 가족과 함께 갔었는데 그 집에는 나보다 한두 살 어린 남자아이 두 명이 있었다. 바다에 일단 가면 나는 12시간은 너끈히 놀았다. 밀물 썰물의 차이가 컸던 그 바다에서 우리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한참을 놀다 다시 해변으로 돌아가려다 보니 어느 순간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수영하지 못하는 아빠 지인의 아들 둘은 어푸어푸 난리가 났고, 나는 재빠르게 수영해서 튜브 한 개를 그들에게 가져다줬다. 그제야 어른들은 사태 파악을 했으며 내가 아니었다면 큰일 났을 거라는 말을 했으니, 나의 수영 부심은 이유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사람을 살렸다고.


지금도 어디를 가서나 말한다. 난 수영을 잘한다고. 물론 엄청난 속도와 정확한 자세로 수영을 한다는 말은 아니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어디든 물이 있는 곳에서 잘 놀 수 있다는 말이다. 물속에 들어가서 부력을 온몸으로 느끼는 그 순간이 나는 참 좋다. 물속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고요하게 있는 것은 나이 들면서 더 좋아졌다.


얼마 전 오랜만에 동네 수영장에 갔다. 강습도 하고 개인 수영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독 나이 많은 할머니들이 많았는데, 수영장까지는 엉금엉금 걸어가시던 분이 물속에선 물개처럼 수영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다행이다, 앞으로 50년은 더 수영할 수 있겠다.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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