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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Aug 22.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18/100

 멋있는 녀석들

D :

경영학과를 졸업한 D는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일을 했었다. 카피라이터. 단어만 알았지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는데 D를 통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결국, 광고주님의 취향을 맞추는 일이라는 D는 아이디어 미팅으로 밤새는 일도 잦았다. 낮과 밤이 바뀌고 주말도 없는 몇 년의 생활로 아주 힘들고 지쳐 보이는 모습도 종종 봤다. 몇 년 뒤 D는 고액의 연봉을 버리고 학교로 다시 돌아갔다. 커뮤니케이션 학과라니, 딱 과 이름만 들어도 박봉의 힘든 길임이 분명한 그 길로 다시 돌아갔다. 한국의 예술문화 관련 일을 하고 싶다나? 예술 작가들의 인권과 그들의 정당한 보수 제도에 힘쓰고 싶다나? 언젠가 술을 먹으면서 물어본 적이 있다, 돈이 1도 되지 않는 그런 일에 왜 너의 미래를 걸고 싶으냐고. D는 어쨌든 자신으로 인해서 작은 변화라도 생긴다면 돈 따위는 별로 상관없다고 하였다. 얼마 전 졸업을 했고, 아마 또 돈 안 되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학부 졸업보다 어쩌면 더 고민하고 더 고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더 길어진 D의 가방끈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졸업을 축하한다!


C :

수학과 불문 이중 전공. 그리고 홀연히 미술을 하겠다며 해외 유학을 갔던 C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1년 전쯤? 수학과 불어와 미술을 대체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20대에 만난 C는 나에게 맨땅에 헤딩이란 어떤것인지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던 C는 20대의 방황이란 아무렴 이래야지의 좋은 표본 같은 사람이다. 미술 유학은 안타깝게 완성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C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다했을것이다. 그림은 다시 쳐다 보지도 않겠다며 한국으로 돌아온 C는 IT 회사에 입사를 해서 따박따박 받는 월급 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젊은 청년이란 단어는 유난히 C와 잘 어울린다. 회사는 개똥이지만, 그래도 사람들과 스타트업도 준비하며 잠시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렴 이것이 젊은 청년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A :

공학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한 A는 진득하게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기로 돌연 해외 이민을 갔다. 사실 퇴사는 입사 때부터 고려해왔던 사항이라고 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월급 뽕을 이제는 절대 포기할 수 없겠다고 생각할 때쯤 A는 퇴사에 성공했다. 동시에 탈조선도 성공했다며 주변의 많은 축하를 받았다. 지난 몇 개월 코로나로 초토화된 취업 시장에 외국인으로 그리고 이민자로 취업 준비를 하더니 결국 취업에 성공했다.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지만, 일단 일해보고 싶은 나라에서 직업을 구했다는 것이 (그것도 이 시국에) 대단하다. 이민 생활이란 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어렵고 고된데,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의 공격에도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이룬 A는 아마도 몇 년 뒤엔 어디서 어떻게 일을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다는 A는 사실 그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제의 온라인 술자리. 직접 만나 안고 손잡고 할 수 없지만, 지금 있는 그곳 그 상황에서 가장 행복하고 멋있게 살고 있을 그들을 격하게 응원한다.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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