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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Aug 23.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19/100

나만을 위한 플레이 리스트 'Shuffle In the Shuttle'

새벽 5시 반에 기상을 해서 회사에 출근을 하는 건 영 적응이 되질 않았다. 아침잠이 없는 편인데도 정말 죽도록 눈뜨기 싫은 날이 많았다. 5시 반은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아직 침대에서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추운 겨울에는 아직도 가로등이 꺼지지 않은 깜깜한 도로에 서 있는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5년을 한결같이 함께해온 출근길의 셔틀버스는 언젠가부터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회사 출근 셔틀버스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누가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항상 같은 자리에 같은 사람들이 앉는다. 내 옆의 사람도 항상 같다. 이름도 모르는 옆자리 사람의 휴가 날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옆자리가 비어서 출근하는 날이면, 휴가를 쓴 그 사람을 부러워했다.


버스가 출발하면 기사 아저씨는 내부 조명을 소등하고 라디오도 켜지 않는다. 40분 남짓의 시간 동안 수면제를 풀어놓은 듯 버스 안의 사람들은 금방 잠에 빠져든다. 나도 이어폰을 귀에 꼽고 바로 눈을 감는다. 최대한 잠을 방해하지 않는 음악을 골라 들으려고 하는데, 아무 노래나 막 듣는 나는 항상 노래로 방해받아 잠을 깨곤 했다. 리스트의 다음 곡으로 노래를 넘기고 다시 잠드는 그 시간조차 아까운 출근길 수면 길인데 말이다.


적당히 시끄럽고 적당히 조용한 음악 리스트가 필요했다. 만약 버스 안에서 다른 사람이 코를 곤다면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노래들. 하지만 절대 귀에 거슬려서 잠을 깨우면 안되는 노래들. 곡 수가 많을 필요는 없었다. 고작 40분 정도 걸리는 출근길이었으니까.


제이는 그런 나에게 플레이 리스트를 선물했다. 멜론 내에 있는 개인플레이 리스트에 셔플 인 더 셔틀이라는 리스트를 만들어줬다. 위의 말도 안 되는 나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노래들로 채워둔 플레이 리스트는 퇴사 때까지 나의 회사 출근길을 함께했다. 시즌별로 새로 만들어진 리스트는 5개에서 멈췄다. 그 뒤로는 내가 출근을 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오랜만에 셔플 인 더 셔틀의 노래들을 들으니 추운 겨울날의 출근길이 생각났다. 추워도 너무 추웠던 겨울 새벽. 믿기 어려울 만큼 피곤한 눈을 뜨고 깜깜한 하늘을 보며 출근했던 그 순간에 그래도 웃을 수 있었던 건 그때 들었던 이 노래들 때문이었다. 



  Shuffle in the Shuttle 2017 FW 중 


     Misty Morning - Lawrence   

     Without you - Sunske G & The Peas   

     London - 윤한   

     In Heaven - Gregory Perter   

     Polka Dots and Moonbeams - Bud Powell   

     오늘은 왠지 - 프라이머리   

     Winter Breeze - MoonChild   

     왠지 모르게 - 와인 (Wyne)   

     Egg - 우혜미   

     Too Good At Goodbyes - Sam Smith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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