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이나모 Aug 24.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20/100

유기견 강이의 이야기

7개월 전, 3명의 형제와 같이 태어난 나는 길 강아지였다.

사실 그때는 이름도 없었다. 그냥 길가의 하얀 강아지 무리 중 한 마리에 불과하였다. 양로원 공터에서 자주 놀았다. 꼬질꼬질한 모습이었지만 뭐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건가 보다 했다. 어쩌다 먹을 것을 발견하면 주워 먹고, 그렇게 길을 헤매며 살아갔다. 그러다 나는 사람에게 잡혀 왔다.


강이는 3마리의 형제들과 같이 구조되었다. 양로원 공터에 자주 출몰하는지라 그곳에서 기다렸다가 구조에 성공했다. 사람 손을 아예 타보지 않은 강이는 사람 손이 닿으면 똥오줌을 지리며 숨기 바빴다. 이런 강아지는 입양을 보낼 수도 없기에 임보(임시 보호)자에게 보내지게 된다.


강이는 집에 오자마자 켄넬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너무 더러웠기에 샤워를 해야 했다. 손으로 잡을 때마다 똥오줌을 지리는 덕에 샤워는 하나 마나 한 상황이 되었다. 다행히 먹을 것을 주면 잘 먹었다. 귀도 깨끗하고 치아도 문제가 없이 잘 컸다. 길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해보면 관리하나 없이 이렇게 건강한것은 정말 큰 복이다.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방 한 칸을 통으로 내어주고 그 방 안에서 지내게 한지 이제 3주쯤. 이제 저녁에 사람들이 잘 때면 나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방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을 보니 조금씩 상황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잘 모르겠다. 꼭 강이 같은 강아지가 사람에게 잡혀 와서 집안에서 살아야 하는 것인지. 모든 강아지는 집에서 키워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건강한 강이를 보면 그동안 행복하게 형제들과 길에서 살았을 일이었다. 사람의 손이 닿으면 무서워서 똥오줌을 지리는 강이를 보며, 꼭 이렇게까지 해서 강아지의 삶 전체를 바꿔야 할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람도 똥오줌 지릴 정도의 공포를 꼭 극복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피하면 되는걸.


이 집에서 몇 주가 지나자 강이는 이제 더는 도망가지는 않는다. 물론 먼저 다가오지도 않지만,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리나케 켄넬로 들어가던 강이는 멀뚱히 앉아 먹을 것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 짠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작은 생명체가 극한의 두려움을 극복해 가는구나. 언젠간 정말 강 이와 산책하러 갈 수 있겠다.


동물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사랑을 주면 그 사랑을 준 대상에게 고대로 돌려준다. 넘치는 사랑을 퍼주어도 사실은 부담스러웠다며 뒤통수를 치는 일도 없다. 아마도 그렇기에 사람들은 동물과 함께하는 반려 생활을 꿈꾼다고 생각한다. 배신당할 일이 없는 무한한 사랑의 존재. 하지만 그러면서 동물들에게 또 다른 고통과 공포를 안겨주는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꼭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 그들의 최고의 삶은 아닐 수도 있으니.


곧 강이가 똥오줌을 가리고 산책하러 가자며 내 다리에 방방 뛰게 된다면 이런 생각들은 잊겠지만, 지금 저 방 안에 있는 작은 강이의 눈을 볼 때마다 생각이 많아진다.

강이야, 네가 정말 수고가 많다. 미안하고 고마워.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19/10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