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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나모 Sep 05. 2020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29/100

책 추천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때였다. 100명 넘는 신입사원을 대 강당에 모아놓고 하는 인사팀의 교육이 거의 매일같이 있던 때였다. 강의의 내용은 그때마다 달랐지만, 대부분 비슷했다. 이 회사에 들어왔으면 일을 잘하렴. 강의하는 사람들 중엔 신입인 내가 봐도 좀 별로인 사람이 있었다. 간혹 자신의 직급을 회사 외 사회에서도 강조하는듯한 그런 사람들. 그분도 딱 그랬다. 글로벌이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이런저런 신입사원에게 질문하며 대답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냈던 아저씨.


그 질문이 나에게도 떨어졌다. 그런 대규모 모임에선 튀지 않는 것이 제일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나이기에 눈도 안 마주치고 있었는데 그게 화근이었을 수도. 글로벌이란 무엇인 거 같냐는 질문에 이미 나온 수십 개의 대답을 빼고 나니 할 말이 없었다.


‘글로벌이란 단어 자체가 없어지는 게 그게 글로벌 아닐까요?’


참으로 부끄럽지만 할 말이 없어서 + 모든 대답에 냉소를 날리던 그 아저씨의 행동도 별로 맘에 안 들어서 +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약간의 반항을 적절히 섞어 한 저 대답을 그 아저씬 참으로 좋아했다. 덕분에 대강당에서 박수도 받아본 부끄러운 나의 과거.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차별에 '매일매일 작은 승리로’ 대응하는 작가의 모습에 차별에 대한 나의 대답이 그때의 대답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별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차별을 없애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살고 싶은 이야기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평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꼬박꼬박 세금 내며 일하면서 국가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  누군가에겐 숨 쉬듯 당연한 이야기가 작가의 글로 전달되니 특별해졌다. 여자와 함께 살고 싶은 여자의 이야기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충분히 ‘대세감'있는 이슈임이 분명하다.


차별은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60년 전엔 흑인과 백인이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못 하던 때였다. 60년이 지난 지금 Black Lives Matter를 외치는 우리는 그때보다 많이 달라졌을까? 심각한 내용을 담았지만, 작가의 유머와 귀여움으로 동성혼의 문제를 잘 풀어낸 이 책은 재미있다. 동성연애자의 반항과 고뇌 눈물과 좌절을 기대했다면 이 책은 그것과 아주 다르다.  하지만 읽는 내내 작가가 경험했을 큰 실패와 작은 승리는 마음 한쪽을 찌르르하게 했다.


몇 개의 사진으로 만난 작가는 생각보다 어리고 생각보다 귀엽고 그보다 더 강해 보였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내가 원했던 사랑스러운 소녀와 내가 원하는 멋있는 여자의 모습을 적절히 섞는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현시대에 차별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그리고 또 앞으로도 느껴야 할 작가가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귀여움 그대로 그렇게 그의 사랑을 잘 지켜갔으면 좋겠다.



매일 쓰기를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100일 동안 매일 그냥 시시콜콜한 아무 이야기나 써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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