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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뜰리에 Aug 12. 2019

기억의 단편들_ 비트라 캠퍼스 건축투어 (2)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행기.

#알바로 시자 Álvaro Siza의 비트라 프로덕션 홀 (Vitra Production Hall, 1994)


"He is a very gentleman."

가이드가 알바로 시자를 묘사한 말이다.


알바로 시자의 프로덕션 홀의 아치 구조물은 상하로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이는 비/눈이 오는 날 구조물을 내려서 임시로 지붕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또한, 이 아치구조물은 앞에서 보이는 자하하디드의 Fire Station을 바라보는 뷰를 막지 않도록 높게 만들었다. 다른 건축물도 배려하는 그의 섬세함. 정말 젠틀맨이다.


#SANAA(세지마 가즈요+ 니시자와 류에)의 팩토리 빌딩 (Factory building, 2012)


원형 건물, 커튼을 쳐놓은 듯한 외피. 같은 패턴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공 당시, 건물을 딱 반으로 잘라, 반 토막씩 공사를 진행하여 공사 중에도 제품 생산이 가능하게 하였다.

아쉽게도 이 공간은 내부 촬영이 허락되지 않았다.


자연광에 투과된 외피가 만든 물결이 아름답다.


#안도 다다오 Tadao Ando의 콘퍼런스 파빌리온(Conference Pavilion. 1993)

안도 다다오의 해외 첫 작품이기도 한 이 건물은 만리 밖에서도 안도 다다오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의 건축적 특징 중 하나인 노출 콘크리트가 주 재료로 사용되었고, 길게 늘어선 콘크리트 벽은 이 공간을 들어설 때 생각을 정리하며 걸어갈 수 있는 건축적 산책로이다. 실제로 낮은 담장을 따라 입구로 들어가면 고요하고 성스러운 느낌이 든다.


안도 다다오는 처음 이 건물을 계획했을 때 건물 앞의 도로를 폐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앞에 펼쳐진 자연 풍광을 그대로 담고 싶은 마음에.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대하는 태도와 고집이 느껴지는 에피소드이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그의 모습을 옅 볼 수 있었는데, 기존의 벚꽃 나무들을 최대한 가리지 않도록 벽과 담장을 나무보다 낮게 설계하였고, 밑으로 내려가는 지하공간을 택하였다.

 


건축물 배치 또한 최대한 나무들은 해치지 않는 선으로 배치되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벚꽃나무 세 그루를 베었는데, 이를 기억하기 위해 콘크리트 벽면에 나뭇잎을 새겨 놓았다.


콘크리트 벽면에 간직한 벚꽃나무 세 그루


약 2시간의 건축 투어를 끝마치고 헤르조그 뒤 뫼론의 비트라 하우스로 향했다.

향하기 전 카페인 충전을 위해 비트라 하우스 앞 카페 Vitra house cafe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Can I get a latte, please?


Vitra House Cafe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사진이다. 그날의 여유와 행복이 그대로 묻어나기 때문에.


우리가 보고 온 건축물들이 저 멀리 보이고, 곳곳에 형형색색의 비트라 의자들이 놓여있다. 아, 평화롭다..

카페인으로 에너지를 수혈한 후, 그 힘으로 비트라 하우스로 향한다. 두근두근. 다시 발걸음에 설렘이 묻어난다.


#헤르조그 & 드 뫼롱 Herzog & de Meuron 비트라 하우스 (VitraHaus, 2009)


비트라 하우스는 비트라 가구 전시장이다. 전면 유리창을 가진 12개의 집들이 불규칙하여 쌓아 올려져 있는 5층짜리 건물. 이 곳에서 디자인 가구 및 소품도 쇼핑이 가능하다. 맨 꼭대기 층에서부터 내려오면 돌아보는 독특한 동선이다.


거대한 프레임에 채워지는 압도적인 풍경이 층을 내려올 때마다 발걸음을 잡는다. 겹겹이 쌓여있는 층들은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져 나가 층마다 다양한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층마다 다양한 콘셉트로 가구와 소품을 전시해 놓았다. 이케아의 하이-하이 퀄리티 버전.


마음에 드는 의자를 발견하였다. 가격은? 비행기 왕복 티켓 값을 훌쩍 넘는다. 빠르게 마음을 접는다.


언젠가 이런 사무실에서 일할 날을 꿈꾸며 한장.


여행의 필수 코스, 1층 기념품 샵.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다.


이른 아침부터 만보 이상을 걸어 이미 다리는 내 다리가 아니오, 피로가 몰려오지만 즐거움이 더 크다.

즐거움이 피곤함을 이긴다. 일정상 스위스 건축 박물관 방문을 위해 발걸음을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비트라 슬라이드 타워 Vitra Slide Tower (카스텐 횔러 Carsten Höller 2014)에 올라 캠퍼스를 전경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아본다.



건축가의 작품들을 담은 거대한 캔버스 같다. 

슬라이드를 타고 빙글빙글 내려오며 이 공간을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 본다.





비트라 캠퍼스 건축투어 편 못다한 수다.


1. 생애 처음으로 에비앙을 사 먹었다. 별다른 차이를 모르겠다.


2. 비트라 슬라이드 타워의 슬라이드는 생각보다 더 높고, 더 빠르고, 더 무섭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종종 들려온다.


3. 기념품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자. 여행을 다녀온 지 어언 10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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