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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뜰리에 Aug 14. 2019

기억의 단편들_ 독일건축박물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행기.

유럽 여행의 시작.



“독일? 왜 하필 독일이야?”

 

유럽여행의 첫 스타트를 프랑크프루트 Frankfurt로 한다고 했을 때, 독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절친이 처음 건 낸 말이다. 누군가에는 다소 심심할 수 있는 도시인 프랑크푸르트. 이곳에 가는 목적은 하나. 바로 독일 건축박물관 방문을 위해서다.


생각해보면 여행하면서 자아내는 감탄과 선망의 대상은 건축과 관련된 부분들이 많다. 예를 들면 스페인은 건축가 가우디가 그 도시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우디 건축물을 빼놓고 그 도시와 나라를 논할 수 없다. 이탈리아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은 해 질 녘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자리 잡기 힘들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처럼 건축은 여행의 이유가 되어 주며, 때로는 그 나라의 문화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다채로운 건축물과 공간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는 환경. 유럽 여행을 하면서 이들의 문화를 향해 뱉어낸 감탄 뒤에는, 늘 부러움이 찾아왔다. 부러움.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바라는 마음이다. 이는 유럽여행 동안 우리가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이며, 우리를 학습시키고 한 뼘 자라게 해 준 감정이자,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궁금했다.

다른 나라는 어떤 식으로 건축의 가치를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상하는지를.

집을 '집(home)'아닌 '부(富)'의 가치로 배워온 우리에게 '공간'이란 개념이 어떻게 자리하는지 생각해보면, 우리네 현실 속에서 건축을 생각하는 일이 좀 서글픈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따금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작년 초 돈의문 박물관 마을 내 도시건축센터를 개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으며 여전히 건축은 일반 시민들에게 다소 어렵고 딱딱한 문화이다.


그래서 가보기로 한다. 우리의 발길이 닿는 각 도시들의 건축박물관, 또는 건축과 관련된 어떤 상징적인 곳에.

건축이 어떻게 '문화'로 작동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졌다.








독일건축박물관 DAM(Deutsches Architekturmuseum)


독일건축박물관 DAM(Deutsches Architekturmuseum)은 프랑크푸르트의 박물관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박물관 거리. 말 그대로 다양한 박물관들이 즐비해 있다. 이 중 백색의 건축가라고 불리는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Museum Angewandte Kunst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건물은 글의 후반부에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독일 건축박물관(이하 DAM) 독일 건축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건축가 중 한 명인 오스왈드 마티아스 웅거스 Oswald Mathias Ungers가 설계한 건물이다. 19세기에 지어진 4층 규모의 빌라를 외벽만 남기고 박물관 성격에 맞게 전면 개조하였다. 그는 기존 건축물이 지니고 있는 장소적 가치를 보존하고자 집속의 집 개념으로 디자인하였다.

추후 2001년, 건축가 잉고 슈리더(Ingo Scharder)가 개보수하게 되었고, 이때 설치된 1층 카페는 방문객들이 외부에 앉아 프랑크푸르트의 스카인 라인을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따스한 햇살이 먼저 반겨주는 곳


건축박물관으로 향하는 길. 길가가 한적하다. 마인강 물결 위로 비치는 따스한 햇살, 강가를 따라 이어지는 길과 나무들, 여름의 끝자락에 핀 꽃들, 제각기 향기로 아름다움을 뽐낸다.

매일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서울의 삶에서 느끼지 못했던 여유로움이다. 이 낯선 여유로움이 우리가 독일의 땅을 밟고 있음을 실나게 한다.


도착한 시간은 12시. 로비를 둘러본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다소 폐쇄적인 느낌은 내부로 들어서며 점점 사라진다. 내부를 감싸는 회랑을 통해 들어오는 빛. 안쪽의 중정을 통해 들어오는 빛. 그렇게 내부에서 밝고 개방적인 공간이 완성된다.




1층에는 책을 판매하는 작은 공간과 카페가 있다. 오렌지 주스와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 맛이 꽤 훌륭하다. 커피맛 때문에 이 공간에 다시 오고 싶어질만큼.

잠시 로비에 앉아 책들을 살펴보았다. 다양한 건축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깔끔한 레이아웃이 눈길을 끈다(직업병 때문 일 것이다..)



독일에서 만난 뜻밖의 커피맛집. 저 커피 층을 봐주세요!!

 

1층의 전시를 둘러보기로 한다. 당시 1층에서 진행한 전시는 RIDE A BIKE! Reclaim the city. 자전거를 콘셉트로 계획한 다양하고 지속 가능한 건축물, 조경, 도시 계획 프로젝트들을 보여준다. 코펜하겐, 뉴욕, 오슬로 등을 기반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함이 주목적이라고 한다.


RIDE A BIKE! Reclaim the city 전시



창과 중정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타공판을 투과하는데, 간접조명을 주로 사용하는 건축 전시들과는 색다른 느낌이다. 자연의 빛이 들어오는 모습이 전시의 주제와도 잘 맞는다.


중정으로 들어오는 빛이 전시 공간을 환하게 만든다. 친환경을 다룬 전시 테마와 어울리는 분위기.



3층은 상설 전시로, FROM PRIMITIVE HUT TO SKYSCAPER, 원두막에서 현대 고층 건물까지. 독일 건축의 역사뿐만 아니라 원시 주거부터 시대별로 주목할 만한 건축을 담는다.




한 층 더 올라가 보자. 4층은 기획 전시공간. 전시명은 The exhibition MÄRKLIN MODERNISM – From Architecture to Assembly Kit and Back Again.




MÄRKLIN은 150년 전에 설립된 철도 모형을 만드는 장난감 회사이다. 회사에서 제작한 모형들을 시대별로 전시해 놓았다. 탐나는 모형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디테일한 연출들



'집속의 집'은 솔리드 한 매스로 처리되어 내부 중정과는 다른 폐쇄된 형태이다. 중정과 대립되면서 공간의 존재감을 더 뿜어낸다.


집속의 집
집속의 집 속 내부 공간



3층 전시장 안에서 바라보는 프랑크푸르트의 스카이라인. 프레임 속에 독일. 이 또한 하나의 작품이 된다.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내려왔다. 1층에서 독일 건축박물관 큐레이터인 요크 Yorck와 인사를 나누었다. 잠시 스몰토크를 한다. 건축박물관을 답사하기 위해 왔다는 말에 그는 2016, 2017년에 독일 건축박물관에서 다룬 전시와 행사들을 담은 작품집과 함께 에코백을 건네준다. 멀리서 관심 갖고 찾아와 준 고마움 마음에서 란다. 아니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사진에서 매고 있는 에코백은 지금도 애정 하는, 오늘도 매고 온 내 데일리 아이템 중 하나. 여름 내내 들고 다녀 점점 바래져 가고 있어 속상하다.




Museum Angewandte Kunst, Richard Meier


미술관  공원. 사람들이 분수대 주위에 모여 발을 담그고 있다. 일상의 여유가 느껴진다.




8월. 아직 푸른 나무들이 울창하다. 이 백색의 건축물과 조화를 이룬다. 흰색의 캔버스에 나무를 그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겨울과 가을에는 또 다른 느낌을 주겠지. 

그렇게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다. 건축가가 백색을 쓰는 이유 중 하나.


그리드, 사각형의 입면과 평면 그리고 곡선의 조화,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 스타일이 담겨있다.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여행자는 늘 시간에 쫓긴다. 도시 이동을 해야 했기에 시간이 넉넉지 않아 내부를 둘러보지 못했다. 건물만 잠시 눈에 담고 발걸음을 옮긴다.





독일 건축박물관 편 못다 한 수다.


1. 독일 건축박물관은 물리적인 아카이브의 역할을 수행하는 건물이 따로 존재한다.

2. 중정과 천창에서 떨어지는 햇볕으로 인해 전시장 내부는 생각보다 덥다.

3. 전시장 내부에서 만난 깨알 같은 디테일.

3. 전시장 한편에 감사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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