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포드 '모든 것'의 박물관
뉴욕 맨하탄 집에서 출발해 장장 10,000km에 달하는 거리를 달린 로드트립의 마지막 코스는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에 있는 '헨리 포드 박물관'입니다.
갈 때는 애들이 자동차를 좋아하니 자동차 박물관을 한 번 가볍게 둘러보고 나오자는 거였는데, 박물관이 어찌나 큰지 쓱 둘러보는데만 한나절이 걸려서 결국 하룻밤 더 자고 집에 도착해 버렸네요.
헨리 포드 박물관은 자동차만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종류의 '타는 것'이 전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타는 것이 아닌 것'도 엄청나게 많죠. 모든 것의 박물관이라고 할만합니다.
일단 들어가면 오른쪽, 왼쪽, 가운데 어느 곳을 먼저 볼지 골라야 합니다. 어느 쪽으로 가든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리죠.
가장 처음 둘러본 곳은 옛날 증기기관차가 있는 곳이었는데요, 지하철이나 KTX에 익숙해진 탓인지 가까이서 본 기관차의 크기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거대했습니다.
이걸 설계하고 만든 사람은 정말로 석탄의 힘으로 이 거대한 쇳덩이가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고 만든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최초의 자동차도 있습니다. 지금 보면 '이게 최선이었나' 싶은 디자인인데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미국 역대 대통령의 전용차도 소개 돼 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퍼레이드 할 당시 차도 있는데 기념품 점에서 금속 재질로 만든 다이캐스트 모형을 팔고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고 크기도 너무 커서 안 샀는데 아쉬운 마음이 계속 있네요.
기관차와 자동차만 아니라 비행기, 레이싱카, 푸드트럭까지 탈 수 있는 거라면 다 있습니다.
전시관을 절반쯤 둘러봤을 때 한편에서 미니어처로 기찻길과 마을까지 꾸며놓은 걸 봤는데, 이때 깨달았습니다. 헨리 포드는 사실은 차가 아니라 기차 덕후가 아니었을까...
탈것 구역이 끝나면 이제부터는 진짜로 아무거나 막 나옵니다. 근현대 박물관으로 바뀌어서 그냥 뭐 다 때려 넣은 것 같습니다.
일단 갑분총기가 나오고요. 콜트, 스미스 앤 웨슨 같이 잘 알려진 브랜드가 비교하기 좋게 전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왠지 오래된 잡지와 코믹스가 나오면서,
CD플레이어, 플레이스테이션 1, 소니 워크맨, 오 저기 모탈컴뱃 게임 소프트도 있네요. 저건 박물관에서는 못 봤는데 지금 포스팅하면서 발견했습니다.
게임보이와 아타리까지 보고 나면 자동차 박물관이 아니라 그냥 현대사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MCU 한창 잘 나갈 때라 마블 슈퍼히어로도 숟가락 얹었네요. 코믹스 버전으로다가...
헨리 포드 박물관을 오전에 금방 훑고 바로 집으로 갈 계획이었습니다만, 쓱쓱 둘러보는데도 하루가 꼬박 다 지나가버렸습니다. 많이 못 가고 저희 로드트립의 첫날 숙소였던 햄튼 인 라마에 다시 묵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여행 16일 차 되는 날,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네요. 살짝 아웃렛 들러서 쇼핑 조금만 하고요. 여행의 마무리는 쇼핑이어야 한다나 뭐라나...
집에 도착해서 오도미터를 보니 5903.3마일입니다. 소수점 0.3마일까지 떼먹지 않고 환산하니 정확하게 9500km네요. 정말 먼 거리 돌아왔습니다.
금토일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토까지 16일을 썼군요. 4일 가고, 2일 놀고, 4일 오면 열흘 만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역시 계획은 계획일 뿐이죠.
지도를 보고 루트를 정리하며 돌아볼 때마다 저기 저 '보너빌 호'에서 조금만 왼쪽으로 쭉 당겨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다녀왔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만, 그 조금 사이에 우리나라가 몇 개나 들어간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리 아쉬워할 일이 아닌 듯도 합니다.
이제 여름휴가는 끝났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야지요. 뉴욕에서 애 키우는 이야기를 쓰는 브런치북인데 여행기로 2권을 거의 다 잡아먹었네요. 그런데 사실 끝이 아닙니다.
저 뉴욕의 오른쪽 위에 우리나라 함경북도같이 생긴 저 위쪽으로도 다녀왔거든요. 아무래도 10,000 대장정인데 9,500에서 끝나버렸으니까요. 여행기는 다음화에 진짜로 끝나겠네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