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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옆에서 보는 곳 : 아카디아 국립공원

그리고 세계 최고의 랍스터

장장 15일에 걸친 미국 서부여행 로드트립이 끝났습니다. 금요일에 출발해서 2주를 꽉꽉 채우고 토요일에야 집에 돌아왔네요. 선사시대 공룡 유적도 보고 야생동물도 만나고, 아이들이 내내 한국에 있었다면 체험해보지 못할 경험을 선물해 줘서 아빠로서 뿌듯합니다. 장거리 여행을 견뎌준 아이들에게도 고맙고요.


뉴욕에서 출발해 가장 먼 곳은 와이오밍주 옐로우스톤 북쪽의 맘모스 핫 스프링, 그리고 남쪽으로는 유타주의 보네빌 소금사막이었네요. 총 주행 거리는 9500km. 대장정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1만 km에서 딱 500km 빠지는 거리가 조금 아쉽지 뭡니까? 그래서 여름휴가 바로 다음 주말에 뉴욕보다 더 동쪽에 있는 미국의 동부  끝단 메인주에 다녀왔습니다. 누적 10,000km 돌파네요!

아카디아 국립공원은 메인주에서도 동쪽 끝단 바닷가에 접해있는 산입니다. 규모가 큰 곳이 아니라 올라갈 때까지는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위에서 보니 웬걸 경치가 말도 못 합니다. 차로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중간에 호수인지 바다인지를 지나서 정상에 오르면...
뭉게구름의 바닥이 마치 유리판 위에 올려둔 것처럼 판판하네요

대단한 절경이지만 풍경 사진은 이거 한 장으로 대충 끝내고 메인주에 간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맛집을 소개하도록 하죠. 사실 오늘 글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아카디아 국립공원 구역으로 넘어가는 다리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랍스터 찜요리집인데요.

건물은 볼품없습니다. 그냥 작은 단층 나무집이라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획 지나가버리기 쉬워요.

랍스터 찜기 x6

하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요리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랍스터 샌드위치나 클램차우더 같은 음식도 있지만 이 집의 주 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통찜입니다. 랍스터 한 마리를 통째로 찐 거죠.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광화문에 있는 모 호텔 지하 뷔페에서는 랍스터 요리가 나오는데요, 차갑게 나옵니다. 대게나 킹크랩처럼요. 단언컨대 랍스터는 따뜻하게 쪄먹는 음식입니다. 


이렇게 통에서 원하는 사이즈를 고른 다음,

인식표가 붙은 망태기에 넣어서 아까 위에서 보여드린 풀가동 중인 찜기에 들어갔다 나오면,

어메이징 합니다. 사이즈 보이시나요? 

찍어 먹으라고 버터를 주는데 필요 없습니다. 그냥 먹는 게 가장 맛있어요. 샌드위치, 디핑소스, 크래커, 조개 수프 다 필요 없습니다.

지금까지 킹크랩, 대게, 홍게는 잘 먹어도 랍스터는 잘 안 먹었거든요. 수산물로 유명한 보스턴에 놀러 갔을 때 랍스터 샌드위치에 너무 실망하기도 했고 말이죠. 그런데 역시 본고장에서 기교를 부리지 않은 본연의 맛을 접하니 안목이 새로 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맛있는 것 먹고 절경을 감상하고 스타벅스에서 머그잔 하나 사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아 랍스터 인형도 하나 샀네요. 두 개 샀네요.

한국에 돌아가면 10,000km나 운전할 일이 없을 거라 아쉬운 마음에 떠난 날림 기획 추가 여행이었습니다만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좋은 추억만 남겨준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정말로 정말로 이 브런치북의 최초 기획에 어울리는 짠내 나는 뉴욕 육아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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