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투구게! 너네 멸종된 거 아니었니?

미안하다. 삼엽충인줄 알았다.

뉴욕에서 북동쪽을 향해 차로 1시간 정도 가면 작은 공원이 나옵니다. 존 보커치 공원이라는 곳인데요.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명소도 아닙니다. 진짜 그냥 동네 공원이에요. 특별한 게 있다면 바닷가에 접해있다는 점 정도입니다.

존 보커치 공원 해변 전체의 약 70% 전경


지도에 나온 주차장이랑 크기를 비교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주 작은 해변 비슷한 게 있는 동네 공원이에요.

존 보커치 공원 (구글맵)

그런데 이 별 볼 일 없는 동네 공원에 뉴욕 사는 2년 동안 몇 번이나 방문을 했는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바로 여기서 쉽게 볼 수 있는 이 녀석 때문이지요.

투. 구. 게.

이 공원은 사실 여기 오려고 했던 건 아니고요.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죠. 집에서 1시간 떨어진 지역의 동네 공원을 알 리가 없잖아요.


구글 지도를 보고 근처에 있는 다른 해변이 참 깨끗해 보여서 왔는데 어찌나 부촌인지 멤버십이 없는 일반인은 출입을 통제하더라고요. 거참 억울해서 어쩝니까? 애들은 바닷가 간다고 신나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 근처에 가까운 바닷가를 검색해서 온 게 여기였어요.

'매우 많은 투구게'의 예시

처음에 짐 잔뜩 싸들고 주차장에서 모래사장을 향해 걷는데 꼬맹이들이 잔뜩 쭈그리고 앉아서 뭘 보고 있잖아요. 애들이 집중해서 보고 있는 건 엄청 시시하거나 엄청 대단한 거거든요. 그래서 가봤더니 글쎄.

바닥이 다 비치는 깨끗한 바닷물 안에 애들 등짝만 한 껍데기가 어림잡아 수십 마리는 돌아다니는 겁니다. 처음 보고 머리에 버퍼링이 걸려서 '이거 삼엽충인가? 멸종된 거 아닌가?' 한참 버벅거렸네요.

얘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인적이 드물어서 그런 것도 같아요. 물에서 헤엄치는 걸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물에 들어가면 어느새 사방에서 다가와서 정강이를 살살 긁으면서 탐색하고 있더라고요.

안쪽은 이런 모습입니다

이때가 5월이었는데 그 해 여름은 여기서 났어요. 거의 주말마다 와서 어느 날은 바비큐 해 먹으면서 투구게 구경하고 어느 날은 조개 캐면서 투구게 구경하고 어느 날은 너구리가 쓰레기통 뒤지는 거 보면서 투구게 구경하고 말이죠.

종류는 모르지만 대왕 조개가 많아요

뉴욕에 놀러 오는 지인이 있으면 무조건 추천 1순위 명소가 됐습니다. 물론 뉴욕 시내 관광하기도 바쁜데 1시간 떨어진 동네 공원까지 게를 보러 오시는 분은 좀처럼 안 계셨지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