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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최고까지는 솔직히 아니고 맛있는 오래된 케이크집

1994 아님 1894

똑똑똑~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뉴욕에 갔는데 1. 단 디저트가 먹고 싶고 2. 20가 아래쪽에 마침 볼일이 있거나 동선이 지나고 3. 대기를 좀 해도 좋다면 들러볼 만한 디저트 가게 하나 알려드립니다.  


전제가 좀 덕지덕지 붙었습니다만 맛있는 집은 확실합니다. 근데 뉴욕 기준으로 맛있는 집이에요. 우리나라 기준으로 하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가 빵은 맛없지만 단 케이크류는 진짜 잘 만들거든요.


맨하탄 1번가 (거의 동쪽 끝이죠?) 11가 (비교적 남쪽입니다) VENIERO'S 제과점입니다. 무려 1894년부터 1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제과점이에요.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위치가 좋지는 않습니다. 중심가에서 30블록이나 내려와 있고 핫플인 소호나 차이나타운이랑도 떨어져 있으니 말이에요. 그래서 동선에 없으면 굳이 찾아가라고 하기는 좀 애매합니다. 

맨하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옆간판

뉴욕에 가서 베이글과 피자, 햄버거... 그러니까 달지 않은 빵류만 줄곧 먹으니까 단 케이크가 너무 먹고 싶은 거예요. 저희 아파트단지 상가에 파리바게뜨가 있었는데, 네 그 파리바게뜨요, 케이크가 영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지인에게 추천받아 간 곳에 베니에로였어요. 뉴욕에서는 케이크를 파는 제과점은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야 파바랑 뚜레가 전국망으로 촘촘하게 박혀있지만요.

예쁜 디저트를 판다고 해서 갔는데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매장이 너무 어두워요. 우리나라 백화점 식품관 디저트 코너처럼 밝고 화사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더라고요. 미니 케이크나 에끌레어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마침 딱 있고 타르트 종류도  많고요. 무엇보다 동물성 생크림을 써서 비주얼보다 맛이 정말 좋았습니다. 

홀케이크도 파는데 가격이 너무 좋죠. 7인치가 3만 5천 원 정도니까 감사하며 먹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단 케이크를 다루는 베이커리는 주로 일본식인데 그런 곳은 훨씬 비싸거든요.


대신 비주얼은 포기해야 합니다. 쌍팔년도 버터크림케이크 같은 투박한 디자인이에요. 딸기 생크림케이크라서 정말 정직하게 생크림 바르고 딸기 얹은 거죠.

들어가면 번호표를 뽑아야 합니다. 사진 오른쪽에 번호표 기계인데 잘렸네요. 왜 사진을 이렇게 찍었나 모르겠습니다만 엄지손가락만 한 티켓이 나옵니다. 그걸 들고 케이크를 고르고 있으면 매대 건너편에서 번호를 불러요. 점원에게 고른 걸 불러주면 반대쪽에서 꺼내서 담아줍니다. 

그렇게 해서 골라본 스트로베리쇼트케이크와 에끌레어와 뭔지 모르겠는 썸띵입니다. 


맛이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이게 추억 보정이 좀 세게 들어가야 말이죠. 당시에는 정말 맛있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딸기 생크림케이크를 도무지 파는 곳이 없어서 계속 못 먹고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찬양할 정도까지는 아니고 딱 앞에 말씀드린 3가지 조건이 맞는다면 추천드릴만하겠네요.

뉴욕 관련한 콘텐츠가 그야말로 차고 넘쳐서 최고의 맛집이나 숨겨진 로컬 맛집을 소개해줘도 부족할 판에 저따위 너저분한 조건이 붙은 제과점이라니 웃기지도 않습니다만, 이 브런치북 소개에 나와 있듯이, 그렇습니다. 좋은 곳은 저도 못 가봤단 말이에요. 그냥 하루하루 살았던 기록에서 나올 건 이 정도인 겁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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