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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주차난

스트리트 파킹

뉴욕의 교통, 오늘은 주차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미국은 차가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 단, 뉴욕은 예외' 많이 들어보셨죠? 저는 저 뒷부분을 못 들어서 뉴욕에 살면서 커다란 차를 사버렸네요. 뉴욕이라고 하지만 사실 뉴욕시 중에서 맨하탄을 제외하면 주차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퀸즈나 브루클린만 가도 주차 공간이 제법 있거든요. 맨하탄이 문제인데요, 네 제가 살던 맨하탄이요.


일단 이것부터 확실히 하고 가겠습니다. '주차할 자리가 정말 없냐?'라고 묻는다면 아뇨 주차장이 많습니다. 오히려 서울보다 더 많아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주변을 볼까요? 거의 골목마다 있는 수준이네요. 다른 데는 더 많습니다.

지도에 안 나온 주차장도 많습니다

그럼 왜 주차할 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 걸까요? 주차장은 있습니다. 없는 건 바로 자비심이죠. 무슨 말인지 함께 가보시죠.


자 맨하탄 거리를 주행하다가 차 댈 곳을 찾아봅시다. 오호 오른쪽에 주차장이 떡하니 보이는군요.

(출처 : 구글)

그래서 차를 댈까 하고 보면, 요금표가 있군요!

보이시나요? 무자비한 숫자들 (출처 : 구글)

한 시간 주차에 33.78달러네요. 오늘 환율로 4만 6천 원이 조금 넘네요.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저기 맨 밑에 줄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죠? 'TAX EXTRA'. 세금은 별도인 겁니다. 세금 18%를 포함하면 1시간 주차료 5만 5천 원입니다. 자, 이래도 자리가 있습니까? 아니죠 저건 자리가 없는 겁니다.


그럼 어떡하란 말이냐.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스트리트 파킹'입니다. 원칙적으로 뉴욕의 모든 도로변에는 차를 세워도 됩니다. 주차 정차 다 됩니다. 단, '주정차 지시 표지판'이 있는 곳은 안 됩니다. 거기는 지시에 맞게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맨하탄 모든 골목에, 아무리 좁고 작은 골목에도 주정차 지시 표지판이 있습니다. 가로등보다 많을 걸요?

주차 지시 표지판입니다

마침 지난 글에서 구입한 제 차 바로 옆에 표지판이 있군요. 읽어보겠습니다. 먼저 위에 빨간 표지판은 '이 기둥 왼쪽으로는 언제든 정차 금지'입니다. 강도에 따라 STOP STAND PARK 세 가지로 나뉘는데요, 스탑 금지는 멈추면 안 된다는 겁니다. 보통은 잘 안 보이는데 소방서 앞에 가면 있습니다. 잠시 서는 것도 금지. 스탠딩은 정차입니다. 파킹은 주차죠. 정차 금지니까 주차는 당연히 금지입니다.


그 아래 하얀 표지판은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11시 반 ~ 오후 1시 청소'입니다. 주차를 해도 된다는 말은 따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아무 데나 세워도 되는 거니까요. 즉, 세우지 말라는 말이 없으니까 세워도 되긴 하는데, 다만 정해진 시간에 청소를 한다는 거죠. 청소차가 골목을 쓸면서 지나가는데요, 그때 차를 안 비켜주면 딱지를 끊습니다. 이 딱지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만 그건 다음 시간에.


다른 표지판을 볼까요?

(출처 : 구글)

잘 안 보입니다만 일단 노 스탠딩이 있네요. 평일 오전 7시~10시, 오후 2시~7시에 정차 금지입니다. 다른 시간에는 뭘 해도 되는 거고요. 처음에는 저 시간에 하지 말라는 건지 저 시간에 해도 된다는 건지 헷갈리는데요, 원칙적으로 아무 때나 다 되고, 저 시간에는 지시에 따르라는 겁니다.


그 아래는 숫자 3 옆에 hour metered parking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미터기에 돈 넣고 주차할 수 있는데 3시간이 최고입니다. 노 스탠딩이 풀리는 평일 오전 10시~오후 2시고 상업용 차량만 해당되는군요. 보통 물건 싣고 내리느라 상업용 차량이 저 시간대에 오니까 돈 내고 세우라는 겁니다. 일반 차량은 돈을 안 내도 됩니다.


그 밑에 초록 표지판은 뭔가요? 토요일 아침 9시~오후 7시는 유료로 전환되고 2시간 제한이네요. 모든 차량 대상입니다. 그럼 평일 오후 7시 이후나 일요일은 어떻게 될까요? 뭘 금지한다는 지시가 없으니 무료로 그냥 세우면 됩니다.


이 정도면 거의 암호 수준이라 보는 즉시 읽어내기는 어려워요. 일단 빈자리가 보이면 머리부터 디밀어 차를 세운 다음 표지판을 분석해서 차를 뺄지 그대로 둘 지를 결정합니다. 다음에는 저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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