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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셀프 정비

미국에서 차를 몰면 간단한 정비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인건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한데요, 누누이 강조하지만 뉴욕은 미국이 아닙니다. 


자가 정비는 뉴저지 같이 집값이 저렴한 곳에서 집에 자동차 정비할 수 있는 차고도 있고 차도 여러 대 굴리고 할 때 해당되는 말이지요. 땅값 때문에 주차도 제대로 못하는 곳에서는 해당이 없습니다만, 이번에도 역시 '그때는 그걸 몰랐다' 이거죠.


그래서 차를 사자마자 유튜브랑 블로그를 찾아보며 간단한 자가 정비 기술을 익혔습니다. 기술이래 봤자 변변한 공구도 없으니 대단할 것도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일이 있을 때마다 적잖이 도움이 됐습니다.

스트리트 파킹의 올바른 예시

비록 연식은 10년 가까이(구입 당시 기준) 됐지만 그래도 아주 깨끗하고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던 저희 차는.

찍고 튐. 범인은 차일 수도 있고 자전거일 수도 있습니다

스트리트 파킹 이틀 만에 범퍼 찍튀 당했습니다.

덕테이프 처덕처덕

간단하게 자가 수리 완료! 


10년 된 차에 돈 쓰는 거 아니라고 배워서 그냥 덕테이프 발랐습니다. 골목에 CCTV가 없어서 누가 긁었는지 찾지도 못해요. 영상에 찍혀도 경찰서 가서 '누가 범퍼를 긁고 갔어요' 하면 그냥 웃고 만다고 해서 블랙박스도 달았습니다. 어차피 차도 오래된 거니 마음 편하게 타야죠.


그리고 그로부터 두 달이나 지났나 싶은데 타이어에  펑크가 났습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내가 낙미아스에게 눈탱이를 맞았구나, 역시 깎아줄 때 알아봤어, 그러게 혼자서 던전에 가는 게 아니었는데' 하고 분노했습니다만,

플랫 (flat) 타이어 = 펑크 타이어

주행 중 나사가 박힌 것이었습니다. 고속도로에 떨어져 있었나 봐요. 미안해요 미스터 낙미아스.

박힌 채로 얼마나 달렸으면 마모가

타이어 나사못은 자가 수리 중에 쉬운 편에 속합니다. 간편하면서도 익혀두면 크게 도움이 됩니다. 일단 저걸 빼고 주변을 사포로 갈아서 이물질을 제거한 다음 지렁이(?)를 한 마리 쑤셔 넣으면 됩니다만, 박힌 부위가 힘을 좀 받는 측면이라서 낙미아스를 찾아갔습니다.

차를 올려서 구멍을 찾더니 역시 지렁이로는 무리가 있다고 하네요. 타이어를 갈았습니다. 그런데 돈을 안 받더라고요.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워런티 어쩌고 하는 걸 보면 보증 기간 내라서 그런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아요. 타이어 나사못도 보장이 되든가요?


그렇게 잘 해결하고 별 일 없이 1년 넘게 타고나서는 배터리 수명이 다 됐습니다. 자동차 배터리는 방전됐을 때 점프스타트나 해봤지 직접 갈아본 건 이때가 처음이었네요.


일단 월마트에 가면 배터리를 파는데요, 엄청나게 많은 배터리가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뭘 사야 할지 모르겠어서 물어봤더니 홈페이지를 소개해주네요. 차량 브랜드, 연식, 트림 등을 입력하면 맞는 배터리가 나옵니다.

한국인이라면 가격정렬

배터리 하나에 39달러, 우리 돈으로 5만 원 정도 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배터리를 샀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교체하는 게 좋아요. 왜냐하면 교체하고 난 폐배터리를 반납해야 하거든요. 이게 지정 폐기물이라 아무 데나 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새 배터리 살 때 수거 보증금도 같이 냅니다. 20달러 정도 했던 것 같네요.


마침 월마트 주차장에 차가 서 있으니 공간도 좋은데 저는 보증금 제도를 몰랐기 때문에 집에 와서 갈 생각으로 공구를 아무것도 가져갔어요. 그래서 일단 집으로 와버렸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냥 월마트에서 공구까지 사서 교체하는 편이 나았죠. 왔다 갔다 기름값이 더 나오더라고요.  

폐배터리

배터리 교체는 아주 간단합니다. 마이너스 플러스 단자를 풀고, 배터리를 고정해 둔 너트도 풀고 힘으로 꺼내면 돼요. 무지하게 무겁습니다. 

배터리 빈자리

원래 시에나 배터리 고정 너트가 배터리 바닥 쪽에 있거든요. 그래서 긴 틈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학 주둥이처럼 아주 긴 육각렌치가 필요한데요, 중고차라 고정 장치를 위에 붙이도록 개조해 놨더라고요. 그래서 손쉽게 풀었습니다. 

깔끔한 새 배터리

자가 정비라고 하면 뭔가 고장 났을 때 고치거나 엔진오일 정도는 갈아줘야 '정비'라고 할 텐데 그 정도는 못 합니다. 전문가에게 맡기자고요. 그래도 타이어 공기압 펌프나 배터리 스타터, 지렁이 정도는 트렁크에 챙겨두고 다니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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