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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버리 아웃렛

그저 냄비 가게일 뿐인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뉴욕 관광 상품을 보면 꼭 들어있는 쇼핑몰이 있습니다. 바로 우드버리 아웃렛이죠. 미국에서는 가장 유명하지 않나 싶네요. 에르메스나 샤넬은 없지만 구찌나 지방시, 프라다 정도는 있으니 입점 브랜드도 무척 좋습니다. 그리고 많아요.


우드버리 아웃렛에 가려면 뉴욕시를 벗어나서 차로 2시간 정도 북서쪽으로 달리면 나옵니다. 터미널에서 직행 버스 타고 가는 방법도 있는데 타보지는 않았습니다. 얼마나 머물지 모르는 곳에 갈 때는 아무래도 자차가 마음이 편하죠. 가는 길에 울창한 숲과 들을 지나게 돼서 가는 길이 지루하지가 않아요.


많이 들어 본 업체


우드버리 아웃렛은 백화점처럼 건물 안에 상점이 입점해 있는 게 아니라 1층짜리 단독 건물이 마을처럼 퍼져 있습니다. 여주나 파주에 있는 신세계 프리미엄 아웃렛을 떠올리면 비슷한데 훨씬 더 넓은 대지에 분산돼 있어서 규모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거라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아웃렛에 들어가는 물건은 보통 백화점 물건이랑 다른데, 코치, 마크 제이콥스, 마이클 코어스 이 세 브랜드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거라 백화점이나 아웃렛이나 같은 물건이 들어간대요. 그래서 아웃렛 가면 이 세 브랜드는 꼭 사라고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데 이런 풍문이 아니라고 해도 꼭 들러보기를 추천하긴 합니다. 왜냐면 싸거든요. 우드버리 아웃렛은 보통 70% 정도 할인을 하는데 가끔 상점 앞에서 20% 쿠폰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90%인데요. 여성 핸드백을 3~5만 원 정도에도 파니까 '어차피 살 거라면' 이득이긴 합니다.


물론 저는 핸드백에는 관심이 없죠. 왜냐하면 살림맨이니까요. 살림이 아니라 맨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르쿠르제에 자주 갔습니다. 한국에서는 30만 원 넘게 줘야 하는 대형 무쇠솥보다 더 큰, 아예 한국 총판에는 출시가 안 된 초대형 무쇠솥이 단돈 100달러. 얼른 샀습니다.


"무쇠는 영원히"


그리고는 애들 옷이죠. 어릴 때는 쑥쑥 크니까 새 옷을 입히기가 부담스럽잖아요. 그런데 가격도 싸고 심지어 1+1이고 하니까 많이 사둘 수 있습니다. 특히 신발이 저렴해요. 미국을 떠날 때 애들 발 클 거를 생각해서 윗단계, 그 윗단계, 그 윗단계까지 사서 나왔더랬죠.


여기도 나이키 인기는 하늘을 찌릅니다. 나이키 매장만 다른 업체랑 동떨어진 구석에 있는데요, 특별 행사 같은 걸 해서 줄 서면 2~300명은 넘어갑니다. 그럴 때는 보통 매장에서 15만 원 하는 운동화를 3만 원 정도에 파는 셈입니다. 그런데 특별 행사를 안 해도 5만 원 정도니까 충분히 저렴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행사가 있는 날은 오히려 피해 다녔어요.



미국 쇼핑몰의 고질적인 약점인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건 여기서도 적용이 됩니다. 아웃렛 한가운데 커다란 건물이 있고 그 안에 푸드코드가 있는데요. 입점 업체는 죄다 기름진 차이니즈 (깐풍기 같은 거에 볶음면) 아니면 '상추로 추정되는 어떤 것'이 들어있는 햄버거뿐이거든요. 차라리 푸드코트 말고 주차장 옆에 따로 떨어져 있는 쉐이크셱 버거에 가는 게 낫습니다. 좀 짜긴 해도 야외라 쾌적합니다.


확실히 짭니다만 버섯 패티는 맛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주차장이 엮인 일화도 있었네요. 내비를 찍고 아웃렛에 가면 중앙에 있는 커다란 메인 주차장으로 안내가 되는데요. 그 주차장을 아웃렛 상점들이 크게 둘러싸고 있는데, 엄청나게 큰 주차장이지만 차가 워낙 많이 오니까 주차 싸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빙글빙글 돌다가 빈자리가 나와서 세우러 가잖아요? 그럼 저희는 후면주차를 하니까 당연히 빈자리를 살짝 지나가서 엉덩이를 대는데요, 그 틈에 뒤에서 따라와서 머리를 쑥 들이미는 얌체족이 많습니다. 그렇게 어이없게 자리를 뺏긴 게 두 번인데 한 번은 중국계였고 한 번은 흑인이었습니다.


즐겁게 쇼핑하러 와서 싸우기도 뭐 하니까 몇 마디 항의를 하다가 이내 포기하게 되는데요. 사실 좀 무서운 것도 큽니다. 자꾸 항의하면 어디서 총이 나올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더라도 제 차를 봐뒀다가 해코지를 할 수도 있잖아요. CCTV도 없는 곳에서는 몸 사리는 게 상책입니다.


레드오션인 메인 주차장과 블루오션인 구석 주차장


그렇게 몇 번 당하고 다른 자리를 찾아다니면서 깨달은 건데 주차장을 둘러싸고 있는 상점가 바깥면에도 주차장이 또 있더라고요. 엄청나게 큽니다. 주차 타워도 있고요. 주차 타워가 있는 건 현지인 중에도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언제 가도 텅텅 비어있습니다. 그 뒤로는 주차 때문에 고생할 일이 없었네요.


아무래도 차로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곳이니 시간을 아껴야 하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뽕을 뽑으려는 각오로 상점 투어를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만, 저희는 아무 때나 갈 수 있다 보니 쇼핑보다는 산책 삼아 많이 다녔던 것 같습니다. 가는 길 풍경이 워낙 예뻐요. 가서도 뭘 살 생각도 안 하고 돌아다니면서 사람 구경 매장 구경하며 한가하게 시간을 보낸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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