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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참전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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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300년도 안 된 역사를 감안하면 전쟁을 많이 경험한 나라죠. 건국을 위해 독립전쟁을 했고, 남북전쟁도 치열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독립에 지대한 영향을 준 세계대전 승전은 미국의 역할이 가장 컸습니다. 그렇게 전쟁을 여러 번 겪은 나라다 보니 제복 입은 군인에 대한 인식이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11월 11일은 '베테랑 데이'입니다. 맨하탄 곳곳에서 군 복무자 할인 행사를 열고 마을 곳곳에는 참전에 감사하는 기념물을 장식한다든지 해서 시끌시끌합니다. 


베테랑 데이를 기념해서 만든 장식

 

마을 전체가 참전용사의 헌신을 기립니다


미국이 참전한 전쟁 중에 손에 꼽힐만한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또 우리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던 전쟁이 바로 6.25 전쟁이 아니었나 합니다. 오늘은 6.25 전쟁 기념비가 있는 '배터리 파크'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사용한 지도 재탕


맨하탄 남쪽 끝에는 커다란 공원이 있습니다. '배터리 파크'인데요. 미국이 겪었던 여러 전쟁의 기념물이 모여 있습니다. 이 지역 자체가 전쟁의 상흔이 있는 곳이에요. '배터리'라는 명칭 자체가 지금도 여기 있는 방어 요새인 '캐슬 클린턴'의 옛 이름인 '웨스트 배터리'에서 따온 겁니다.


웨스트 배터리는 배터리 파크 왼쪽에 위치한 둥근 건물인데 지금은 안에서 페리 티켓을 판매하는 부스 겸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간척 사업으로 맨하탄이 현재 모습만큼 커지기 전에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요새섬이었다고 하네요. 


맨하탄 배터리 파크 (파란 부분은 옛날 바다였던 부분. 출처 : 구글}


배터리 파크의 무성한 숲길 가운데를 거닐다 보면 총을 둘러멘 군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참전용사 기념비가 나옵니다. 익숙한 국기와 함께 말이죠. 아무 배경지식이 없이 그저 아기 데리고 동네 공원에 산책 나왔다가 태극기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아기 데리고 산책 나온 참이라 반바지에 유모차입니다만


한국에서도 현충원이나 가야 있음 직한 커다란 6.25 전쟁 참전 기념 공간을 맨하탄 공원에서 발견할 줄 상상도 못 했어요. 지금 봐도 너무나 고마울 따름입니다. 참전해 준 것도 고맙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이렇게 잊지 않게 기념물을 설치하는 건 우리나라 지자체였다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기념비를 두른 바닥에는 각 참전국의 피해 현황이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알지도 못하고 가 본 적도 없는 나라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군인의 숫자네요.

미국 ㅣ 사망 54,246명  부상 103,248명  실종 8,177명 


6.25 전쟁 참전 기념 공원 설립을 위해 후원한 기업들의 명단도 마련돼 있습니다. 익숙한 이름이 많더라고요.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도 이렇게 사회공헌에 힘쓰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주위에는 감사할 대상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잘 보고 배웠으면 하면서 꼼꼼하게 둘러봤습니다. 


삼성, 현대, 금성(?), 럭키(??), 대우...


유튜브나 해외토픽 같은 데서 심심찮게 볼 수 있죠. 항공사 측에서 귀향길에 오른 해외 파병군인의 자리를 무료로 업그레이드해줬다든가, 군복 입은 군인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는데 누군가 감사를 표하며 음식 값을 대신 지불했다든가 하는 이야기요. 


우리나라는 의무복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보니 군 복무가 누구나 이행하는 의무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본인의 선택으로 사회에 헌신하고 그 희생을 높이 평가해 주는 분위기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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