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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스 앤 노블

150년 오프라인 서점의 위엄

뉴욕이나 서울이나 육아아빠의 일과는 다를 게 없습니다. 첫째가 유치원에 가면 둘째랑 놀아주는 게 하루 일과죠. 저희 둘째는 딸인데 뉴욕에 갈 때 10개월이었으니까 어린이집이나 어딜 보내기에는 너무 어렸어요. 어리기도 했지만 딸이라서 더 불안했던 것도 있고요.


얘는 아직 잘 못 걸을 때라 주로 유모차에 앉아 있으니까 아파트 단지 잔디밭에 가서 풀어놓고 탱탱볼로 공놀이를 하거나 놀이터에서 놀거나 아니면 서점에 갔습니다. 그 서점은 반스 앤 노블이라는 큰 체인점인데요. 오늘 이야기해 볼 곳입니다. 오랜만에 육아 이야기네요. 처음인가?

방목하는 (인조) 잔디밭

맥라이언의 영화 유브갓메일 -1998년 작품이네요- 의 모티브가 됐던 유명한 오프라인 서점인데요, 1880년대에 지어진 본점이에요. 오프라인 서점으로 150년이라니 대단하죠. 안에 들어가면 5층으로 돼 있는데요. 해리포터 같은 거 보면 나오는 옛날 스타일 나무 인테리어라서 굉장히 고풍스럽고 아늑한 분위기입니다. 여기 2층에 아동서적 코너가 있고 3층에 스타벅스가 있어요. 다른 층에는 가 본 적이 없네요. 일단 영어 원서니까요.

2층 어린이 코너
장난감도 많이 팝니다


아침에 큰 애가 등원하고 둘째 이유식까지 먹이고 나면 서점 나들이를 갑니다. 유모차에 태우고 에코백에 각종 장난감, 우유, 떡뻥, 기저귀 챙겨서 슬슬 밀고 갑니다. 뉴욕 반스 앤 노블은 유니언스퀘어에 있는데요. 제가 살던 집에서 옆으로 3블록 아래로 3블록 내려가면 나옵니다. 유모차 끌고 천천히 걸어가면 30분 좀 덜 걸렸던 것 같네요.


아기자기한 소품도 팝니다

도착하면 2층으로 갑니다. 오래된 건물이긴 한데 엘리베이터도 있어요. 2층 절반 정도가 어린이 책 코너인데 여기서 책을 봅니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들도 많고 아이들이 놀 수 있게 조그만 장난감 테이블도 있거든요. 책은 영어 원서인데 어차피 영어나 한글이나 다 못하니까 내용을 지어내서 이야기해 주고 그랬어요.


그러다 피곤하면 -아이들 책을 읽어주다 보면 매우 높은 확률로 빠르게 피로가 옵니다- 데리고 3층으로 갑니다. 3층에 스타벅스가 있거든요. 그럼 라테 한 잔 시키고 창가 테이블에 앉아서 바깥도 보고 떡뻥도 먹고 이유식 싸 온 날은 밥도 먹이고 하는 거죠.

외부음료 반입 환영

그러다 기저귀 갈 때가 되면 또 내려가야 합니다. 3층에는 여자 화장실밖에 없거든요. 어떨 때는 4층으로 갔다가 여긴 또 사람 많아서 다시 2층으로 갔다가. 할튼 뉴욕에서 상점에 가면 화장실 가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기본적으로 깨끗하긴 한데 너무 작거나 없거나 멀거나 도무지 쾌적하지가 않습니다.

반스 앤 노블에서 유니온스퀘어를 내려다보며 스타벅스 갬성을 즐기심

그렇게 책을 한참 보다 보면 애가 이 책을 집에서도 보고 싶다고 고를 때가 있어요. 그러면 난감해집니다. 비싸거든요. 모 윌렘스 비둘기 책 2권 집으면 벌써 30달러가 넘고 세금 포함하면 거의 5만 원돈입니다. 그런데 아마존에서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데 반값보다 싸고 무료배송이에요.

어떻게 책은 좀 입에 맞으시는지?

처음에는 '그래 이런 장소를 운영해 주는 것도 고마운데 팔아줘야지' 하고 굳이 사서 갔습니다. 그런데 집에 가면 또 안 봐요. 왜냐면 방금 전까지 봤으니까요. 그럼 내일이나 모레나 돼야 다시 펴볼 텐데 그럴 바에는 아마존으로... 이게 말이죠, '책값을 9천 원 아낄 수 있다'라고 하면 크게 와닿지가 않는데 '책 한 권 더 살 수 있다'라고 하면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집에 도착한 다음 사온 책을 안 찾는 눈치면 아마존 얼른 주문하고 산 건 잘 뒀다가 다음날 가져가서 환불하고 그랬죠. 서점에 참 고맙고 미안하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가끔 애가 너무 마음에 들어 하는 책은 집에 가는 길에 유모차 안에서 계속 넘겨보고 그랬어요. 그런 건 일찌감치 포기하는 거죠. 속은 쓰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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