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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쿼어억. 욹과앍.

뉴욕의 대중교통은 크게 4가지 있습니다. 버스, 지하철, 택시, 그리고 페리입니다. 


버스 중에 장거리 버스는 잘 모르니까 빼죠. 뉴저지에 차 수리를 맡기러 갔을 때 뉴욕으로 오는 버스를 딱 한 번 타봤을 뿐입니다. 잘 몰라요. 시내버스만 보면 2종류가 있는데요. 로컬 버스와 SBS 버스입니다. 로컬 버스는 완행 버스예요. 정거장마다 다 서는 거고, SBS 버스는 급행 버스로 3~5 정거장씩 건너뛰면서 갑니다. SBS가 Select Bus Service의 약자예요. 정거장을 셀렉트.

왼쪽이 로컬, 오른쪽이 SBS 버스입니다

처음에는 두 버스 차이를 몰랐어요. 구글 지도를 보면 분명 집 앞에서 M15번 (M = 맨하탄, Q = 퀸즈, B = 브루클린, BX = 브롱스입니다) 버스가 서거든요. 저번에 탄 기억도 있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가 안 서고 그냥 지나가서 당황하곤 했어요. 그게 SBS 버스였고 저희 집 앞은 완행 정거장이었던 거죠.


뉴욕 버스를 타면 특이한 걸 2가지 마주하게 되는데 하나는 굴절 튜브예요.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지하철 타면 객차 사이를 쭈글쭈글한 튜브로 연결했잖아요. 그 사이에 있으면 막 바닥이 움직이고. 그런 굴절 튜브가 훨씬 두껍게 있습니다. 커브가 잘 없지만 한 번씩 꺾으면 막 90도로 접히고 그래요. 재미있습니다.

굴절 튜브가 무진장 두꺼워서 그 위에 서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징은 정거장 알림판이 없어서 기사가 육성으로 정거장을 안내한다는 점인데요. 로컬 버스만 해당됩니다. 한 번은 버스를 타고 가는데 기사가 마이크에 대고 게트림을 하는 거예요. "풁과악" 너무 갑작스럽게 짧은 감탄사를 던지는데 소리도 너무 더럽고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벙쪄있는데 계속 그러는 거죠. 소화불량인 것처럼 "붉걱" "풀붑" "퉤하앜" 막 이래요.


그게 정거장 이름을 불러주는 거라는 사실을 정말 한참 지나서 알게 됐어요. 사실 2년 살고 뉴욕을 떠나올 때까지 소리를 알아듣지는 못했죠. 그냥 다니는 곳이고 정거장이 아는 곳이니 눈치로 거기 이름을 부르나 보다 할 뿐.


공유 자전거

아참 자전거도 있어요. 서울시 따릉이 같은 거요. 이것도 일단 대중교통인 거죠? 우리나라랑 다른 게 있다면 우리는 따릉이를 트럭으로 옮기는데 여기는 엄청나게 긴 거치대가 달린 자전거로 옮겨요. 물론 무거워서 생 페달로 옮기는 건 아니고 전기자전겁니다.


뉴욕 버스는 가만 보면 구식과 신식 교통문화의 융합이에요. 일단 엄청 구식인 게 신용카드 결제가 안 돼요. 버스 정거장마다 버튼식 표 자판기가 1~3대씩 설치 돼 있는데요, 공중전화 카드처럼 생긴 교통카드를 넣고 표를 끊어야 합니다. 

↖이렇게 생긴 카드를, ↗이렇게 생긴 기계에 넣습니다 (출처 : 뉴욕 대중교통 홈페이지)

기계에 교통카드를 넣었는데 잔고가 없다, 그럼 망이에요. 지하철 역까지 가야 충전할 수 있습니다. 충전이 가능한 노점이 가끔 있을 때도 있는데 엄청 번화가 아니면 없어요. 그래서 선불로 얼마씩 충전해도 되지만 대중교통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1주일권, 30일권 하는 식으로 정기권 충전을 합니다.


신식인 건 표 검사를 따로 안 한다는 점이에요. 시민 의식이 상당해야 정착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자판기에서 표를 끊으면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 그냥 버스를 탑니다. 기사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어요. 처음에는 찜찜해서 굳이 보여주면서 탔는데 그럴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기사가 볼 수 없는 뒷문으로도 막 탑니다.

지하철역에 있는 충전기. 한국어도 지원됩니다

그럼 표를 안 끊고 타면 어떻게 되냐면 보통은 아무 일 안 생깁니다. 그러다가 재수 없으면 걸리는 거죠. 버스가 정거장에 섰을 때, 가끔 내리는 문 앞에 교통경찰이 길막하고 서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럼 구겨 넣었던 표를 찾아서 내리면서 보여주면 돼요. 그렇게 불시에 표를 검사하죠.


뉴욕에서 2년 동안 살면서 표 검사를 3번 정도 겪어봤는데 이 정도면 많이 겪은 편이래요. 한인 중에 몇 년 동안 살면서 표 검사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도 계셨어요. 생김새 때문에 걸린 건 절대로 아닙니다. 인상 보고 신분증 요구하는 불심검문이 아니라 버스를 랜덤으로 골라서 통째로 검사하거든요. 억울합니다.


맨하탄 도로는 위아래, 좌우로 일방통행이라고 말씀드린 적 있죠. 그래서 버스 노선도 일방통행인데요, 1가는 위로 올라가는 버스만 있고, 2가는 내려오는 버스만 있고 3가는 올라가는 버스만 있고 그런 식입니다. 그래서 만약 내릴 곳을 지나쳐버리면 내려서 그냥 걸어서 돌아가는 게 빠릅니다.

정제된 버스노선

한 정거장은 그렇다 치고 졸다가 내릴 곳을 서너 정거장 지나가버리면 어떡할까요? 그래도 걸어서 되돌아가는 게 빠릅니다. 왜냐하면 일단 되돌아가는 버스가 한 블록 옆으로 가야 있는데 애비뉴 사이 거리는 200미터 넘거든요. 그럼 좌우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되지 않느냐, 어렵습니다. 좌우로 다니는 버스가 모든 길마다 있지 않아요.


도로망 편에서 이야기했는데 맨하탄 밑에서 위까지 스트리트는 200개가 넘습니다. 그래서 스트리트 8개에 하나꼴로 버스가 있어요. 많이 이용하는 버스가 번화가를 관통하는 34 스트리트 버스인데요, 그다음 버스는 42 스트리트에 있고, 그다음은 50 스트리트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 위치가 버스를 타기에 어중간한 곳이다 싶으면 빨리 포기하고 그냥 걸어가는 게 빠릅니다.


그렇다 보니 20블록 정도는 정말 부담 없이 걸어 다니게 됩니다. 걸어가면 30~40분 정도 걸리는데 짧은 시간은 아닙니다만 버스 타러 가서 기다렸다가 타고 내려서 목적지까지 걸어가면 비슷하게 걸리거든요.


메트로 카드 사진을 찍어둔 게 없어서 찾느라 검색하며 알아보니 이제 노란색 메트로 카드는 없어지는 추세라는군요. 카드 태그 시스템도 도입되고 환승(!)도 가능해졌다네요. 격세지감입니다. 다음에는 못다 한 지하철, 택시, 페리 이야기를 가져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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