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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나이아가라 폭포

국경을 넘자

미국에 짧게라도 거주를 하면 관광온 거랑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습니다. 바로 여행이죠. 이야기 속 이야기처럼 뉴욕 거주기 속에 작은 여행기가 종종 올라올 겁니다. 오늘은 미국에서 처음 장거리로 달렸던 나이아가라 폭포 이야기를 해볼까요.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령과 캐나다령에 걸쳐서 있는데 미국 쪽은 좀 작고 캐나다 쪽에서 봐야 멋지다고 합니다. 뉴욕에서 70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구글 지도로 보면 7시간 나오거든요. 시내도 통과해야 하고 국경도 넘는데 700km에 7시간이라니 말이 안 되죠. 실제로는 9시간쯤 잡아야 합니다.

7시간 중 20%는 뉴욕시를 벗어나는 시간

저희가 갈 때는 6월 말이었어요. 한창 더울 때지만 미국에서는 선선하니 괜찮았습니다. 폭포가 북쪽으로 많이 올라가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네요. 아이들 데리고 차로 9시간씩 달리려니까 부담스러워서 가는 동안 1박, 가서 1박, 올 때는 좀 무리해서 한 번에 오자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2박 3일이죠.


집에서 출발을 했는데 숙소를 안 잡고 그냥 갔어요. 왜냐하면 워낙 첫 장거리 여행이라 첫날 얼마나 달릴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됐거든요. 일단 최대한 가는 데까지 가보고 해가 지면 그 근처에서 월마트에 들러 장도 보고 숙소도 잡기로 했습니다. 


81번 고속도로를 달린 지 5시간쯤 지났을까요, 아무 생각 없이 무아지경으로 달리고 있는데 자동차 룸미러에 자꾸 뭐가 반짝거리더라고요. 뒤차가 자꾸 하이빔을 켜는 거였습니다. 처음에는 늦게 간다고 시비 거는 줄 알았어요. 근데 한참을 가도 추월은 않고 계속 그러길래 왜 그러나 자세히 봤는데 경찰차였습니다. 펠리세이드보다 커다란 미국 특유의 거대한 포드 SUV였어요.

2열에서 둘을 동시에 캐어하기 위한 장거리 특화 좌석 배치

경찰차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뒤에서 저러고 있으니까 위압감이 든다'는 거였고요. 조금 있다가 다시 든 생각은 '저렇게 자꾸 하이빔을 켜면 앞 차의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하는 거였습니다. 경찰이 저한테 사인을 보내는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한 2~3분 지났던 것 같네요. 뒤에서 계속 하이빔을 켜면서 따라오던 경찰차가 이제 소리를 냅니다. '부왁? 부왁? 쮸쥬쥬쥬즁 쮸쥬쥬쥬즁' 하면서 전면 그릴에 있는 파란불 빨간불이 교대로 왔다 갔다 해요. 이건 누가 봐도 저한테 보내는 신호더라고요. 그래서 차를 길가에 댔습니다. 


차는 섰고 경찰관은 한참 시간을 끌더니 다가와서는 자기가 왜 세웠는지 아냐고 묻습니다. 저는 모른다고 했죠. 진짜 몰랐거든요. 신호 위반을 했답니다. 그러고 보니 한참 전에 황색 신호가 들어왔을 때 달리는 속도가 있어서 교차로를 얼른 통과해 버렸던 게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얼른 납작 엎드려서 생각났다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기분 좋게 여행 가다가 말로만 듣던 티켓을 끊는구나 했죠. 그런데 경찰관이 면허증을 달라고는 안 하고 자꾸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어디 가냐, 뭐 하러 가냐, 뒤에 누구냐, 집이 어디냐 이런 걸 계속 물어봐요. 귀찮지만 표정관리하고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했습니다.


우린 뉴욕 사는데 지금 폭포 보러 캐나다 건너갈 예정이고 뒤에 애들이고 가족여행이고 방금 전까지 되게 행복했고 등등. 그랬더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좋게(?) 봤는지 그냥 가라고 하더라고요. 캐나다에 가면 속도 표지판이 '마일'에서 '킬로미터'로 바뀌니까 헷갈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조언도 해줬습니다. 땡큐 오피서.

캐나다 쪽에서 본 폭포. 그러니까 저쪽이 미국 쪽이죠

결국 국경은 못 넘고 국경 근처 마을까지 가서 숙소를 잡았습니다. 밤 10시 돼서 주변 불 다 꺼지고 가로등도 잘 없는 동네에서 월마트 장까지 보니까 정말 너무 한밤이 된 거예요. 하루종일 운전해서 피곤하기도 하고 앞도 잘 안 보이고 서두르다 인도 연석을 밟아서 차가 30cm는 튕겨져 올라가기도 했네요.


우여곡절 끝에 급하게 잡은 호텔에서 1박 하고 다음날 아침이 밝자마자 바로 출발했습니다. 캐나다 국경을 넘고 울창한 삼림지대를 벗어나니까 금방 '나이아가라 관광특구'가 나옵니다. 근처까지만 가도 알 수 있어요. 공기가 다릅니다. 나이아가라 공기.


모처럼 여행이라 숙소에서도 폭포가 잘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을 얻었습니다. 아직 폭포는 구경도 못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폭포 구경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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