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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

뉴욕에서 공룡 좋아하는 미취학 아이들과 갈 곳을 딱 한 군데만 꼽으라면 역시 자연사박물관입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배경이 됐나 안 됐나 확실하지 않지만, 입구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거대한 공룡 뼈를 어디선가 본 적 있을 겁니다. 거기 갔습니다. 


아직 어려서 공룡을 잘 모르는 둘째는 집에 두고 첫째만 데리고 지하철로 갔습니다. 할튼 맨하탄에서 어디 간다면 차는 무조건 두고 가야 합니다. 현장에도 주차장이 없지만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도 주차장이 없는 사태가 벌어지거든요. 

이런 디스플레이 너무 좋아요

어쨌든 이 때는 차를 사기 전이라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이게 패착이었네요. 자연사박물관 역은 뉴욕 지하철 B라인과 C라인을 갈아타는 역과 연결돼 있습니다. 역 이름은 Musium of Natural History. 역에서 나오면, 아니 지하철에서 내리면, 바로 거기서 줄이 시작됩니다. 


진짜예요. 열차 문 열리고, 승객 내리고, 등 뒤로 열차 문 닫히고, 고개를 들면 그 앞에 줄이 있어요. 비유하자면 8호선 잠실역에서 내렸는데 스크린도어 앞에서부터 롯데월드 입장 줄이 있는 셈입니다. 


어쩔 수 없으니 줄을 서긴 섰는데 정말이지 엉금엉금 줄어듭니다. 전 이때 너무 무서웠어요. 왜냐면 애가 잠들었거든요. 2월이었으니 날이 추웠는데 덜컹덜컹 흔들흔들 지하철 타고 공기 텁텁한 실내로 들어오니 잠이 솔솔 왔겠죠. 

뒤에 저거 다 줄입니다

패딩잠바 입은 만 5살짜리는 부피도 크고 무게도 무거워 안고 있기 힘듭니다. 잠바에 달린 모자 때문에 앞도 잘 안 보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표도 아직 안 샀어요. 지하철에서 막 내렸을 뿐이니까요. 이게 불안한 게 지금 이 줄이 입장 줄인 지 매표 줄였는지 알지도 못하고, 엄밀히 말하면 박물관 가는 줄인 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란 말이죠. 


만약 기껏 기다려서 차례가 왔는데 여긴 미리 표 산 사람들이 입장하는 줄이더라 그러면 낭패잖아요. 주저주저하다가 용기를 내서 옆 사람한테 이거 입장 줄이냐? 아니면 매표 줄이냐? 하고 물어보니 그렇대요. 아니 'or'로 물어보는데 'yes/no'가 나오다니 이 사람들 뉴요커인데 토익 점수가 의심스럽네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한참 걸려서 꾸역꾸역 들어갑니다. 중간에 또 누가 끼어들고 실랑이하고, 계단 나오고 길이 갑자기 넓어져서 줄이 늘어났다가 다시 줄어들었다가 난장판이 따로 없습니다.  줄만 40분 정도 선 것 같아요. 한 가지 다행이라면 줄을 너무 오래 서서 속으로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고민하는 중에 아들 녀석이 푹 자고 일어났어요. 그건 다행이네요. 

먹이 너무 길어서 문 밖으로 나와버렸네요. 이런 전시 너무 좋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겨우 안에 들어갔어요. 들어가 보니까 지하철에서 연결된 입구는 지하 식당이랑 연결된 통로였어요. 정문은 당연한 얘기지만 1층에 따로 있고요. 다음 시간에 말씀드리겠지만 자연사박물관에 들어올 때는 제가 들어온 지하철 입구랑 정문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금방 들어오는 길이 따로 있어요.


자연사박물관이 규모는 굉장한데 의외로 관심 없는 공간이 상당히 큽니다. 어쨌든 '미국' 자연사박물관이니까 아메리칸 인디언이나 인류 관련 전시가 절반 정도예요. 공룡은 맨 꼭대기 -4층으로 기억합니다- 층이고 1층은 포유류 위주로 동물 박제가 잔뜩 있어요.

동물 박제가 공룡뼈보다 많습니다

전체가 공룡뼈로 꽉 차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한참 적더라고요. 물론 그래도 공룡뼈 전시층 중 룸 한 곳에 있는 뼈만 모아도 서울에서 가장 큰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소장품보다 많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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