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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피드 에어 스페이스 뮤지엄

진짜 항공모함 박물관

유모차 타고 기저귀 차는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가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일단 짐이 많이 때문에 주차가 가능해야 하는데요. 이건 맨하탄 안에는 가능한 곳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어떤 곳도 주차장이 무료로 개방된 곳이 없어요. 백화점이나 박물관 심지어 어린이집이나 학교도 전용 주차장은 따로 없습니다.


건물 앞 길거리에서 무료인 구역을 재주껏 찾아 주차를 해야 하는데 휴일에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고요, 무료 주차 구역에서 차가 빠지면 세우려고 길 막고 기다리는 차도 있으니 말 다했죠. 아니면 살인적인 주차료를 내고 유료 주차장을 써야 합니다. 전에 글을 썼다시피 주차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그 주차료 말이죠.

오늘의 목적지가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서점이나 박물관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려면 주차 천국인 뉴저지주로 차를 몰고 가든가, 아니면 차를 가져가는 건 포기하고 버스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아야죠. 지하철도 뚫려 있긴 하지만 아이들 데리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은 아니거든요.


저희가 살고 있던 집은 맨하탄 동쪽 끝 강가였는데요, 반대쪽 유명한 허드슨강가에 거대한 항공 우주 박물관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하고 퇴역한 항공모함을 통째로 개조해서 박물관으로 쓰고 있는 거예요. 'INTERPID 에어 스페이스 뮤지엄'입니다. 23 스트리트를 가로지르는 23번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어요. 차가 있는데도 버스 노선을 보고 목적지를 골라야 하는 동네라니 기가 막히네요.

박물관(?) 전경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올라가면 상부 갑판이에요. 갑판에는 옛날 전투기들을 전시해 놨습니다. 물론 항공모함 이착륙기는 아니고 그냥 옛날 전투기예요. 내부 구조물도 다 들어낸 껍데기요. 그렇지만 아이들한테는 어차피 보이지도 않는 조종석보다는 손에 들고 슝슝하던 비행기의 실물을 본다는 게 더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껍데기뿐이지만 멋진 전투기와 헬기

아파트 높이 만한 항공모함 위에 올라가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입니다. 항공모함 내부 브릿지나 조타실 같은 곳에 있는 장비 같은 건 그대로 살려놨어요. 저는 해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실제 우리나라 군함에 들어가 볼 기회도 있었는데요, 페인트 냄새가 엄청 심한 게 똑같더라고요.

항공모함 건물(?)

항공모함에 있는 건물처럼 생긴 저곳에도 올라가 볼 수 있습니다. 함장실도 있고 좁고 복잡한 통로도 있고 뭔지 모를 구조물도 많이 있어요. 거기서 내려다보면 갑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항공모함이니까 당연히 지하 격납고에 있는 전투기를 갑판으로 실어 올리는 전투기 전용 엘리베이터도 있습니다. ↙이쪽이 전투기 엘리베이터, 이쪽↘이 박물관 엘리베이터입니다.

브릿지에서 내려다본 갑판

전투기용 엘리베이터는 시간에 맞춰서 실제 운행도 합니다. 뭐라고 안내방송이 나오면 사람들이 갑판 엘리베이터로 모여요. 그럼 천천히 내려갔다가 올라옵니다. 별 건 아닌데 그래도 신기하죠. 느낌만 같이 보시죠.

전투기 엘리베이터 가동

갑판 위에 그 건물(?)처럼 생긴 것 뒤에 보면 격납고 건물을 지어놓은 게 있어요. 위에 사진에서 맨 오른쪽에 보면 멋없는 세모 지붕인 가건물 보이죠? 거기 들어가면 썸띵 큰 게 있습니다.

도감에서나 보던 우주왕복선

이게 나옵니다. 실제 우주왕복선이에요. 얼마나 큰지 바로 앞에 기념촬영 공간이 있는데 한 프레임에 다 들어오질 않을 정도더라고요. 그 아래에는 우주 탐사 역사에 관한 사진이나 체험형 기구가 있습니다.


항공모함 박물관 겉핥기만 했는데 내부는 다음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요즘 원고 시간이 자꾸 늦어지고 지난 회차는 펑크를 내고 하루 늦게 올려서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기는 없지만 꾸준히 보시는 구독자 여러분을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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