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연민으로 가득 찬 사람. 과거에만 머무르는 사람. 자기의 슬픔을 아무에게나 내보이는 사람. 그러면서도 당사자와는 직면하여 대화하지 못하는 사람. 상처받기 두려워하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자기중심적인 사람. 벌써 다음 설이 걱정되는 사람. 일어나지 않은 상상을 계속하는 사람. 진성의 부고를 듣는 상상. 다음 설에 남자의 아버지에게 폭언을 듣는 상상. 모비의 남자가 또 가만히 있는 상상. 혼자 집에 돌아오는 상상. 부정적인 사람. 슬픈 사람.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 그 누구보다 자기를 먼저 데려가달라고 기도하다가 정말 죽음 앞에서 후회할까 봐 두려워하는 겁쟁이.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 슬퍼서 글을 쓰는 사람. 다 자기에게 유리하게 쓰는 사람. 매일매일 약 세 알을 먹는 사람.
아파서 기력이 없는 건지, 원래 게으른 지 알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욕심은 많아서 일은 많이 벌인 사람. 공연 두 개를 앞두고 연습은 안 하는 사람. 보고서 제출 한 달을 앞두고 다른 글만 쓰는 사람. 안 슬픈 척할 수 있는 사람. 거기에 에너지를 모두 쓰고 집에 오면 바로 눕는 사람. 정리정돈을 잘 못하고, 요리도 못 하고,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지 않는 사람.
남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 고마우면서도 투덜대는 사람. 모든 게 귀찮은 사람. 슬픈 사람. 슬픈 사람. 슬픈 사람.
모비는 작년 11월부터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모비는 자기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딱 1년간 자기 맘대로 하겠다고, 누구든 마음껏 미워하겠다고 다짐했다. 약속한 기한이 끝나간다. 모비는 결정해야 한다. 어떻게 다시 태어날 것인지.
모비는 넓은 바다 위에 자신을 던지기로 했다.
원하는 대로 뜯어가세요. 내 팔도, 다리도, 옆구리도, 귀도, 눈도 내어 드릴게요. 모두가 원하는 대로 해 드릴게요. 내 몸을 가져요. 그러나 웃지 않을 거예요. 내 마음이 웃을 때까지 웃지 않을래요.
천륜을 어찌 끊겠어요. 원하시면 해 드리지요. 설에 차례도 지내고, 성묘도 가지요. 가라면 갈게요. 오라면 올게요. 전화하면 받을게요. 문자 하면 답장할게요. 당신이 원하면 할게요. 내 살을 가져요. 그런데 내 마음까진 가질 수 없어요. 제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 주세요. 그냥 줄 수는 없어요. 나는 너무 지쳤거든요.
내가 조금 더 건강해지면, 그래서 알약 세 개 없이도 잘 잘 수 있으면 그땐 먼저 웃을게요. 먼저 마음을 줄게요. 그때까진 나도 어쩔 수 없어요. 나도 살아야지요. 나도 살고 싶어요.
나는 이제 모든 근육에 힘을 빼고 누워요.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요. 다 뜯어가세요. 뜯기고 나면 나는 다시 떠올라요. 누워서 밤하늘을 봐요. 물속에 잠긴 귀로 우주 소리를 들으며 별을 바라봐요. 그리고 또 가라앉을게요. 마음껏 드세요. 더 작은 육체로 떠오를게요. 밤하늘 별을 봐요. 내가 다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해 보지요.
일단 그렇게 1년을 나에게도 조금만 양보하세요.
그리고 부디 모두 안녕하세요. 첫 번째 꿈은 반칙이에요. 나는 또 1년을 다시 살아보지요. 부디 내 살이 뜯기는 시간보다 채워지는 속도가 더 빠르길 바라면서.
모비가 그렇게 다시 태어나기로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