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당신 : 신입사원
“학교에서도 마시지 않았는데, 왜 소주를 마셔야 합니까. 차라리 맥주 사주세요.”
“돈 많이 든다. 그냥 빨리 취할 수 있는 소주를 마시자. 맥주 안주는 비싸다.”
“제가 돈을 낼 테니 맥주 마십시다.”
“야. 난 자존심 없냐. 그래 맥주 마시자. (짜증)”
간만에 '비자금'도 생겼고, 스트레스도 풀 겸 신입사원에게 소주 한잔 하자고 했다.
퇴근 후 주종(酒種)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를 꺼냈는데, 그는 맥주를 마시자고 한다.
진짜 눈치 없다.
후회막급이다.
선배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것 같다.
하기야 자기 일도 바쁘고 선배가 무슨 업무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데 선배의 경제 사정을 어떻게 알랴.
시원한 맥주나 뒤 끝이 깔끔한 위스키에 과일 안주를 사줘 후배에게 점수를 받으면 좋지만 현실이 그런가.
비자금을 초과해 술을 마셨으니 그 기분이 과히 좋지 만은 않다.
아내에게 “후배와 술을 마셨는데 후배가 70%, 내가 30% 냈다.”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아무리 아내가 돈에 민감한 여자라도 남편의 그런 치졸한 행동에 칭찬할 아내는 없을 것이다.
당신이야 돈을 조금만 썼다고 거짓말을 하였으나,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르는 행동을 한 것이다.
당신은 이래저래 짜증 난다.
예전에는 모르겠으나 요즘 신입사원과 술을 마시자고 하면 소주를 피한다.
그렇다고 맥주를 잘 마시는 것도 아니다.
회사 동료나 선배들과 술자리를 피하려는 가장 큰 이유가 퇴근 후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어학학원에 가거나, 요가를 하거나, 온라인 동호회 모임이 있다거나.
게다가 투잡(two-job)을 하는 신입사원도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너무 바쁘다.
어떤 부서는 신입사원 환영회를 하자고 했는데, 신입사원이 시간을 내지 않아 6개월 동안 회식 한번 못했다고 한다.
체질상, 종교상 술을 마시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만 마실 줄 안다면 가끔씩 선배들과 한잔 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신입사원에게 먼저 한잔 하자고 해라.
부서 내에서 듣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술이 왜 나왔겠는가.
엔진 오일과 같다.
순간 없어도 차는 굴러가지만 계속 없으면 차는 망가지게 된다.
세상살이도 똑같다.
일만 하고 살 순 없다.
퇴근 후 짧은 순간이지만 선배들과 어울릴 기회를 만들어라.
만들지 않고 찾아온다면 거부하지 말라.
세상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는 선배가 어느 날 당신에게 한잔 하자고 하는 말이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단, 당신이 생각해도 너무하다 싶다면 거부해도 좋다.
어차피 그 선배는 다른 술친구를 찾으러 전화나 카톡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Dall-E 이용, Prompt: 호프집에서 과일 안주에 생맥주를 마시고 있는 40대 남성과 20대 남성이 마주 보면서 생맥주 잔을 들고 있어. 두 사람은 넥타이를 조금 풀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