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당신 : 부서 동료
자기 부서원들과는 친하지 않고, 다른 부서 사람들과는 유난히 친한 동료가 있다.
왜 그럴까?
그런 동료는 자기의 속마음을 터놓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해해 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부서 동료들은 궁금하다.
‘그 친구가 왜 그러는지,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러는지...’ 참 궁금하다.
전환배치에 의해 부서를 이동한 경험이 있는 대학원 후배 얘기다.
그 친구는 총무인사팀에서 인사업무 담당을 하다가 사내 교육담당부서로 옮겼다.
몇 주 지나니 부서 동료들이 교육 진행 업무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강사 초청, 임직원 관심 유발, 교육장 배치 등 쉽게 넘겨서는 안 될 것이 너무 많다.
사업부서와 달리 지원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일종의 ‘의전(儀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몇 번 얘기를 꺼냈다가 “그냥 쉽게 넘어가자.”는 부서원들의 반응에 서서히 포기하기 시작했다.
포기는 주변의 관심으로 넘어갔다.
풍선효과라 할까?
한쪽 방향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러 오르는 것과 같이 부서원들에 대한 심적 포기는 다른 부서원에 대한 관심으로 넘어간 것이다.
출근할 때 사무실 입구부터 밀려오는 답답함, 회의 때마다 가슴을 억누르는 짜증, 회식을 할 때 신변잡기만 털어놓는 동료들에 대한 한심함을 제외하면 아무 생각 없이 일만 한다.
동료 모두가 하나의 일을 위해 움직일 필요가 없는 이상 그는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한다.
가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친한 다른 부서 동료에게 부탁한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 부서는 지금 산속의 암자와 같다.
자기가 그런 행동을 하니 바이러스와 같이 부서 동료에게 전파되었다.
이제는 모두 혼자서 일을 처리한다.
동료에게 부탁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부서장은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모른 척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
신입사원이 와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 부서는 회사 내에서 잊혀가는 존재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관심 없다고 한다.
다른 부서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어디서부터 꼬인 것을 풀어야 할 것인가?
혼자서만 일을 처리하는 그 친구가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그렇게 하게끔 내버려 둔 부서 동료들이 잘못된 것인가?
그 친구의 말만 들으면 부서 동료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나, 동료들의 말을 듣지 못했기에 그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양쪽 모두 잘못했다고 하면 이 또한 잘못된 표현이다.
어느 한쪽은 책임이 있다.
동료들이 변해야 한다. 그리고 부서장이 이를 지시해야 한다.
그 친구의 업무처리방법이 맞다면 기존의 방법을 고쳐야 한다.
그것을 평가하지 못한 부서장에게 가장 큰 잘못이 있다.
부서장은 부서를 책임지는 의장이다.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부서장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못한 친구의 잘못도 있지만, 부서장으로서 그것을 간파하지 못한 부서장의 잘못이 크다.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동료가 있다면 먼저 한번 조용히 만나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너무 늦으면 안 된다.
대화에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능력 범위를 벗어난다면 위에 얘기하는 것도 좋다.
단, 공론화시키지 말고 사적으로 얘기하라.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Midjourney 이용, Prompt : 사무실 직원들 모두 PC 모니터만 쳐다보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