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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장군 Sep 12. 2024

(22) 술 값을 미리 예상하라

두 번째 당신 : 부서 동료

'웰빙 강박 시대'라 술을 삼갈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아예 멀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미국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고, 동료에 의한 중압감(peer-pressure)의 정도가 덜할 뿐이지 인적 교류에 있어서 술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술의 역기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음날 숙취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 또 숙취가 해소되기 시작하면서 밀려오는 우울증이나 무기력감은 건강한 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더군다나 그 부작용은 개인 건강 훼손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업무 지장을 초래해서 크게는 국가적 손실을 초래한다.


너무 거창한가? 

이런 역기능과 동시에 순기능 역시 무시하지 못하기에 술은 인류 역사와 함께 완전 폐기 처분되지 못하고, 이렇게 오늘도 우리 곁에서 살아 숨을 쉬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단적인 예로 술을 대체할 만한 서로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대화를 자연스레 풀어나가게 도와주는 촉매제는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했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영 주목을 못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것이 있다면 왜 인간들이 다음날의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오늘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술에 불나방처럼 달려들겠는가?


동료들과 술을 마시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기뻐서, 아기가 태어나서, 화가 나서, 우울해서,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아서, 거래처가 거래를 끊어서, 그냥 마시고 싶어서 등등.

흔히 혼자 술 마시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는 경향이 많기에 최소 1명 이상과 술을 마시게 된다.

보통 두세 명이 마시면 혼자 술값을 계산하는데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다섯 명이 넘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무리 중에 동료들을 이끌 수 있는 카리스마가 강한 친구가 술자리를 조율하지 않는 이상 술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개념 없는 동료가 “2차로 위스키를 마시자.”라고 하면 그때는 게임이 끝난다.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한다.

같이 어울려 놀았음에도 술 마시자고 한 친구가 다 돈을 내야 한다고 우기는 동료, 본인이 술을 제일 많이 마셔 놓고서도 억지로 마셨는데 왜 술값을 내야 하냐고 따지는 동료, 아내에게 허락받고 돈을 주겠다는 동료, 술은 마시지 않고 안주만 조금 먹었으니 자기는 돈 낼 필요가 없다고 따지는 동료, 경제력이 가장 떨어지기 때문에 한 푼도 낼 수 없다고 호소하는 동료.

연인과 여행을 같이해 보면 상대방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듯이, 동료들끼리 술을 마셔보면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는 주당(酒黨)들이 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갹출 문화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술값을 모두 내는 동료가 있다면 할 말 없지만, 대부분의 샐러리맨은 가난하다. 


어느 통계조사에 의하면 ‘본인의 경제 수준은 어느 정도 되는가?’라는 응답 결과, 75% 정도가 중류층 이하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샐러리맨은 불쌍하다.

임금인상률에 비해 물가 인상률은 엄청나게 올라간다.

내야 할 세금은 무척 많다.

샐러리맨은 국가의 ‘봉’이다.

동료 문화는 단어 그대로 같이 움직여야 함을 의미한다.

술친구는 더욱 그렇다. 


싫든 좋든 일단 동료들과 술을 마시기로 했다면 지갑에 돈을 챙겨야 한다.

술자리를 주도했던 동료에게 몇 명이 모이기로 했는지를 알아본다면 대략 술값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

돈에는 친구도 가족도 없다.

인디언 선물(Indian Gift)을 기억하라.

돈이 없다면 다음에 당신이 술 한번 사겠다고 하라.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동료들과의 인간적 유대관계를 오래도록 지속하는 지름길 중의 하나다.


(Dall-E 이용, Prompt: 양복을 입은 직장인 30대 남성 3명이 호프를 마시면서 얘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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