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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Feb 07. 2019

KPI가 피곤한 이유

동기부여를 통한 미션의 달성에 있음을 잊지 않는 것!  


집단지성에 참여할 수 있는 손쉬운 수단들로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구직 시장도 정보 비대칭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가 미국의 ‘글래스도어(Glassdoor)’의 국내 버전 격인 ‘잡플래닛(Jobplanet)’입니다. 이직 의사가 있을 때 한 번 이상은 방문해 본 서비스일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어느 회사의 리뷰를 보다가 전현직 직원들 여러 명이 일관된 코멘트로 회사를 평가한 것을 보았습니다. 바로 ‘회사에 KPI만 있다, 직원은 KPI 달성하는 부품이다, 전체적으로 KPI 때문에 너무 힘들다’란 내용들이었습니다. 피터 드러커가 오래전에 외친 MBO(Management By Objective) 식 경영관리, 목표를 미리 계획하고 목표를 달성한 것을 알 수 있는 핵심 지표를 개발하고 합의를 거쳐 성과를 측정해서 평가하는 일. 이 일이 모두에게 고역이 되고 있는 회사라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이 회사만의 것은 아닙니다. 규모가 있는 기업은 모든 직원들의 퍼포먼스를 확인하기 힘든 구조 때문에 목표 관리가 기계적으로라도 존재할 수밖에 없고, 작은 기업은 뭔가 주먹구구의 방법을 멋어나 경영이란 걸 해보고 싶은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이런 목표 관리를 하니까 적용해 보고 싶고. 모두 해야만 하는 제도로서 본질보다는 형식 자체에 더 몰두하는 모습입니다. 제가 몇 년 전에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도 비슷한 고민을 꺼낸 적이 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가 고민한 ‘관리  




조직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현상의 시작은 경험적으로 실력이 있는 실무진의 이직입니다. 허리급의 이탈은 회사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한 번에 나타내고 있는 현상입니다. 마치 오랜 기간 건강하지 않은 습관이 있었던 사람이 과거의 체력만 믿다가 처음으로 병이 나타나는 순간 같은 것이죠. 이미 체질적으로 나빠진 상태가 병이 하나씩 드러나고 합병증이 오면서 너무 늦어버린 시기가 되어서야 대증요법으로 치료해서는 안된다고 알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MBO를 통해 경영 관리를 하는 기업에서도 허리급 인재가 이탈하는 원인은 명목적으로는 개인의 비전이나 회사의 전망이겠지만 실제적으로 대부분은 평가와 보상 및 대우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합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와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는 것은 실리적인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도 겉으로 욕은 해도 좋은 평가를 준 상사를 계속 욕할 직원은 실제로는 별로 없습니다. 인간은 매우 실리적이기 때문이죠.  




1. 동기부여를 잃어버린 목표 하달 


제가 쓴 [회사언어 번역기]에서도 한 챕터로 다룬 내용이지만 피터 드러커가 주장한 MBO는 기계적인 테일러식 숫자놀음이 주목적이 아니었습니다. 과학적 측정과 기계적인 피드백이 MBO를 주창한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죠. 드러커는 조직 단위에서 마구 내리고 참견하는 목표 달성 방법이 아닌 개인 스스로 동기부여받아서 도전하는 차원으로의 발전을 위해 MBO를 주장했습니다. 목표의 설계 자체는 조직 전체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다분히 중앙 차원의 목표에 연동되는 성격을 가졌지만 그것의 실행은 결국 개인 단위에 동기부여라는 것이죠. 다소 아이러니한 이 주장은 쉬운 말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보와 도구에 대한 실무자까지의 직접적인 전달과 조직 전체를 움직이는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통해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11화 “목표가 낮아요” – 근거 없이 세우는 과도한 목표  




정보의 하달이 아닌 정보의 직접적인 전달


드러커가 매니지먼트가 이뤄질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던 이 내용은 사실 조직이 커질수록 가장 안 지켜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일의 시작이 무슨 의도에 의해 기획되었는지, 이 일을 바라보는 이해 관계자들의 읜견은 어떤지, 이 일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은 어디에 준비되고 있고 확보하기 위한 지원이 있는 것인지, 이 일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은 일부라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일부 내용에서 고개를 젓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정보와 자원 자체가 관료화되어 있기 때문이죠. 실무자는 그 위 상사를 통해 일의 배경을 듣게 되고 그 상사는 그 위에 상사를 통해 듣게 되고, 발의와 실행은 별개의 조직에서 하고 책임 또한 나중에 애먼 사람이 지게 되는 상황에서 일이 정상적인 의도로 추진될 리 없습니다. 회사에서 정보를 쥐고 선별적으로 뿌릴수록 조직은 목표를 향한 경영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우리 조직의 상태를 생각해보면 수긍이 갈 것입니다.


방법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조직의 보고 라인 자체를 줄이고 기존 조직 체계에서 실무 단위의 네트워크 형태의 가변적 조직 체계로 실무를 프로젝트 단위로 이동할 수 있고 정보 공유를 반드시 실무진 모두에게 직접적으로 처리하고 보안이란 이름으로 기득권의 권력을 유지하는 사내 정보망을 파괴하는 방법입니다. 알지만 일부 기득권의 반대로 못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기득권을 몰아낼 수 있는 분은 이걸 실제로 하면 되고, 그렇지 못한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곳으로 가든지 아니면 좋은 날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겠죠. 




조직 전체를 움직이는 비전


단순히 일의 배경이나 인풋을 위한 정보만으로 개인이 동기부여되어 목표 성취를 달려가는 일은 벌어지기 어렵습니다. 실리와 명분이 중요한 것이라면 이후에 나눌 내용인 실리는 차치하고 명분이라도 다 드러나야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라도 하겠죠. 조직의 레벨 단위로 목표가 가장 상위에 있는 조직의 비전과 미션을 따라서 내려간다고 할 때, 가장 중심에 있는 조직의 비전에 대해 조직원 모두가 공감대가 있어야 합니다.


*전략 위에 철학이 있다 


지금 개인이 해야 하는 목표가 이런 비전에 입각해서 진행되는 일이 아니라면 개인도 내가 하는 일이 조직 내에서 중요한 성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불필요한 일이고 실제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것저것 사업을 벌이는 조직에서 조직의 비전 셋업, 즉 조직원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일을 계속 추진한다는 것은 스스로 조직이길 포기하는 격입니다.


일본항공(JAL)이 부도에 처하고 일본 경영의 신 중 한 명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가 구원투수로 일본항공의 회생절차를 진두지휘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한 것이 조직원 전체에 같은 미션을 전파했다는 것입니다. 중간 간부급 이상을 정기적으로 모아서 경영 철학을 공유하고 그것은 실무진까지 전달되었습니다. 경영기획 조직에서 실무진과 상관없이 보고서를 위해 만들어내던 목표들도 실무자들이 자기 목표를 당연하게 알 수 있도록 실무진에서 목표가 오도록 바꾸었습니다. 이것은 사실상 위에서 내린 숫자를 기계적으로 나누어서 마치 스스로 만든 목표인 듯 쇼를 하는 문제 있는 기업과는 다른 방식의 것입니다.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조정되고 합의되는 진정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조직의 미션이나 비전도 공유하지 않는 군대문화 회사에서는 당연히 이것도 없습니다.  




2. 있으나 마나 한 목표에 따른 보상 


목표의 달성 여부가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부정적인 모습에 더 중점을 두고 평가되고 이후 영향을 미치는 데 한국의 MBO는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목표 자체는 높게 잡으면서 목표에 대한 달성을 하면 ‘그냥 회사원이었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수준의 보상과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하면 ‘조직과 나는 남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풍조는 이 제도가 계속될수록 개인에 대한 동기부여를 떨어뜨리고 더 나은 보상을 말하는 조직으로 우수한 인재의 이탈을 방조합니다. 상대적인 비율로 평가하는 상대평가는 이런 부작용을 더 부채질합니다. 동적인환경인 비즈니스에 일관된 룰로 틀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 상황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죠.  




왜 인사제도는 몇십 년 전에 머물러 있나


최근에야 직급도 없애고 호칭도 없애는 회사가 있긴 하지만 아직 대부분 회사는 과장, 차장, 부장 이런 명칭이 들어가는 70년대 이전에도 있었던 이름의 직급을 씁니다. 처음 이 제도는 각 부서의 조직 내 위상에 따른 관리자의 정확한 직급을 규정하기 위해 활용되었으나 이 제도가 스스로 만든 구조로 인한 승진 지연에 따른 인사 적체, 이로 인한 직급 본래 취지보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낳고 조직 간 이해관계의 정치가 가중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 보수적인 틀은 피라미드 형태로 직급을 유지하려는 명목 하에 실제적으로 인건비에 대한 지출을 억제하고 이로 인해 상대평가 내에서 상대적인 일부 실력자들을 조직에서 퇴출시켰고 조직을 평가의 양극만 남겨두게 만드는 부작용을 고착화시켰습니다. 누구를 위한 인사제도일까요? 아마 인사 조직 자체를 위한 인사제도일 것입니다.


이런 틀은 MBO를 통해 개인이 KPI달성을 했는지 여부를 순수하게 판단하지 못하게 하고 상대적인 수준에서의 재평가 필터링을 한 번 더 거치게 되어 모두 달성을 해도 일부는 저평가받게 만드는 이상한 모습을 가져오게 만들었습니다. 보상 자체도 고민의 흔적 없이 KPI 달성은 개인의 성과급 비율이 여전히 보수적으로 반영되어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직원을 대우해 줄 수 없는 기현상을 낳기도 합니다.  




왜 그것이 정규직 해고의 유연성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가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면 꼭 나오는 것이 기업 내 피고용인이 정규직일 때 해고의 유연성이 없어서 그런 보수적인 보상을 해야 재무구조에 영향이 적다고 말하는 주장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을 스스로 망각한 발언입니다. 기업가 정신은 조직원을 혁신적으로 자르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채용이 제대로 되었다면 이후는 회사가 책임을 지고 개인의 혁신성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가 조직 내에서 벤처기업 같은 문화나 업무 분장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도 그것이 지켜지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캐시카우에서 수익을 안정적으로 벌고 최적화에 대해 골몰하는 직원에게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강요하지 말라고 드러커는 저서에서 말하지만 국내 기업 중에서는 전 직원에게 프로젝트를 강요하고 운영과 프로젝트를 동시에 시키는 기업도 많습니다. 모두 혁신적인 방법을 가질 수는 있지만 모두 혁신적인 주제를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개인의 업무 강도와 정말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집중도 보장하지 않으면서 목표와 성과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평가자의 직무유기인 것이죠.


이런 피로감은 조직 내부에서 곧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수동적으로 할 것만 취하는 전형적인 관료를 양산하게 됩니다. 혁신과 기업가 정신은 환경에 대한 적응이 빠른 사람부터 사라질 수밖에 없죠. 이런 토양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무리 평가와 보상과 페널티를 말해도 결국 보고서와 말 뿐이지 실제적인 변화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증 요법으로 겁주고 으르는 것으로 될 일이 아닌 것이죠. 정규직 고용의 경직을 운운하기에는 그것이 목적하고 있는 토양 자체가 썩었습니다.  




3. 중요한 것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숫자만으로 MBO의 취지를 말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한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이스라엘이나 실리콘밸리처럼 실패한 기업가에게도 재기할 생태계가 주어져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직원들의 평가에는 냉혹합니다. 신뢰를 심어주지 못하는 ‘타자화’가 만연합니다.


목표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거나 실패해도 기업에서 미래 사업을 전망으로 뛰어든 일에 대한 것이라면 도전에 대한 평가는 KPI 달성과는 별도로 진행되어야 다시 도전할 토양을 만들게 됩니다. 이런 노력은 조직원으로부터 하나의 조직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단순히 양적으로 일을 달성했느니 못했느니라는 생각보다는 하찮은 일로 보이고 그것에 대해 일반적인 KPI로 목표를 잡아도 그게 일을 추진하는 배경이나 환경에 따라 질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 세심한 고려가 있어야 하나의 조직은 완성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자가 여유가 없거나 관심이 없다면 여전히 일상적인 평가와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대한 피드백만 조직을 채울 뿐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성공과 성취를 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어떤 피드백을 조직원에게 줄 것인지 더 세심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다른 직원들도 그 직원의 평가와 회사에서 대하는 태도를 보고 있기 때문이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고 한 번의 실패로도 저렇게 처해질 수 있다는 모진 불신이 그 속에 있습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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