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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Jun 27. 2022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능력이 출중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높은 직책을 맡게 되면 결국 그 자리에 걸맞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죠. 필자도 젊은 시절엔 이 말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경험을 해보니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무는 잘했는데 직책을 맡기면 책임감과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높은 직책을 맡으면 지시만 하며 입으로만 일하려는 사람도 있지요. 반면 젊은 나이에 팀장, 임원을 맡아도 훌륭하게 잘 수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리가 꼭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따름입니다.   




 회사의 특성에 맞게 조직을 구상하라  







 회사의 조직도를 보면 의사결정 단계와 결정권자 등을 알 수 있습니다. 회사가 기능 중심인지, 제품 중심인지, 고객 중심 인지도 알 수 있죠. 회사의 규모와 특성에 따른 운영 체계를 보여주는 것이 조직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회사의 경우 사업 특성이나 규모에 맞지 않게 조직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조직도를 보면 뭔가 이상합니다.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팀장이나 해당 임원에 지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첫째는 아직 규모가 작은 회사인데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조직도를 만드는 경우입니다. 인원도 몇 명 되지 않은데 조직도는 거창합니다. 회사가 좀 커 보여야 고객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각 조직에 1인 팀장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꼭 있어야 할 조직 같아 조직도는 그렸습니다만, 마땅한 적임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창업 멤버들이 자신의 경력과는 전혀 무관한 팀을 맡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팀장 자신도 해야 할 일을 잘 모르지만 팀원을 뽑았을 때도 명확한 업무 지시를 할 수가 없습니다. 


 둘째는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자꾸 큰 회사의 흉내를 내는 경우입니다. 사업부제나 본부제를 하려 합니다. 부서(팀)장급 직원들의 나이가 많거나 외부에서 연륜 있는 사람을 영입하면 그에 맞는 직책을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이 되면 중소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이라는 장점이 없어지게 됩니다. 결재라인이 하나 더 만들어지면서 결정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죠. 거기에다가 조직이 관료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습니다.


 인력풀이 없는 회사는 사업부장이나 본부장을 할 최적의 인재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 사람이 2개의 사업부장을 겸직하게 됩니다. 심지어 사장이 겸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업부제나 본부제를 만든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죠. 옥상옥이 될 뿐 아니라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에 자리를 맞추지 마라  







 셋째는 사람에 조직을 맞춘 경우입니다.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조직과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앞에서 언급한 첫째나 둘째 경우는 현실적으로 이해가 갑니다만, 사람에 조직을 맞추는 것은 회사를 큰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능력은 없지만 사장이 편애하는 임원이나 팀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몇 년간 해외로 나갔다 온 사람도 있습니다. 이럴 때 사장은 그 사람을 위해 궁여지책으로 조직을 만들게 됩니다. 이때 업무 성격이 불분명한 팀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입니다. 직원들은 대놓고 반발은 하지 않지만 그 사람을 따르지 않습니다. 위계질서는 없어지고 팀워크는 엉망이 됩니다. 서로가 상대에게 책임을 전 가하고 비난하는 일이 지속됩니다. 


넷째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2세에게 높은 직책을 주는 경우입니다. 전형적으로 사람에 자리를 맞추는 경우라고 볼 수 있죠. 사장의 입장에서는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직원들은 자본주의의 현실을 실감하는 것이죠. 2세라는 이유로 회사의 중요한 직책을 차지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상실감을 느끼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시스템이 부재하고 직원 맨파워도 떨어지기 때문에 2세의 능력이 월등하지 않은 이상 제 역할을 해내기가 어렵습니다.   




지나친 조직개편은 금물 


 





 마지막으로 지나지게 조직개편을 자주 하는 경우입니다. 무슨 연례행사처럼 조직개편을 합니다. 조직 개편이라는 것은 회사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적의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또 거기에 맞게 사람을 배치하는 것이죠.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라면 그 속도에 맞게 조직개편을 자주 할 수는 있습니다. 


 반면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는 회사의 잦은 조직개편은 문제가 있습니다. 사장은 단순히 현재의 조직이 원활히 운영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자꾸 조직과 사람을 바꿉니다.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사람인데 조직만 바꾼다고 회사가 달라질까요? 잦은 조직개편은 직원들에게 불안감만 조성하게 됩니다. 직장이라는 것은 안정성과 연속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매번 조직을 바꾸게 되면 본인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기 어렵습니다. 


 소규모 중소기업에서 조직 개편과 함께 직원들 보직을 바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능력이 있어 다른 보직을 주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없다고 팀과 보직을 바꿉니다. 그런데 그런 직원을 새로운 팀장이 좋아할까요? 또 작은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팀을 자주 옮긴 그 직원의 경력은 어떻게 될까요?


 어떤 조직에서든 사람을 쓸 때는 적재적소의 원칙이 중요합니다.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올바르게 써야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합니다. 중요한 직책에 능력과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을 쓰게 되면 엄청난 손실과 후유증을 초래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들이 계속되면 회사는 내부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고 생각하기 전에 ‘그 자리가 정말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자리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회사가 내부적으로 위기를 겪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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