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뷰티아이템 중 일부가 품절대란을 불러일으키며 인기를 끌고 있다. 화장품 전문점이 아닌 다이소 제품이 MZ세대들에게도 인기인 걸 보면 가성비뿐 아니라 품질면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일반 소매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할인점은 다이소 이전에도 있었다.
나라마다 ‘천원샵’, ‘백엔샵’, ‘달러샵’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글로벌하게는 ‘달러스토어’(Dollar store)라고 부른다. 예전엔 천원샵이라고 하면 소위 싸구려 제품을 판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다이소의 성공으로 가성비 좋은 매장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캐나다에 있는 필자 역시 가끔 한국을 방문할 때면 잊지 않고 방문하는 곳 중에 하나가 바로 다이소다. 캐나다에도 달러스토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1992년에 래리 로시(Larry Rossy)가 창업한 달라라마(Dollarama)다.
달라라마는 캐나다 달러스토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한국보다 적은 4천만 명의 인구를 가진 캐나다의 달러스토어라고 해서 평범한 브랜드가 아니다. 바로 전 세계 리테일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백화점, 대형할인점, 소매체인점, 달러스토어 모두를 통틀어도 달라라마의 최근 회계연도 영업이익률 30.2%는 압도적이다.
캐나다의 대표 소매체인점인 캐내디언타이어(15.9%)나 미국 최대 달러스토어 가운데 하나인 달러트리(15.8%)의 2배에 달한다. 또한 대형할인점인 타겟(11.2%)이나 백화점 체인인 노드스트롬(9.3%)과는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참고로 다이소의 2022년 영업이익률은 8.1%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달라라마의 매출을 들여다보면 놀라움 그 자체다. 2023년 회계연도(2022년 2월~2023년 1월) 매출은 무려 50.5억 캐나다달러, 한화로 약 4.8조 원이다. 캐나다 전역에 1525개 매장이 있다. 한국의 다이소와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다이소 역시 달라라마와 비슷한 1500여 개 매장이 있고, 비슷한 시기인 2022년 한 해 실적은 3조에 조금 못 미친다.
비슷한 매장수를 가지고 달라라마가 60%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캐나다 인구는 우리나라(23년 기준 5180만 명)의 77% 수준인 4천만 명이 겨우 넘는다. 게다가 영토는 우리나라의 100배에 가까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영토를 자랑한다. 더 넓은 영토에서 더 적은 인구를 대상으로 비슷한 수의 매장을 운영하지만 매출은 60% 이상, 영업이익률은 4배 가까이 높게 거두고 있는 것이다.
달라라마는 지분 인수 방식으로 2019년 라틴아메리카에도 진출했다. 달러스토어 브랜드인 달라시티(Dollarcity)의 지분 50.1%를 인수한 것이다. 달라시티는 현재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페루 등에 458개 매장을 두고 있다. 2022년 7억 3750만 달러(9539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달라라마가 Kantar BrandZ가 선정한 2023년 캐나다 브랜드 가치 10위에 올라 있다는 것이다. 다이소가 한국에서 브랜드 가치 10위라면 놀랍지 않을까? 캐나다 브랜드 가치 1위부터 9위까지는 룰루레몬을 제외한 모든 브랜드가 금융기업 아니면 통신기업이다. 그 가운데 달라라마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달러스토어가 브랜드 가치까지 높다는 것은 사업은 물론 고객 만족 부문까지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달라라마의 가치는 주가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5년 동안 주가는 200% 가까이 증가했다. 그것도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시가총액은 276억 캐나다 달러로, 한화 26조 원에 달한다. 인플레이션과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 세계 달러스토어 브랜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곤 하지만 미국에 본사를 둔 경쟁사인 달러트리의 주가가 5년간 40%에 못 미치는 성장을 거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세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규모면으로 보나 브랜드 가치, 주가 흐름으로 보나 캐나다를 넘어서 글로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달라라마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인스타그램에 ‘달라마마의 발견’(#dollaramafinds)을 검색하면 5만여 개의 포스팅이 올라와 있다. 달라라마에서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찾은 소비자들이 SNS에 공유하는 것이다. 이제는 1캐나다달러 제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최대 5 캐나다달러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소득층에 어필할 수 있는 보물찾기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제품들을 구비하고 있다.
달라라마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달라라마가 최근 발표한 2024년 회계연도 반기(23년 2월~23년 7월) 보고서를 보면 흥미로운 결과들이 눈에 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장 매출이 16.3% 증가했는데, 평균 거래 금액은 1.9% 증가에 그친 반면 총 거래수는 무려 14.1% 증가한 것이다. 즉, 가격 인상이나 방문할 때마다 더 많은 제품을 샀다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달라라마를 찾고 있다는 뜻이다.
달라라마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구매 가치가 있는 제품이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주머니 사정을 공략한 가격 정책 때문이다.
달라라마 제품 중 63%는 자체 브랜드(Private lable)다. 많은 달러스토어들이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달라라마는 특히 시중의 일반 제품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크게 뒤지지 않는 품질을 자랑한다. 달라라마는 창업 이듬해인 1993년부터 중국, 터키, 베트남 등지에 허브를 소비자구축해 직접 소싱하는 프로그램을 구축해 왔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달라라마 자체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마치 대중적인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특히 문구류와 보관 용기 등이 이런 이유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레딧(Reddit)에 올라와 있는 달라라마 리뷰를 보면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다. 특히 새 학기를 시작하는 대학생들을 비롯한 소비자들이 식기 등 주방용품을 구입하기 좋은 곳이라는 후기가 많다.
한 푼이라도 절약해야 하는 이들 입장에선 달라라마에서 먼저 필수품들을 구입하고 차근차근 살림을 채워나가는 편이 부담을 덜할 수 있다. 캐나다의 경우 인건비가 높아 차량 수리, 집 인테리어 등을 개인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은데 페인트 용품 등은 일반 철물점과 비교해 절약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다.
필자도 얼마 전 딸아이 생일 용품 일부를 달라라마에서 구입했다. 파티 전문 매장에 가면 5캐나다달러 이하 제품을 찾기 힘든데 반해 달라라마에선 파티 용품, 포장지 등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실제로 생일 파티 답례품으로 여자 아이들 머리 고무줄을 구입했는데 친구들 만족도가 높았다.
달라라마의 가격 정책은 어떻게 변했을까? 1992년 창업 당시 달라라마는 모든 제품을 1캐나다달러에 판매했다. 그리고 2009년 IPO와 더불어 1.25~2 캐나다달러 제품을, 2012년엔 2.5~3 캐나다달러 제품을 선보였다. 이후 2016년엔 3.5~4 캐나다달러 제품을, 최근인 2022년엔 5 캐나다달러 제품을 내놓았다. 참고로 최저가 제품은 1달러가 아닌 0.87캐나다 달러 제품이다. 2024 회계연도 상반기(23년 2월~7월) 매출에서 1.25캐나다달러보다 비싼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81.9%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동기(77.6%)에 비해서 4.3%p나 증가한 수치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2022년 5캐나다달러 제품을 선보였을 때 달라라마(Dollarama)의 이름을 Five Dollarama로 바꿔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달라라마의 가격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 이때도 모두 진열대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부패하기 쉬운 식품이나 냉장 또는 냉동이 필요한 고가 품목은 제외했다.
2023년 9월 달라라마 CEO 네일 로시(Neil Rossy)는 “소비자들이 ‘가치 추구형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하고 “달라라마의 5캐나다달러 가격대 제품들이 잘 자리 잡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의 구입 가격보다 더 많은 가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가격 상승 압박을 최대한 감당한 후에야 최고 가격대를 인상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달라라마는 인플레이션과 원가 상승을 감안해서 최고 가격대를 정하고 그 안에서 가성비 갑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2년 인상했을 당시에도 가장 큰 요인은 식료품 품목의 확대였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일단 소매업체에서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라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이에 달라라마는 소비자들이 일반 소매점에서 구입하기에 부담스러운 식료품들을 소량에 낮은 가격대에 살 수 있도록 식료품 품목을 확대했다.
달라라마에서 판매하는 제품군은 일반 제품(41%), 소모품(45%), 홀리데이 제품(15%) 등 크게 3가지다. 세 제품군 모두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홀리데이 제품은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효자 제품군이다. 여기엔 계절 제품은 물론이고 크리스마스, 부활절, 핼로윈 등을 주요 홀리데이가 포함된다. 특히 캐나다는 홀리데이를 제대로 즐기는 나라다.
예를 들어 핼로윈이나 크리스마스 등 가 되면 집안은 물론이고 집 밖에도 특색 있는 조명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집들이 많다. 주택가 지역의 경우 차로 지나가다 보면 집집마다 꾸며놓은 모습들을 즐길 수 있다. 장식뿐만 아니라 가족들, 친구들끼리 모여 파티를 열거나 선물 교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다.
홀리데이를 즐길 줄 알기에 그만큼 지출도 크다. 이들에게 달라라마는 정말 보물 창고와 같은 곳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캐나다 가구 중 65%가 홀리데이 선물을 달러스토어에서 구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비용 부담도 덜하면서 동시에 선물할 정도로 품질 만족도도 높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이는 캐나다 달러스토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달라라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러 할인점 중에서도 달러스토어의 마진율은 높은 편이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저렴한 가격대에 제품을 제공하지만 단위 무게당 가격은 저렴한 것은 아니어서 수익률이 좋다. 예를 들어 코스트코에서 대형 식용유를 구입한 것보다, 달라라마에서 소형 식용유를 구입하는 것이 단위당 가격은 높다. 또한 대형 할인점과 달리 주거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달러스토어는 우리나라의 편의점과 같이 접근성이 유리한 장점이 있다. 실제로 캐나다 가구 85%의 반경 10km 이내에 달라라마 매장이 있다.
캐나다 영토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굉장히 효율적으로 매장이 입점해 있고 이는 소비자 입장에선 상당한 매력 포인트다. 한국과 달리 차 없이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캐나다 환경을 생각할 때 10km는 차로 10분 거리로 말 그대로 생활 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자녀들이 마음 편히 자기들 용돈으로 마음껏 군것질할 수 있는 곳이 다름 아닌 달라라마인 것도 같은 이유다.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낮은 것도 유리한 점이다. 코스트코를 방문할 때는 동일 제품에 여러 브랜드 제품이 있기를 바라지만, 달라라마를 방문할 때는 동일 제품에 단일 브랜드만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공급업체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들은 동일 제품에 독점 브랜드만 있어도 가격이 저렴하다면 충분히 이해한다.
여기에 지난 10년 간의 인플레이션과 팬데믹은 달라라마의 성장을 촉진했다. 거기에 고령화와 가구 구성원 수 감소로 인해 이제는 가족 단위로 구매하기보다 소량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물론 이커머스의 출현으로 오프라인 매장 전체가 타격받고 있지만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배송 멤버십 결제에 관심 없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형 오프라인 할인점들이 디지털 경쟁에 뛰어들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여파로 인해 달러스토어는 오히려 오프라인에게 그 입지를 강화했다.
미국에 약 4000개 매장을 두고 있는 달러스토어 달라트리(Dollar Tree)는 캐나다에 약 230개 매장을 두고 있다. 중국계인 미니소(Miniso) 역시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캐나다에도 진출해 있다. 뿐만 아니라 달러스토어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일반 소매 업체 가운데도 이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업체들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캐나다에서만큼은 달라라마의 입지가 독보적이다. 캐나다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영토에 한국의 다이소와 비슷한 매장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확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물론 인구 밀집 지역이 미국 국경 지역에 몰려 있지만 아직까지 인구당 달러스토어 수는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달라라마가 분기 보고서 때마다 강조해서 보여주는 지표들이 있다. 바로 북미 경쟁사들과 주요 지표를 비교한 장표다. 최근 3년간 매장 증가율, 현금 흐름, 운영 마진, 자본투자 대비 수익 모두 캐나다는 물론 미국의 경쟁사와도 비교해서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현재 북미에서 가장 큰 달러스토어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달라트리(Dollar Tree)다. 하지만 운영 마진의 경우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며, 자본 투자 대비 수익률 역시 2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캐나다의 다른 달러스토어들과의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경쟁 업체들과 비교해도 절대 수치는 부족해도 평균값은 이미 앞서고 있다. 이 부분은 주가에도 반영되어 미국 달러스토어들은 좋은 실적에도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지만, 달라라마는 반대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지속적인 압박은 달라라마 역시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로시 CEO 역시 2023년 12월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에서 “종이, 플라스틱, 호일, 청소용품, 기본 건강 및 미용 관리 제품, 반려동물 사료, 제과, 음료, 스낵 및 기타 식품으로 정의되는 소모품 카테고리에서 이러한 증가가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도 로시는 “소비자들은 달라라마를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한다”면서 “고객들의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가치 전달과 편의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지인 친구가 캐나다에 와서 달라라마를 갔다가 실망했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 캐나다의 다이소라고 해서 큰 기대를 하고 갔다가 투박한 컨셉의 매장에 실망했던 모양이다. 아내와 대화하다 ‘결국 그 사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달라라마의 단골이 되어 있을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
그만큼 달라라마의 제품이 주는 메리트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선택지도 별로 없다. 인플레이션 시대가 낳은 스타라고 할 수 있는 달라라마. 캐나다의 다이소는 절대 아니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임에는 틀림없다.
Mark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