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서비스 기획 직군을 준비 중인 후배가 여럿 있어서 어떤 공부를 하고 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하나같이 ‘화면설계서 작성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답한다. 물론 실제 업무에서 화면 설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후배들이 ‘화면 설계를 하기 위해 기획자를 하려는 사람’처럼 공부하고 있었다.
‘기획’의 사전적 정의는 ‘일을 꾀하여 계획함’, ‘앞으로의 할 일의 절차, 방법, 규모 따위를 미리 헤아려 작정함. 또는 그 내용’이다. 즉, 서비스 기획자는 앞으로 우리의 목표를 구체화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미리 계획하는 사람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화면 설계’라는 것은 우리의 목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절차에 불과하다. 흔히 사용하는 2W1H(What-Why-How) 방법론으로 비유하면, 목적/목표는 ‘무엇(What)’과 ‘왜(Why)’에 해당하며, 화면 설계는 ‘어떻게(How)’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모든 기획은 ‘무엇을(What)’ 그리고 ‘왜(Why)’에서 출발한다. ‘어떻게(How)’가 먼저 오는 경우는 없다. 업무를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 어떻게(How)에만 생각이 함몰되다 보면, 우선순위가 항상 어떻게(How)가 먼저 오게 되고, 무엇을(What), 왜(Why)는 어떻게(How)를 정당화하는 수단에 불과해진다.
한 번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카카오에 재직 중인 시니어 PO분께 첨삭을 요청드린 적이 있다. 그때 ‘해결과정은 좋은데 알맹이가 아쉽다’라는 피드백을 받았었다. PO분께 물어보니 ‘면접관으로 참석해 보니 How는 대부분 잘 해오는데, What과 Why가 부실한 경우가 많더라’라고 답해주셨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이런 걸 해결하려 했어요’가 아니라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해결했어요’에 더 집중한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화면 설계 뭉치만 포트폴리오에 잔뜩 실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게 앞에서 말했던 ‘알맹이가 없다’는 말이다.
화면 설계서, 요구사항 정의서와 같은 문서 작성은 솔직히 상황이 닥치면 다 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배워도 늦지 않다. 그러나 문제 해결력은 기본 역량과 같아서 이런 스킬이 부족하면 잘못된 문제를 정의하고, 엉성한 해결방법이 도출되며, 결과 또한 헛발길질을 하는 꼴이 된다.
그런 점에서 ‘문서 작성법’ 강의보다는 ‘문제를 사고하는 방법’에 관한 강의, ‘다른 기업에서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였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나라면 어떻게 해결했을지’를 배우고 학습하는 게 훌륭한 기획자로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 화면 설계는 이해관계자 당사자 간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 정말 중요한 것은 문서 밖에 있다. 문서 작성법 강의에 휘둘리지 말자.
-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화면 설계 능력이 아닌 문제 해결력을 키우자.
오늘은 ‘화면 설계서 그리는 방법’이 아닌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최근 재밌게 보고 있는 유튜버 ‘판교 뚜벅쵸’님이 올린 영상 하나를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채드윅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