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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Apr 26. 2023

오토바이 좀 타지 말라고 이년아

 여동생은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한다. 대학원 다니면서부터였나 웬 흰색 스쿠터를 하나 끌고 왔다. 그때야 네가 스쿠터를 몰건 경운기를 몰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영화 찍는다고 나도 내 멋 내느라 바빴으니까. 뭣보다도 오토바이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다. 워낙 많이들 탔고, 가끔 사고 난 걸 목격한 일도 있긴 하지만 가벼운 접촉 사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소방서에 들어오고 보니 사정이 달랐다.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람이 죽었다. 사고 수 대 사망자 수의 비율로 치자면 오토바이 쪽이 자동차보다 월등할 것이다. 남쪽 나라로 이사 간 여동생은 밥이 입에 맞는지 살이 푸짐하게 올랐다. 그렇다고 맨몸이 에어백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택도 없다.


 노골노골한 주말 오후였다. 오토바이 단독 사고 신고가 들어왔다. 처음엔 그냥 누워있다는 지령이었다가 출동하는 동안 숨을 쉬지 않는다고 내용이 바뀌었다. 현장을 확인해야 정확해지지만 일단 외상성 심정지라 짐작했다.

 심정지는 심장 그 자체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심인성을 비롯해서, 벌 쏘임 등의 급성 알레르기 증상으로 인해 혈관이 갑자기 확장되면서 발생하는 것, 흔하지는 않지만 저혈당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바람에 발생하는 것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최악은 외상성이다. 현장에 도착하면 미약하게나마 살아있던 심장이 소생술을 하는 동안 멈춰버린다. 아니면 병원에 환자를 싣고 가는 중에 멈춘다. 뭐 어디가 망가져서 그런지 짐작도 하기 어렵다. 머리가 부서졌나, 골반이 박살 나서 내부 출혈이 너무 많은가, 가슴막 어딘가 구멍이 나서 공기가 들어차는 바람에 심장을 압박하고 있나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르지만 딱 거기까지다. 외상성 심정지는 구급차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가드레일 너머 헬맷을 쓰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호흡과 맥박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한 사람이 가슴압박을 진행하는 동안 다른 두 사람이 경추 손상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동작으로 헬맷을 벗기고 경추보호대를 채웠다. 머리뼈가 안에서 부서졌는지 눈두덩과 귀 뒤쪽에 푸릇푸릇한 반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100킬로를 넘나들며 맨 몸뚱이로 달리는데 이까짓 헬맷은 진짜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바람막이다. 짜증이 확 솟구쳤다.

 엄지와 검지를 하트모양으로 교차해 앙다문 요구조자의 입을 벌려 아이겔(기도를 확보하는 뱀대가리처럼 생긴 장비)을 쑤셔 넣고 고정했다. 검정색 가죽 라이더 재킷을 입었는데, 지랄 맞게도 튼튼해서 가위로 자르고 벗겨내는데 애를 먹었다. 자동심장압박기를 환자의 가슴에 채웠다. 그렇게 환자를 싣고 병원을 향해 쏘았다. 가는 동안 환자의 동료인지 하나가 오토바이를 끌고 구급차 뒤에 바짝 따라붙어 더더욱 빨리 달리기를 종용했다. 다치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당장 뒷문을 열어 걷어차 주고 싶단 생각이 간절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자동심장압박기를 재차 고정하다가 손가락이 압박기와 환자의 가슴뼈 사이에 끼어들어갔다. 손을 빼니 손끝이 눌려서 피가 질질 흘렀다. 죽은 사람이 앞에 있어서 아픈 티도 못 냈다.


 현장 도착당시 이니셜(최초 심장 리듬)은 PEA로 맥은 없으나 심장에 다 된 배터리처럼 전기신호는 들어오는 상태였지만, 예상대로 이송하는 동안 완전한 무맥으로 바뀌었다. 말했다시피 정확한 원인은 짐작하기 어려웠다. 굳이 원인을 따지자면 오토바이를 탄 게 원인이었다. 괜찮아, 나 진짜 조심해서 운전해. 웃는 여동생 얼굴이 떠올라서 더 짜증이 났다.


 그냥 오토바이를 타지 말라고 이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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