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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May 10. 2023

더러운 이야기

 돌아가셨나. 심정지란 얘긴 없었는데.


 알이 굵은 파리 세 마리가 할머니 얼굴 위로 산책을 나왔다. 손을 훠이 훠이 저어 물려도 가볍게 점프만 뛰었다가 다시 얼굴로 내려앉았다. 그러는 동안 눈썹 하나 까딱 않아서 처음엔 정말 죽은 줄 알았다. 경동맥에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가져다 댔다. 투우웅, 투우웅 느리지만 평화로운 리듬이 느껴졌다. 기름기 없이 밋밋하게 퍼진 할머니의 가슴도 살짝살짝 오르내렸다.


 할머니는 밤새 보일러도 들어오지 않는 거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남편과 둘이 사는 오래된 집이었고, 늙은 남편은 몸에 열이 나서 몸져누운 아내를 일으킬 엄두를 못 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덩치가 좋았다. 치매가 온 지 한참 되어서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하다고 했다.

 자식들이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할머니의 등허리에 간이형 들것을 찔러 넣고 로그롤(log roll: 통나무 굴리듯 몸을 굴려 들것에 환자를 싣는 방법)을 했다. 몸 아래는 밤새 지린 똥과 오줌으로 축축했다. 할머니를 들것으로 옮기는 동안 라텍스 장갑이 똥오줌으로 젖어서 번쩍거렸다. 할머니는 혼자 구급차에 올랐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얼굴에 붙은 파리들이 동승하려 했지만 규정에 없어서 허락하지 않았다.


 열 때문에 격리병실 자리가 날 때까지 꼼짝없이 병원 앞 대기였다. 처치실을 가득 채운 냄새에 처음엔 뒷골이 아찔했지만 그것도 곧 적응이 되었다. 조금 기다리니 할머니의 아들과 딸이라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처치실로 들어왔다.

 엄마, 괜찮아?

 엄마, 괜찮지? 그렇게 얼굴 한 번 비추고 연락처만 남긴 뒤에 어디론가 가버렸다. 두 시간쯤 지났나, 약이 바짝 오른 할머니 아들이 나타나 말했다. 여태 못 들어간 거예요?

 네. 앞에 응급환자들이 많아서요.

 우리 엄마는 응급이 아닌가? 코웃음을 펑펑 치던 그는 또 사라졌다. 신이 날 어여삐 여긴 덕인지 그때로부터 딱 삼십 분 정도 있으니까 간호사 선생님이 나와서 말씀하셨다. 들어가실게요. 전화를 걸어 이제 병실로 들어간다고 전했다. 할머니의 아들과 딸이 곧장 나타났다. 

 보호자 한 분만 출입 가능하세요. 어느 분이 들어가실 거예요?

 우리 큰 형이 들어갈 거예요.

 그분 어디 계시는데요?

 서울에서 오고 있어요.

 말을 마친 아들과 딸은 할머니가 응급실 안쪽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기 무섭게 사라졌다. 할머니가 내내 잠들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없어 빈 들것은 대기하는 동안 할머니가 지린 오줌으로 홍수가 났다. 방수포를 덮어 놨지만 그마저도 다 젖어서 포를 들추자마자 번들거리는 가죽시트가 나타났다. 세척용 티슈를 열 장도 더 썼다. 정리하는 동안 소방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걸렸던 심정지 출동이 떠올랐다. 노환으로 죽은 노인은 이미 시반(중력 때문에 시신 아래쪽에 반점이 생기는 현상)이 나타나서 소생 가능성이 없었고, 시신을 온전하게 보존하려면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곁에 있던 유가족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처음엔 알겠노라 답했지만 시신은 구급차로 이송할 수 없으니 운구차를 따로 불러야 한다는 말에, 그럼 다시 심폐소생술 해주시면 안 될까요 하고 물었다. 당연히 거절했다.

 왜 그때 일이 떠올랐는가는 알 수 없다. 그저 요번에 모셔온 할머님은 집이 아니라 병원에서 돌아가셨으면 하고 바랐다. 그 편이 이래저래 더럽지 않고 깨끗하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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