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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Jun 08. 2023

얼마나 많은 죽음이 거리에

 구급대 휴대전화는 4개 팀이 공용으로 쓴다. 갤러리 앱을 열면 다른 팀이 출동 나간 건의 사진들이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 찔린 상처, 베인 상처, 잘린 상처, 통제불능의 주취자, 불에 탄 시신, 떨어져  죽은 시신, 어른, 아이, 노인 할 것 없이 휴대폰이 개통된 이후로 구급대가 마주한 케이스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구급대원들 중엔 일부러 그 사진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접해보지 않은 케이스에 대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서다. 원치 않았던 충격요법은 덤이다. 시신 주위를 기어 다니는 구더기를 보고 '밥풀이 참 많다'라고 말할 정도가 되었지만, 여전히 어떤 케이스들은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교대하면서 직전 팀이 심정지 출동을 다녀왔다고 전해 들었다. 죽은 지 너무 오래라 심폐소생술이 필요하진 않았다. DOA(Dead On Arrival), 즉 도착 당시에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보니 아주머니는 소파에 팔을 괴고 옆으로 누운 자세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사망 직전에 구토를 했기 때문인지 입가부터 퍼렇게 부풀어 오르며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혼자 사는 분이었고, 부패가 진행되며 발생한 악취 때문에 이웃집에서 신고를 했다. 남들은 평생 맡아볼 일 없는 시취를 매일 맡는 입장에서 얘기해 보자면, 그건 단순한 악취가 아니다. 냄새에서 검고 푸르딩딩한 그림자 같은 게 느껴진다. 냄새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래서 시취가 고인의 집 현관문 틈을 비집고 나오면 이웃사람들은 꼭 이렇게 신고를 한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 썩은 냄새도 아니고, 나쁜 냄새도 아니다. 이상한 이라는 말엔 지상의 것이 아닌 무엇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이질감과 공포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 냄새를 매일 같이 맡는 사람이라고 해서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다. 파리밥이 된 육체를 눈으로 보는 것 자체는 자극이 없는데, 직접 냄새를 맡거나 시취를 상상하면 그때부터 공포가 시작된다. 코의 점막을 두들겨 패며 허파까지 밀고 들어오는 그것에 몸서리를 친다. 죽음이 내 몸을 따라 스멀스멀 퍼진다.


 여름이면 유독 고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고독사한 사람 자체가 많은 게 아니라, 드러나는 게 많은 거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부패가 진행되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아무리 밀폐된 공간에서 사망했더라도 시취가 퍼지는 걸 막을 수 없다. 복도식 아파트라면 두 개 층 아래부터 복도 전체에 냄새가 퍼져 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다세대주택이라면 건물 전체가 냄새로 진동한다. 모른 척하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다. 두려움에 잠식된 사람들은 119에 신고를 한다. 출동한 대원들이 문을 따고,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죽음의 냄새와 마주하고, 연한 부위부터 파 먹히는 바람에 눈두덩이 씽크홀처럼 꺼진 시신과 빛 없이 눈을 마주친다. 그럴 때면 나야 시신의 죽음을 확인하면 끝이지만, 직접 시신을 수습하며 유품을 정리하고 무연고자 장례를 준비하는 분들의 노고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구급차엔 시신을 못 싣는다는 게 꼭 핑계처럼 느껴진다. 죽음 앞에서 도망가는 기분이라 마음이 불편하다.


 더운 날이면 보통의 사람들은 으레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거나, 가족과 함께 볕이 따사로운 바다를 여행하는 상상을 할 것이다. 월급쟁이이자 가장인 나 역시 같은 상상에 마음이 부푼다. 휴가를 내서 들로 산으로 쏘다닐 계획을 해가 뜨거워지기 한참 전부터 세우고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여름이 찾아오기 한참 전에 홀로 죽음을 맞은 사람들이 있다. 얼마나 많은 죽음이 거리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뭐 그런 걸 꼭 생각하란 말 같은 건 하고 싶지 않다. 대신, 어쩌다 마주치던 사람이 안 보이거든 조금만 궁금해하면 좋겠다. 고독사가 나왔다고 소문난 건물은 집값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주 곤두박질을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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