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시신이었다. 약 반년 간 구급대원이 아닌 화재진압대원으로 근무를 한 탓이다. 7월에 사무분장이 변경되면서 다시 본래의 자리를 찾았는데, 외곽센터라 출동 건수가 적은 탓인지 누군가의 죽음을 코 앞에서 마주하는 건 거의 1년 만이었다. 도시 구급대에서 근무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가정집에서 하숙을 하던 노인이었다. 많게 보아도 칠십을 넘지 않아 뵈는 그는 갑작스레 죽음을 맞았다는 신고가 무색하게 참 가지런히도 누워 있었다. 이 날, 사람 죽은 걸 처음 본 후임에게 내가 말했다.
"발가락 만져 봐."
"발가락이요?"
"응, 여기, 잘 안 움직이지? 두 시간 이상 된 거야."
"......"
"그리고 여기 턱을 잡고 아래로 당겨도 꿈쩍 않지? 비슷한 개념이야. 눈꺼풀을 열어보면...... 자, 동공이 엄청 크지? 이게 근육이 이완이 되면......"
비위가 상했는지 동료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언제 올지도 모를 경찰을 기다리는 시늉을 했다. 나는 오랜 친구라도 만난 듯 떠들어댄 게 조금 후회가 되었다. 집주인이 이야기하길 집 한 구석을 차고 들어온 것을 월세만 받았지, 자세한 신원을 확인할 생각을 않았다고 말했다. 성은 '장'가였는데, 노가다나 벌목일을 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 외에 세세한 사정은 알 길이 없었다.
경찰이 도착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방 안에선 주민등록증 비슷한 무엇도 발견되지 않았다. 특별한 지병도 없었는지 성명이 적힌 처방전이나 약봉투 따위도 발견되지 않았다. 지문을 따서 신원조회라도 하면 가족관계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겠지만, 죽음을 맞은 노인이나 혹 어딘가 살아있는 그의 가족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펴 가세요."
제세동기 패치를 망자의 가슴에서 떼어낸 뒤, 걷어내었던 웃옷을 덮으며 조용히 뇌었다.
매정한 세상의 끝에 제 한 몸 숨길 공간만 마련한 노인의 죽음에서 낡은 먼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