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근무팀과 교대하면서 검정색 근조리본을 인계받았다.
"뒤집어 달으래."
"씨팔, 뭔 소리야 그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느꼈지만 이런 지침을 내릴 줄은 몰랐다.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지 말라는 뜻인지, 없던 일인 듯 뒤집어엎자는 뜻인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이 나라를 뒤덮은 슬픔의 방향을 누군가 의도적으로 재단하려는 듯한 느낌이 들어 꺼림칙하기 그지없었다. 공무원이 까라면 깔 것이지 나랏밥 먹는 주제에 불평을 하는가 다그친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덕분에 내 식구들이 배곯지 않고 살 수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으니까. 그러나 뒤집어 매단 리본이 어쩐지 가족들 보기에 부끄럽고, 맥없이 죽음을 맞은 이들을 두 번 욕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조지 오웰의 1984가 떠올랐다. 고등학생 시절 현실과 동떨어진 디스토피아에 매료되어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막상 현실이 소설을 닮아가니 그 무시무시함에 몸서리가 쳐졌다. 나는, 내 나라는 언제까지 숨죽여 슬퍼해야만 할까? 이상하고도 이상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