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많이 들어왔다. 7월은 정근 수당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에게 안 죽고, 안 다치고 잘 버텨줘서 감사하단 의미로 얹어주는 돈이다(사실은 그냥 짬이 쌓이면 주는 돈). 백 만원쯤 꽁돈이 생겼다는 데 신이 나서 와이프랑 비싼 양식당에서 데이트를 했다. 한 그릇에 각각 이만 원, 이만 오천 원짜리 파스타를 시켰다. 직접 면을 뽑는 가게였는데 사장님께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말씀드렸더니, 감사하다고, 그런데 공정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처럼 뇌셨다. 정말 힘들긴 힘든 모양이다.
소화시킬 겸 식당 주변을 산책했다. 걷는 도중에 편의점 문이 벌컥 열리며 무릎이 아귀처럼 벌어진 청바지를 입은 백발의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한 손에는 소주병을 들고 있었다. 주둥이에 거꾸로 꽂힌 종이컵 하나가 위태롭게 달랑거렸다. 노인은 발을 절며 멀어졌다. 엉덩이에도 속옷이 보일랑 말랑한 큼지막한 구멍이 있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쓰레기 분리 수거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박스를 접는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띄었다. 큼지막한 보풀이 독버섯처럼 일어난 티셔츠는 땀에 젖은 얼룩이 세계지도처럼 번져 있었다. 굽은 등이 지고 있는 세계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거기도 그저 평범한 삶이 피어있길 바랐다.
일하면서 매일 보는 거라 데이트하는 와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눈에 띄는 모양이다. 맹모삼천이라고, 똑똑하고 돈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부러 깨끗하고 좋은 환경으로 이사를 한다는데. 그럼 저 사람들은 누구의 눈에 담나. 돈도 안 되는 일에 관심 가질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당장 여기만 해도 ‘부자 되는 법’에 대한 글은 넘쳐도 ‘남을 돕는 법’에 대한 글은 눈 씻고 봐도 없으니까. 그냥 내 눈에 담을 수 있는 만큼 담아야겠다.
에어컨 펑펑 나오는 차를 끌고 와서 이만 원짜리 파스타를 맛나게 먹었다고 좋아라 했던 게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