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라면이다.
3시간 동안 주변을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사라진 오빠를 찾아달라는 신고였다. 60대, 150cm. 정신지체 1급. 그를 수식하는 숫자들이었다. 그건 미지의 세계에서 사용하는 좌표나 다름없어서 사람을 찾는 데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다. 구급대 핸드폰으로 전송된 민머리 남성의 사진만이 유일한 단서였다. 비가 빛처럼 빼곡했다.
공원 벤치에서 5분 만에 라면을 털어 먹고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찾아보기로 했다. 멀리 나가지 못했으리라, 혹시, 아주 집 가까이에 있는 건 아닐까. 남자가 사는 영구임대 아파트 단지로 차를 돌렸다. 아파트 맨 꼭대기 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비상구 방화문을 열었다. 계단 통로를 따라 내려가는 동안 이따금 침침한 불빛이 끔뻑였다. 층마다 손글씨로 쓴 A4 용지 크기의 벽보도 붙었다. 냄새가 너무 심합니다. 오줌 싸지 마세요. 15, 14, 13, 12, 11, 10, 9층과 8층 사이 계단을 내려가던 중이었다. 반가운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계단참에 쪼그리고 앉아 벌벌 떠는 민머리 남자.
남자의 집엔 늙은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는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커피 달라고 성화였다. 엄마가 믹스커피 스틱을 힘없이 집어던졌다. 남자가 스틱을 까서 가루를 입에 들이부었고, 그 순간 밖에서 비를 쫄딱 맞고 오빠를 찾아다니던 동생이 집에 돌아왔다. 동생은 의사가 먹지 말라지 않았냐며 커피 스틱을 쥔 오빠 손등을 때리면서 울었다. 남자는 목숨처럼 커피스틱을 쥐고 놓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으면 모녀는 감사합니다를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서둘러 현관을 나서는데 거실벽에 붙은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액자는 말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그렇다면 사랑이시여, 당신은 지금 어디에 숨어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