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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Jul 24. 2024

감자전과 이방인

“싸장님, 감좌줜 이쒀어. 쏜수 가라숴 만든 감좌악......”


감자전이 찢어진다. 청년과 내 눈이 마주친다. 청년은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가무잡잡한 얼굴에 키가 멀대 같이 크다. 찢어진 감자전을 두고 우린 서로 멋쩍게 웃는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음식을 파네.” 지나가던 남자가 말한다.


알아들은 건지, 청년의 표정이 굳는다. 묵묵히 자기 주먹처럼 큼지막한 감자를 집는다. 강판에 대고 갈아대는 모양이 꼭 춤을 추는 것 같다. 대형 철판 위로 주전자에 담긴 식용유가 쏟아진다. 감자 반죽이 쏟아진다. 음식 냄새가 섞인 독한 유증기, 열기에 시뻘겋게 달은 얼굴, 그리고, 감좌줜 이쒀어. 나는 청년의 얼굴에서 내 얼굴을 본다(물론 나보다 잘생겼지만). 낯설고 뜨거운 현장, 피처럼 쏟아지는 땀, 환자분, 어디가 아프세요. 청년이 이방인이듯 나 또한 이방인이다. 구급차를 탄 이방인.


“오래 기다리셔쒀어.”


청년이 음식이 담긴 봉투를 내게 내민다. 마디가 굵은, 일하는 사람의 손이다. 진실한 사람의 고단한 미소다. 여행은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해 떠나는 거라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 덜 외로운 기분에 든다. 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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