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도로 연석에 머릴 부딪히며 쓰러졌다. 반사판을 띠처럼 두른 연두색 유니폼, 쓰레받기와 빗자루, 최선을 다하는 인간의 짙은 땀냄새. 엎드려 있던 몸을 뒤집자 마른 흙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에 땡볕이 쏟아지며 번쩍거렸다. 경동맥에 손을 가져다 댔다. 따뜻했다. 그러나 그건 거짓 온기였다. 해는 차게 식은 남자의 몸을 덥혔지만 그의 영혼까지 붙들진 못했다. 여느 때처럼 내겐 불가능한 임무가 주어졌다. 물속에서 꺼진 불 켜기, 방전된 차에 시동 걸기, 죽은 사람 다시 살리기.
가슴을 압박하는 동안 옷이 땀으로 다 젖었다. 작은 돌멩이 몇 개가 내 몸과 아스팔트 사이에 끼어서 연신 무릎을 찔러댔다. 눈앞엔 죽은 사람이 있는데 산 사람은 겨우 그만큼의 아픔도 참지 못해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다. 남자의 숨길을 열고, 정맥 주사를 찔러 넣은 뒤 들것에 실었다. 그리고, 우리 하는 양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고 있던 신고자와 눈이 마주쳤다. 지워 주세요.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지워 주세요. 있다가 지울게요. 지워 주세요. 환자 가족도 알 권리가 있지 않나요?
그놈의 알 권리. 그럼 내게 알려지지 않을 권리는 없는가? 죽을힘을 다해 사람을 살리는 중에도 모두에게 발가벗겨져 눈총을 받아야 하는가? 언제부터 알 권리를 칼처럼 들이미는 사람들이 강도가 아니고 판검사가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오늘, 아름다운 청년이 죽었다. 알아야 할 건 그 사실 하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