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잘 끓이는 법

by 백경


“김치찌개에 뭐 넣어요?” 대학 자취생 시절, 엄마한테 물었다.


“넣긴 뭘 넣어. 김치 넣고 끓이지.”


같은 김치로 끓이는 찌개가 맛이 다를 이유가 없는데, 장가가거든 며느리한테나 알려주려나 하고 넘어갔다. 10년이 지났고, 둘째를 낳은 뒤 막 산후조리원에서 돌아온 아내를 대신해 주방장을 자처할 즈음 다시 물었다.


“김치찌개에 뭐 넣어요?”


“뭘 넣어. 김치찌개가 김치찌개지.”


“어디 가서 말 안 할 테니까 좀 알려줘요. “


”얘가 왜 이래? 엄마 말도 못 믿네. “


부모님 사는 시골집에 자주 찾아오게 하려는 전략인가 싶었지만, 엄마의 눈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 주변에서 얘기하는 ‘손맛’인가 싶었고 결국 김치찌개 필승법은 미스터리로 남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듀크 조단의 명반 Flight to Denmark를 헤드폰으로 감상하며 이 비운의 피아니스트가 손끝으로 내딛는 묵묵하고도 뚝심 있는 터치에 감탄하고 있을 때, 아내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타는 거 아냐?”


“뭐? 아, 아!”


서둘러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냄비 안을 살펴보았다. 김치찌개 국물이 바닥까지 내려앉아 있었다. 다행히 타진 않았는데 너무 졸아서 물을 부어 다시 끓여내야만 했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어 찌개맛을 보았을 때, 나는 온 마음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시간이었다. 팔팔 끓는 물에 오래도록 끓여낸 김치에서 비로소 숨은 맛이 우러나왔다. 김치찌개나 사람이나 다를 게 없었다.


요새는 이혼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고 유행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바람피우는 남편과 사치하는 아내(혹은 그 반대) 이야기가 마치 나를 대변하는 것만 같고, 그래서 나 또한 대세를 따라야 하는 건 아닌가 갈등에 휩싸인다. 인기 TV 프로그램에선 자극적인 가족사에 그럴듯한 단기 솔루션을 제공해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연출한다. 이혼이 어렵지 않은 것처럼, 그 내면의 문제도 쉬이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건 김치찌개 본연의 맛 내기를 포기하고 결국 조미료에 의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적어도 그것이 사람 안에 숨겨진 사람의 맛을 내는 방법이 아니란 것쯤은 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오랜 시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품어 주고 다정한 말을 건네면 그 내면으로부터 변화가 생겨 서로가 서로에게 어울리는 모습이 된다. 굳이 나의 예를 들지 않아도, 다소 박진감은 떨어질지언정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세상 모든 이들이 그 증거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떠도는 가십거리들처럼 인기가 없다. 내가 내 처자식을 사랑한다는 데에 무슨 반전이며 자극이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뿐이고, 잊을 만하면 밥상에 오르는 김치찌개처럼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다가 종종 꺼내어 세상 하나뿐인 그 맛을 홀로 음미할 뿐이다. 화려하지 않아서 유행을 덜 타지만, 그렇다고 깊고 길게 한 사람을 사랑하는 당신이 잘못된 건 아니다.


김치찌개 잘 끓이는 법은 그러므로 다음과 같다. 가을날 정성껏 담근 김치 한 포기를 먹기 좋게 썰어서, 깨끗한 물에 넣고, 배추의 감칠맛과 김치 본래의 양념맛이 어우러질 때까지 끓인다. 오랜 시간 애정을 담아 끓여내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돈 갚으라고 소리치는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