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천만 원 버는 처제 집에 다녀간 썰

by 백경

처제는 돈을 잘 번다. 지난달에 월 천을 벌었다고 했던가. 게다가 말주변이 좋고 잘 웃어서 주변에 사람이 많다. 처제가 우리 집에 다녀간 뒤로 아내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동생이 부럽다고. 돈 많이 벌고 깨발랄하면 내 남편이 더 행복했을 거라나 뭐라나.


수제비 생각이 났다. 아내와 연애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집 근처 재래시장서 종종 사먹던 그것. 한 그릇에 천 원짜리답게 뭐 들은 게 없었다. 멸치를 몇 마리나 집어넣었을까 싶을 정도로 멀건 국물에 명주실처럼 가느다란 당근 고명, 다 풀어진 애호박, 이따금 계란 흰자가 나를 잊지 말라고 소리치듯 점점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던. 한 입 먹으면 아아 밀가루구나, 그 외에 다른 감상을 떠올리기 힘들었던 수제비.


원래 말수가 적은 아내는 그걸 묵묵히 먹고 나는 수제비만 보는 당신을 또 묵묵히 쳐다보았다. 우스운 건 그게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 중 하나라는 것이다. 대화도 돈도 없던 시간이 왜 그리 좋았을까. 생각하면 그건 맛없는 수제비 덕이 아니었나 싶다. 수제비가 맛없어서 오롯이 당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으니까. 사랑의 필요충분조건은 오로지 사람이란 걸 그때 알았다.


”나 지금 행복해.“


할 말이 차고 넘치는데 그렇게 밖에 답을 못했다. 언제 한 번 수제비나 왕창 끓여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