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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스타일 Oct 28. 2022

1편. 첫번째 유리창

깨진 유리창의 법칙: 피해자의 시점

 2022년 4월 23일 토요일

 벌써 4월이 다 지나갔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내 이름은 정후다, 김정후. 평범한 회사원이다. 

 나는 대학, 대학원 석사까지 공부했다. 32살에 사회에 나왔는데, 금전적으로 가진 것은 전혀 없었다.

 갚아야할 학자금 대출만 있었다. 그러나, 32살 당시 나는 젊었고, 부모님께 보답해야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해야할 일도 많았기에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서 부모님 차를 새로 사드렸다.

 전액 대출이었지만 내가 할 도리라고 생각했다.

 몇 년동안 뚜벅이 생활을 했지만 고교, 대학 모두 기숙사 학교를 다녔기에 대중교통과 걸어서 다니는 삶의 방식이 익숙하고 싫지 않았다. 오히려 차를 운전하는 것이 불편했고, 지하철에서 명상하거나 책을 읽는 것이 더 편하고 좋았다.

 결혼 적령기가 다가왔지만 연애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늦게 사회에 나오다 보니, 여성 분들은 이미 20대에 열심히 살아서 사회적으로 자리잡은 경우가 많았다. 

 난 대출로 살아가는, 늙은 신입사원이었다.

 몇 년이 지나, 일도 적응해서 수월해지고, 이제 가정을 이뤄도 되겠다 싶다고 점점 생각이 들 때쯤, 이미 난 나이가 30대 중반을 지나있었다.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차가 필요했다. 곱게 자란 여성분들을 위한 배려를 하고, 서비스를 해야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2022년 더치페이하는 젋은이의 연애 세태와는 다르지만, 어느정도 수입이 생기니 남자인 내가 밥값도 다 냈다. 그게 마음이 편했다.


 아무튼 새 차를 샀다. 연애와 결혼을 위해서~


 후배의 소개로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차의 하차감, 기타 조건 등에 크게 개의치 않는 스타일로 보였다. 나로서는 다행이었고, 프로포즈 끝에 결혼하고 신혼집에서 애도 낳았다.

 늦게 결혼했지만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자동차보험 관련 손해사정 회사이다.  

 2021년 한 해는 지인 분의 자동차보험 문제로,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상대방 자동차보험회사 등과 전화통화 수백번 하고, 소송 서류 준비하고, 이의신청하고.. 정신없는 1년이었다. 지인 분의 자동차보험 문제는 2022년 4월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분위기다.

 2022년 3월에는 대통령 선거도 있었고,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 같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 가격도 점점 내려갈 거 같고, 뭔가 내 중심을 못잡고 격변하는 세상 속에 휩쓸려다니는 것만 같다. 

 코로나에 갓 태어난 애 둘도 키워야하는데.. 최근 육아에 신경을 못쓴 것 같아,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따르르릉~~~~"


 친하게 지내는 준우 형한테서 전화가 왔다. 비슷한 시기에 서로 대학원 졸업하고, 애들 나이도 비슷해서 종종 같이 주말에 소풍을 가곤한다. 

 4월 화창한 날에 서울숲이 좋을 것 같아, 서울숲을 가자고 제안했다.

 "정후야, 내일 서울숲 괜찮을까? 사람 너무 많은 거 아닐까?"

 "많긴 많죠. 그냥 형네 집으로 갈까요? 우리 애들 그런데 코감기 있어요. 어떻게 할 지 카톡주세요~"

 저녁에 다시 카톡이 왔다.

 "그냥 강북 우리집으로 바로 오는 게 어떨까? 우리 아파트에 놀이터 4개라 공원 못지 않고, 아파트 마당에서 애들 재미있게 놀거야"

 "네, 형 그래요 내일 봐요~~"

 일요일 아침이다. 날이 너무 화창해서 강북으로 가기 전에, 서울숲에 산책을 하러 가기로 했다.


 차에 시동을 거니,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졌다는 경고등이 뜬다. 


 우리집은 오래된 낡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라서, 주차장도 이중 주차를 해야하고 주차난이 심하다. 낡은 집이라 수도관에서 녹물도 나와, 인테리어 배관 공사도 심심치않게 하게 되는 동네다. 아마도 공사하는 주위에 못이나 유리같은 것에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졌거니,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네비게이션 목적지를 서울숲으로 설정했다.

 서울숲 주차장은 만석이라 갤러리아 포레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했다. 

 서울숲엔 연못도 있고, 넓은 녹지도 있고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나 화창하고 좋았다.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매일 아파트 안에서만 놀고, 코로나라 외부 외출도 못해서 불쌍했는데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나의 기분도 좋아졌다.

 아이들과 다시 차를 타고, 준우 형 집으로 가서 신나게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저녁 먹고 헤어졌다.

 완벽한 하루였다, 운전 계기판에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계속 켜져 있는 것 외에는. 

 아내에게 내일 월요일에 공기압 낮은 타이어 교체 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타이어 펑크는 낡은 아파트에서 사는 입주민의 통상적인, 대수롭지 않은 이벤트였다. 

 매일 삼시세끼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적인... 

 그렇지만 오늘은 서울숲 산책덕분에 보글보글 끓는 찌개와 함께한 기분 좋은 식사같은 하루였다.......


 "따르르릉~~~"


 월요일 출근 후 아내의 전화다. 자동차 서비스센터에 가보니, 차량 구매 후 한번도 타이어를 갈지 않아서 타이어 4짝 다 마모가 심하고, 공기압이 낮은 타이어는 펑크가 난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공기압이 낮은채로 서울숲과, 강북 준우형네 집을 다녀오니, 차축이 틀어져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아이고야... 

 평소 어린 애들도 카시트에 타고 있으니, 겸사겸사 4짝 타이어 모두 새 것으로 바꾸자는 아내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난 물건을 함부로 쓴다. 그래서 그런지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다. 어차피 물건에 가치를 많이 두지 않고, 고장나면 저가의 제품을 새로 사겠다고 생각해서인지 쓸고 닦고 광내고, 관리하는 것에 서툰 편이다. 반면, 아내는 매우 꼼꼼하고 청소를 즐겨한다. 깨끗하게 청소해야 기분이 좋다고 한다. 나와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인 듯 싶다. 


 아내가 4짝 다 새 것으로 타이어를 교체하니, 차는 좋지 않지만 운전시에 더 기분이 개운해질 것만 같다.


 어제 일요일의 서웊숲 산책 기억이 너무 좋아, 월요병은 없었다. 

 오늘 일도 잘 끝내고, 아내가 타이어 4짝 모두 새것으로 갈아주고, 퇴근해서 맛난 저녁 먹으며 아이들과 놀아주고.... 평온한 하루, 행복한 월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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