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의 법칙: 피해자의 시점
** 섬뜩함
2022년 4월 26일
오늘은 화요일, 4월의 푸르름, 녹음이 나의 시선 닿는 곳곳에 찬란하다.
자연이 20대의 젊음을 뽐내는 것 같다.
2020년 2월 코로나 이후에도 여전히 자연은, 살아 숨쉬고 있다.
점심 시간에 식사 후 마시는 향긋한 커피 내음.
저녁엔 내가 좋아하는 테니스나 쳐야겠다. 코로나 이후로 테니스가 인기다. 야외에서 격리 걱정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요즘 유행의 비결인듯 싶다.
"따르르릉~~"
아내의 전화다. 내가 기분 좋은만큼 아내도 기분이 들떠서 전화한걸까?
"헬로~~ 무슨 일이야?!!" 일부러 톤을 높여서 이야기했다. 점심 먹고 마신 커피의 향긋함이 목소리에 담겼나보다.
"아침에 경찰 불렀어."
"경찰?"
"응"
"무슨 일인데, 애가 다쳤어?"
"아니.. 어제 타이어 새로 다 고쳤는데, 오늘 아침 10:22분에 뒷타이어 1개가 또 펑크나 있어. 어제 교체한 차량 서비스센터에 지금 가고 있어.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흠, 4개나 한 번에 고쳤는데.. 서비스센터에서 새 타이어가 아니라 중고 타이어 몰래 1개 끼워넣은 거 아냐? 흠, 뭐 고쳐주면 됐지 뭐. 그래, 알았어. 수고해. "
대수롭진 않았다.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 운전한 기억이 없으니, 운전 중에 못에 찔린 것이 아니다. 누가 타이어 펑크를 냈거나, 아니면 서비스센터에서 착오로 구멍이 난 타이어를 새것이라고 속이고 장착했을 수도 있다.
낣은 아파트, 공사중인 현장의 못, 인테리어 공사 등을 생각해보았으나 이틀 연속 타이어가 터졌다.
그리고 타이어를 고치자마자 4군데 중에 1군데 펑크가 난 것이 이상했다. 그러나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미 언급했지만, 우리집은 낡은 집이기에 주차장에 cctv도 없다. 그리고 오래 살았던 집이기에 아주아주 운이 나쁜 일이 겹친, 운수 나쁜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엔 마무리해야할 서류 일이 많았다.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지하철을 타며 점심에 아내가 걸었던 전화 내용이 문득 생각났다.
"띠리리리~~~~"
"어, 퇴근하고 있어?"
"응, 오후엔 좀 바빴다. 타이어는 잘 고쳤어?"
"어, 하루밖에 안된거라 서비스센터 아저씨가 무료로 고쳐줬어. 다음에 또 터지면 돈 받는대.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우리 블랙박스 바꿀까?"
물건을 험하게 쓰고, 차에 대한 애정이 없는 나인지라, 차 뽑을 당시에 영업사원이 서비스로 해준 블랙박스를 그대로 쓰고 있다. 앞면, 후면 전후방만 찍히는 블랙박스다.
그동안 크게 사고난 적이 전혀 없어서 블랙박스가 잘 작동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와이프는 주차중에 블랙박스 녹화가 안되는 것 같으니, 블랙박스도 바꾸자고 했다.
당시 영업사원이 주차중에 블랙박스 상시녹화를 하게 되면, 배터리나 나가서 출근길에 시동이 안 걸릴 수 있는데 주차중 녹화를 하시겠냐 물어서 그럼 주차중엔 녹화 안되게 해주세요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얼마나 하는데?"
"보통 것은 25만원이고, 최신형은 50만원이래. 최신형으로 바꿀까? 최신형은 옆면도 녹화된대."
잠깐 고민하다가, 이왕 차 수리하는 것 제대로 하자 싶어서 그러자고 했다.
나와 가족, 아이들,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저녁에 집에 오니, 와이프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
"그런데, 차 서비스센터 아저씨가 이상한 이야기를 했어"
"구멍이 한두개가 아니네요. 이건 누가 일부러 그런 것 같으니 알아보세요. 처음 바퀴 바꿀 때도,지금도 못자국이 없고 옆면에 구멍이 있었어요. 구멍이 보이지 않을만큼 예리한 물건으로 찔렀어요. 비눗물 뿌려야 겨우 보이네요, 적어도 3군데는 구멍낸 것 같아요. "
중고타이어를 새 타이어로 속여서 수리했다는 나의 추측은 배제해도 될 것 같다. 무엇보다 현대자동차 직영점이다. 양아치짓을 할 리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찢은 흔적이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누군가가 찢은 것 같다....
경비실과 관리사무실에 문의를 했다.
"이 아파트 주위에 cctv는 있는데, 주차장이 명확하게 찍히는 cctv는 없어요"
"여보, 그럼 경찰에서는 뭐래?"
급하게 타이어를 서비스센터 가서 교체한 후, 경찰을 불러서 증거가 남지 않아 아내 이름만 적어가고, 차후에 재발시 신고하기로 했다고 한다.
자기 전, 침대에 누워 복기해보았다.
타이어 교체 다음 날 두번째로 생긴 펑크.
누군가 일부러 찢었다는 차량 정비사의 말.
112 경찰 신고.
감시를 위한 블랙박스 최신형 50만원짜리는 용량도 넉넉해서 주차시에도 녹화가 되고, 앞, 뒤, 옆면도 나온다고 한다.
아파트 cctv는 엘레베이터 내부, 1층에만 있고 주차장을 향하는 cctv는 없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다기보다 섬뜩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다.
못이 아니라면, 누가 타이어 테러를 했을까?
갑자기 잠이 오지 않았다....
** 뒤돌아보다
못이 박힌 게 아니라면, 누가 일부러 그랬다면..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걸까?
섬찟하면서도 차분해야했다. 상황을 파악해야했다.
앞타이어는 아니고 뒷타이어다. 뒷타이어 1짝만.
언제 펑크냈을까? 밤이나 새벽에 했을 것이다. 우리가 아침에 펑크난 타이어를 발견했으니.
주중일까? 주말일까? 첫번째 펑크는 명확치 않으나 목금토 중에 하루, 두번째 펑크는 월요일 밤이다.
대략 주말 근처에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인일까? 외부인일까?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단박에 아파트 내부 사람이 범인이라고 단정짓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난 중학생 때부터 이 동네에 살았다.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대학원, 직장, 결혼까지.
그동안 아무 문제없이 살았는데, 갑자기 내부인이 왜 이런 짓을?
객관적으로는 내부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 동네에서 오래 산 입장에서는 외부인이 우발적으로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한강공원을 지나가는 길에 아파트 단지에 들어오면서 우발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번 모두 동일인이 했다고 가정하면, 직장이 이 동네에 있고 저녁이나 밤 퇴근길에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상상을 해보았다.
그런데 왜 나일까? 왜 내 차일까? 주차 문제가 최근에 있었나?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봐도, 가족에게 물어봐도 최근에 주차 문제로 연락온 경우는 없었다.
워낙 오래된 아파트라 이중 주차가 많고, 차도 많으니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그러나 이건 만성적인 문제다. 올해 들어서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스트레스 받으면서, 혹은 직장, 사업이 잘 안되면서 아무 차에나 해꼬지를 한걸까?
내 차만 특정해서 공격한 이유가 무엇일까?
원한관계가 내가 있었나? 내가 모르는 와이프의 원한 관계가 있나? 와이프가 의외로 운전을 험하게 하려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를 쫓아내려는 것일까? 층간 소음 문제가 있나? 육아에 애들이 시끄럽게 해서, 우리 차를 타켓으로 삼아 공격한걸까?
지난 번에 우리 애가 울 때, 옆 집에서 쾅쾅쾅 벽을 두드린 적이 있었는데, 옆집 여자가 그랬을까?
옆집이라면 차를 공격할 게 아니라 말로 해도 충분할텐데, 바로 차를 공격하는 것은 일반적인 대처가 아닌데.. 흠..
문제가 많은 인생을 살았다면, 최근에 분쟁이 심각하게 있어 원한관계가 있었다면 의심할만한 부분이 많겠지만, 딱히 그런 적은 없는 것 같아 미궁으로 빠진다.
사실 내 성격이 좀 다혈질이고 극단적이긴 하다. 살다보니 원한관계가 생겼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원한 관계가 있을 정도로 문제를 꼬이게 하진 않고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내 고객이 불만을 가졌을까?
문재인 정권 이후 2022.3월 대선을 거치며 좌우 대립이 극렬해져서 우파에 표를 준 내 성향을 보고 나를 공격한 것일까?
SNS에서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나의 글에 대한 반감일까? 우리 동네에 사는 SNS 친구는 많지 않은데 흠..
최근에 인테리어 공사를 했는데, 그 사장님이 그랬을까? 우리는 잔금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크게 컴플레인 많이 하는 집도 아니었는데...
그리고 사업하는 입장에서 인테리어 사장이 그랬다면, 소문이 나서 이 동네에서 인테리어 공사 안하겠다는 뜻인데, 설마 사장이 그랬을까?
그렇다면, 이 동네 근처 카센터 사장이나 직원이 그랬을까? 불경기니까 타이어 교체 매출 올리려고?
비슷한 뉴스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동네에서 그런 짓 하면 매장당할텐데.... 흠.
어떤 추리를 해도 답이 안나온다.
점점.. 머리가 복잡해지고, 잠이 오질 않는다...
** 자경단 : 기록
2022년 4월 26일 화요일 저녁 7시
주차장을 향하는 cctv는 없다. 밤에는 가로등이 있지만 어두워서 식별이 어렵다.
24시간 내내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가 녹화할 수는 없다. 배터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사장님은 30분정도 공회전을 하면 밤새 주차 녹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아내가 30분 공회전하고 올게~ 하고 집 문을 나선다.
과연 세번째 타이어 테러를 할까? 그것이 문제다.
재발하는 범죄.. 그것이 걱정이다.
언제 할 지 모르니 걱정이다. 그래도 아마 밤에 하지 않을까 싶다.
잠을 자야하는데......
경찰, 아파트 경비원이 상시 감시를 해주려나? 살인 사건도 아닌데, 그럴 리는 만무하다.
우리는 어린 애가 있다. 아버지로서 범죄 예방을 해야하는 것 아닐까?
난 체력이 약하다. 밤에 잠도 많이 자야한다, 간이 안좋아서 쉬 피로함, 피곤함을 많이 타는 듯 싶다. 담석이 있었다고 했나? 가물가물하다.
체력이 약해도 범인을 잡아야한다. 잠을 못자면 점심 식사시간에 자면 되지 않을까.
우선 cctv가 없으니, 블랙박스 녹화 전 차의 타이어 상태를 핸드폰으로 찍어놓아야한다. 그래야 부분 부분 skip 해서 특정 녹화 시간만 search해서 범인을 찾아볼 있다.
주차된 내 차 주위 주변 차량도 적어놓아야 한다. 아무래도 바로 옆 차 주인이 가장 강력한 용의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아파트는 지정 주차가 아니기때문에 오늘 옆 차가 내일 옆 차와 동일하리란 보장은 전혀 없다. 매일 매일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
2번의 타이어 테러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뭐 나쁠 건 없다. 어쨌든 사고는 더 이상 안일어나는 거니까.
그런데 예감이 좋지 않다. 특히, 4짝 다 타이어를 고친 그 날 밤에 두번째 타이어 펑크 테러가 일어났다는 것이 심상치 않다.
어쨌든 사람이 했을 것이다. 고양이, 개가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했을 것 같다. 아무리 칼이나 송곳 등 흉기를 사용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여자보다 남자가 아귀 힘이 더 세니까 남자가 범행을 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더 위험하다. 직접 범인을 잡으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2022년에 내가 살고있는 이 아파트에서 이런 두려움을 가져야하는 것이 무섭다.
테러의 이유를 모른다는 것이 더 우리 가족을 무섭게 한다.
그리고 한 편으로 분노가 생긴다.
왜 나에게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잡히면 가만두지 않겠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똑같이... 아니 2배 3배, 5배 더 심한 고통을 주고싶다.
속으로 화를 삭이다가 좀 지나면 다시 무서워진다.
와이프는 이사를 가자고 한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인테리어 사장님이 깨끗하게 공사를 해서 낡은 아파트지만 살만하게 만든 아파트다.
재건축 전에 어린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려고 들어온 아파트다. 그리고 내가 어릴 적부터 살아온 아파트다.
내가 왜 이사를 가야하나?
왜 피해자가 무서워서 도망쳐야하나? 이유도 모른 채로.
절대 안된다고 답했다. 와이프는 고개를 떨구며 흐느낀다.
가족의 가장으로서, 아이의 아버지로서 내 할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022년 4월 26일 화요일 저녁 7시 주차장과 차 주변 차량, 차의 타이어 4짝을 모두 핸드폰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좀 전에 아내가 공회전 30분을 하여, 블랙박스는 불빛을 깜박이며 쉬지않고 녹화하고 있다.
2022년 4월 27일 수요일 저녁 6시.
주차 위치를 일부러 으슥한 곳으로 바꾸어보았다. 범행이 쉽도록.
그러나 다음날 타이어는 말짱했다. 주중에는 범행을 하지 않는 것일까?
내가 예상했던 관리사무소 젊은 직원이 퇴근길에 범행한다고 추정한 것이 틀렸을까? 그렇다면 주중에는 지방에서 일하고 주말에만 서울에 와서 잠을 자는 노동자일까? 그럴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그 사람은 언제 서울로 올까? 자기 차를 타고 올까? 그럼 주말에만 주차하는 차를 찾아볼까? 고속버스를 이용하지는 않을까?
아파트 단지내 출입구 gate의 출입 목록을 조사해볼까? 관리사무소에서 그 기록을 열람하게 해줄까?
나의 추측일 뿐인데... 내가 경찰도 아닌데, 조사하게 해주려나...
이런 저런 생각이 많다.
어쨌든 4/28 목요일도, 4/29 금요일도.. 4/30 토요일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나 스스로 자료를 남기고, 수사를 해야겠다.
아무래도 주중에는 범행을 안하는 모양이다.
잠을 못자서 피곤하다.
4/29 금요일에는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주차장을 핸드폰으로 촬영하며 하염없이 기다려보았다.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아파트 gate로 쉴새없이 차량들이 오고간다. 배달 오토바이가 10분 간격으로 왱왱~부릉부릉하면 지나간다. 담배피는 사람도 가지각색이다. 한 자리에서 피는 사람, 주차장에서 왔다갔다 걸으면 피는 사람, 침 뱉는 사람, 학원 다녀오면서 집 들어오기 전에 잠깐 피고 들어가는 학생, 주차 후 한 대 피고 들어가는 아저씨, 음식물 쓰레기 버린 후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담배피는 아저씨...
의외로 생각보다 담배피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의외로 주차장이 혼잡하지 않다. 밤이라서 그런가, 이미 사람들이 집에 들어가 자고 있나보다. 코로나라서 그런가, 의외로 외부 활동을 안하는 것 같다.
조용하다.
밤에 이렇게 멍하니 있어본 적이 별로 없다.
헛짓거리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예감이 좋지 않다.
분명 세번째 타이어 펑크가 발생할 것 같다.
그게 언제일까? 과연 블랙박스, cctv, 내 핸드폰 혹은 목격자의 눈에 범행장면이 잡힐 것인가?
매일 새벽 5시.. 집에서 나가 차 블랙박스 sd 카드를 빼온다.
집으로 다시 들어와 밤새 sd 카드에 녹화된 영상을 review 해보고 pc 하드디스크에 백업을 해놓았다.
밤 12시에 30분동안 주차장을 왔다갔다 걸으며 맨손 체조를 하는 60대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모니터에 보인다.
블랙박스는 매 순간을 녹화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물체를 sensing 하면서 녹화하기 때문에 아주머니가 운동하며 왔다갔다 뛸 때마다 영상이 1개, 2개 하나씩 쌓인다. 열심히 사는 아주머니같다.
이 아주머니가 타이어 펑크내진 않겠지? 그래도 혹시나 하며 눈을 부릎뜨며 모니터를 주시한다.
아차, 새벽에 블랙박스 sd 카드 빼내오기 전에 차 타이어가 멀쩡한 거 이미 확인했었지.
그렇다면 이 영상에 범인은 없다. 다만, 밤새 주차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정보 획득은 가능했다.
- 고양이가 차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 담배피는 사람이 의외로 적다.
- 베드타운이라 그런지, 밤에 굉장히 조용하다. 다들 집에 들어가있는 것 같다.
- 밤에는 주차하러 들어오는 차도 거의 없다. 이미 주차할 곳이 없는 만차 상태라서 그렇긴 하다.
- 이따금 배달 오토바이가 아파트 정문으로 들어온다.
아무튼 졸리다, 잠이 부족하다.... 그리고 테러의 이유가 무엇일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출근해야하니 잠시 눈을 붙인다.
이번주 주말에 범행하려나? ....
** 범인은 누굴까? : 범인의 심리
타이어 펑크에 대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검색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검색했다.
자기 건물이나 자기가 운영하는 음식점에 불법적으로 주차하고 있는 차에 위해를 가하기 위해 타이어를 펑크내는 기사가 있다.
조선족 남자분이 회사에서 해고된 것에 격분하여, 주변 차량 200대 타이어를 펑크내어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기사가 있다.
주차관리인이 분쟁이 있는 차에 일부러 못을 뿌려, 타이어 펑크낸 기사가 있다.
화가 많이 난 사람은, 타이어 4짝 모두 펑크낸 기사도 있다.
어쨌든 타이어만 펑크낸 사람은 차에 불을 지르거나, 차를 동전으로 긁거나, 차문을 깨부순다던가, 차량 하부의 브레이크 등등 운전에 심각하게 장해를 입힐 목적으로 위해를 가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운전자가 타이어 펑크를 보고 당장 운전을 못하고 타이어를 교체해야하는 낭패감을 즐기는 것 같다. 그것을 보고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앞타이어가 아닌 뒷타이어를 펑크내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앞타이어 펑크는 들키기 쉽고, 앞타이어가 펑크난 상태는 주변 사람들한테 눈에 띄기 쉽다. 그리고 앞타이어는 전면 블랙박스에 찍히기도 쉽다.
뒷타이어는 안전하다. 보통 전후방 블랙박스만 녹화할 경우 가해자를 특정하기도 쉽지 않다. 차 주변으로 접근했을 뿐이지 뒷타이어를 찢는 행위 자체가 찍히지 않으면 용의자가 될 뿐이지, 범인으로 특정할 수 없다.
타이어 펑크는 어느정도 힘이 필요하다. 구멍을 내기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난 해본적이 없으니 어느정도의 힘이 드는지 가늠을 할 순 없다.
타이어 펑크는 소심한 사람이 하는 범죄같다. 눈에 띄지 않게 차에 해를 가하는, 마치 권투로 치면 스트레이트보다는 잽같은 느낌이다. 여러번 반복해서 펑크낸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다혈질인 사람은 아예 차를 부수거나, 불지르거나, 차문을 박살내거나 그런 방식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서 화를 내는 방식으로 대응을 할 것 같다.
가해자인 내가 눈에 띄지 않게, 최대한 상대에게 피해를 주고 짜증나게 하는 것이 범행의 목적같다.
그리고 언론 기사, 사법부의 판례를 찾아봐도 타이어 펑크는 형량이 그렇게 크지 않다.
타이어 펑크는 특수재물손괴에 들어가는데, 특수재물손괴의 형량은 다음과 같다.
제369조 (특수손괴) ①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366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제1항의 방법으로 제367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어쨌든 겪어보니 새 타이어는 20만원정도 하는데, 사람에게 상해를 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하지 않으면 벌금형정도 약식명령으로 끝나는 것 같다.
소심한 범죄자, 감옥에는 가고싶지 않은 범죄자. 약간의 힘이 필요한 남성. 그리고 차주에 대한 불만, 해꼬지.
이것이 내가 생각한 타이어 펑크 테러 범죄자의 심리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노후 아파트이고 주차장에 cctv가 없고, 주변 차량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차주인 경우가 많아서 블랙박스 주차시에 녹화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즉, 평온한 동네였고)
이런 헛점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소매치기가 많았고 뉴스에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어느 순간 소매치기, 혹은 차량에 공갈자해하면서 뛰어드는 모습이 사라졌다. cctv와 블랙박스 덕이다.
인간의 본성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날 보는 사람이 없으면, 날 감시하는 사람이 없으면 누군가를 해꼬지하고 부당 이득을 취하려는 심리는 누구나 일정 부분 있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같은 경우 태형으로 엄한 형벌로 이런 본성을 억제시키는 것이고, 대한민국은 cctv, 블랙박스 등으로 이런 경계선에 있는 범인들의 본성을 상당부분 누그러뜨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참... 과연 잡을 수 있을까?
** 김정후, 나는 누굴까? : 피해자의 얼굴
범죄 피해자인 나는 누구일까?
타이어 펑크 2번 연속으로 당했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니 대뜸 하는 말들은 거의 다 똑같다.
"무슨 원한관계 있어?"
날 모르는 경찰도 똑같이 질문한다.
"원한관계 있는 것 생각나십니까?..."
원한이라..
성격이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다보니, 손절하거나 다혈질로 급 화를 내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나름 일처리는 깔끔하게 하고 돈관계도 철저하게 하다보니 그렇게 원한 살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이 벌어지고 나니, 그동안의 나의 인생에 대해서 복기를 해보게 된다. 그냥 마음 편한 상태에서 복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주변인 중에 이런 범행을 할만한 사람이 누구지? 하며 형사가 된 느낌으로 복기를 해본다고 할까...
이러면서 옜날부터 혹은 최근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쳐간다.
빨리 찾아야한다.
원한관계라..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런데 원한관계를 찾기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너 성격이 그러니까 그렇지, 당할만하다, 당해도 싸다. 이유 없는 무덤 있냐? 너가 뭔가 잘못을 했겠지? 주차 개떡같이 해서 그런거 아냐? 너 일할 때 막 너 성격대로 싸지르고 그런거 아니냐? 등등..........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시선은 피해자의 귀책사유를 암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지금 일어난, 내가 겪고있는 범죄는 무차별 테러이다.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서.
특정 원인이 있었다면, 이미 싸움이 있었다면, 층간소음이 있었다면 .. 경비실 등등을 통해서 한 번의 경고나 notice가 있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전 notice가 있었음에도 나의 대응이 미온적이고 내가 귀책사유가 있음에도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상대는 화가 날 것이고, 이런 이유로 상대가 나의 차 타이어 펑크를 낸다면.. 난 감당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있다. 그 행동을..
이번 케이스는 사전 고지가 전혀 없었다. 알 수도 없다. 범인이 말을 하지 않으니.
** 피해자화
성폭력, 아동학대, 학교폭력, 가정폭력, 이혼, 스토킹 등등의 범죄 사건을 검색해보니.. 사법부의 판단 중에 하나가 피해자는 약해야하고, 범행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받아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불가능하고, 가해자를 피해다니고 이런 정형화된 모습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강간당한 피해자가 강간당한 다음날 남성 가해자를 찾아가는 사안에서, 찾아간 이유가 뭐가 됐던 가해자를 피하지 않으니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 아니냐, 가해자를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하고 변호사들이 공격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가족이 자살하거나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 행복한 일이 생겨서 웃거나 기분 좋은 모습을 보이면 주변 사람들이 피해자 가족들을 비난한다는 소리다.
사법부, 여론 등등에서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난 내가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범죄 피해를 당하면, 법에서 허하는 최대한의 반격을 할 것이며, 이것이 부족하면 사적 보복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뉴스들을 보면, 사법부의 범죄자에 대한 양형이 약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의 양형에 납득을 못한다는 기사들이 많다.
** 연쇄 살인마, 싸이코패스
요즘들어 연쇄 살인마 사건들을 다시 검색해서 찾아보면, 생각보다 험악하고 체격이 좋은 그런 가해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대신 피해자들을 약한 사람들로 골라서 범행하는 사건들이 많다.
즉, 상대적으로 본인에 비해 약한 상대에게만, 만만한 상대에게만 범행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논리로 학교 폭력 사태에서 초반에 적극적으로 피해자가 대응해야만, 상대가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고 한다.
옛날 기사 중에 김영삼 문민 정부 때 목포 조폭에게 시달린 일반인이 신문에 광고를 내면서, 조폭에 대한 처벌이 심했던 일화가 있던데, 2022년엔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범죄 행위 응징은 피해자의 강한 정의구현 마인드도 필요한 것 같다.
물론 모든 사람들의 대응이 똑같지 않고, 성격도 달라서 다 똑같이 대처할 순 없겠지만 억울한 상황에 매몰되어 자기 주장을 못하는 것은 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 상황은 상대의 타이어 테러 범행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사건 인지 즉시 타이어를 새 것으로 교체하여 상대방의 화를 돋구는 방법을 쓰려고 한다. 물론 새 타이어 20만원과 카센터에 찾아가야하는 수고가 있지만, 너가 날 건드리고 잽을 날려도 나는 말짱하는 것을 보여주면 상대는 더 화가 나서 지속적으로 범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 이후 검거 이후의 대응은 차후에 생각하고자 한다.
요약하면, 난 피해자이지만 내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강하게 대응하고자 한다.
상대방 사정을 봐줄 이유가 없다.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 끝장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법에서 허용하는 최대한의 복수를 하고자 한다.
이런 성향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모습, 삶의 태도를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