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의 법칙 : 피해자의 시점
2022년 5월 1일 일요일
중학교 동창 친구 미연이가 애들 옷 물려입으라고 옷을 준다고 했다. 이게 왠 횡재냐 하면서 친구네 집으로 차를 타고 갔다.
친구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인데 황소 수학 시험공부한다고 일요일에도 열심이다. 다들 바쁜 것 같아 답례로 준비한 포도만 문 앞에 놓고, 애들 옷과 영어 수학책 등을 받아왔다.
결혼은 늦게 했지만, 이런 헌 옷 받아오는 장점은 있는 듯하다.
미연이네는 사업도 잘 되서 생전 보지도 못한 명품 브랜드 옷을 많이 애들한테 입힌다. 그래서 헌 옷이긴 하지만 우리 애들도 브랜드 옷을 입고 다닌다.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싸들고 온 옷짐을 집에 펼쳐놓고 잠에 들었다.
주차장에 주차한 시간은 밤 9시였다.
화요일 아침 두번째 타이어 펑크를 발견한 후, 주중엔 테러가 없었다.
매일 30분정도 공회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여 밤새 블랙박스로 이벤트 녹화를 하고, 새벽에 차 블랙박스 sd 카드를 집으로 가져와 리뷰하고 pc에 백업하고 다시 차 블랙박스에 꽂아놓고 출근하고.
타이어가 터졌는지 안터졌는지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핸드폰 사진 찍어놓고….
언제 범인이 범행할지 모르니 애매한 상황이었고..
주중 내내 범행이 없으니, 주말도 그냥 지나가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며칠 이런 반복적인 일을 밤늦게 하다보니 잠이 모자라, 월요일 출근이 걱정되어 일찍 잠에 들었다.
그리고 5/2 월요일 아침 허겁지겁 아침밥을 먹고 지하철로 출근했다.
오전 일하는 중에 아내의 전화가 왔다.
“오빠, 또 터졌어. 진짜 누가 있나봐”
섬찟했다. 한편으로 패턴이 보였다. 월요일 아침에 발견한 타이어 펑크, 출근길에 난감한 차주를 보며 쾌감을 느끼는 범인…
이번 세번째 테러도 뒷타이어 1개 펑크가 났다.
1 1 2 …
지구대 경찰서에서 출동했다.
과연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 4 channel 블랙박스: 결정적 증거
“오빠, 찍혔어 찍혔어!!!”
112 경찰들이 와서 차량의 블랙박스 sd카드를 분석했다고 했다.
5월 1일 일요일 밤 11시 20분경 남성이 차 뒤로 다가와 담배를 피면서 주머니 속의 흉기로 몇 차례 뒷타이어를 펑크내는 장면이 그대로 찍혔다고 했다.
아직 이 사람이 외부인인지 단지 내부인인지는 알 수가 없다. 경찰서 형사과에 배당되면 수사가 시작된다고 했다.
다행이다.
한편으로 내일 또 펑크가 날지도 모른다. 첫번째, 두번째 펑크는 이틀 연속으로 타이어를 새 것으로 교체하자마자 일어났다.
타이어는 카센터에 가서 또 새 것으로 교체했다. 카센터 수리기사님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세 번 연속이다.
말 그대로 테러다. 경비실 아저씨, 경찰관한테 물어보니 주변에 타이어 펑크난 차는 없는 것 같다.
내 차만 타겟으로 범행하고 있다….
누굴까?
아직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담배를 핀다고 했다. 주차장 바로 옆 나무 밑에서 담배를 피는 남자들을 추려봐야겠다.
얼른 퇴근해서 sd카드를 보고 싶다. 오늘밤에 바로 4번째 테러가 일어날 수 있는데, 마음이 급하다.
어쨌든 범인을 검거하게 된다면, 이는 아내 덕이다. 아내가 4 channel 블랙박스 최신형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이런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첫번째, 두번째 테러는 영원히 범인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증거, 영상, 정황이 아닌 범행 바로 그 장면 그것이 중요하다.
예민해진다… 바로 그 순간을 목격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