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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스타일 Oct 28. 2022

4편. 깨진 유리창의 파편

깨진 유리창의 법칙: 피해자의 시점

** 그 놈의 범행 블랙박스 영상

시간 : 2022.5.1 일요일 밤 11:20경

성별 : 남성 추정

키: 주변 차량 높이와 비교해보았을 때 작지도 크지도 않음. 170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나이: 젊은 편으로 생각되나 어두워서 명확하지 않음

인상착의 : 턱 마스크, 와이셔츠에 겉옷, 긴바지

행동 양식:

1) 담배를 피면서 차로 다가옴

2) 담배를 피면서 앞으로 걸어가다가, 힐끗 내 차를 보고 망설임 없이 차 뒤쪽으로 이동함.

 내 생각에는 힐끗 보면서 바로 내 차를 인지하고 있음, 즉 1, 2차 테러와 5/1 3차 테러는 동일인이라고 생각됨

3) 차 뒤로 가서 서서 담배를 피면서, 시선은 앞을 계속 봄

 주위에 누가 있는지 의식하고 있는 듯

4) 주머니에서 칼이나 송곳같은 것을 꺼내서 수차례 뒷타이어 1개를 찢어버림

5) 다시 차 앞으로 이동하여 좌우를 둘어본 후 유유히 사라짐

이 모든 범행에 걸린 시간은 1분 내외이다. 타이어를 찢는 순간은 5초도 되지 않는 것 같다. 

능숙하고, 계획적이고 고의적이다.


 아파트 내부인일까? 외부인일까?

 어쨌든 이제부터는 경찰서 형사가 수사를 할 것이고, 나와 가족은 여전히 4차 테러 예방과 증거 수집을 해야한다.


 왜 이런 범행을 할까?

 이 영상을 본 후 내 추리는 다음과 같다.

 범인은 눈치를 본다. 나같은 성격은 화가 나거나, 누구를 해하고자 하면 눈치를 보지 않는다. 즉, 나같은 경우는 만약 마음을 먹고 화를 내면 직접 찾아가서 바로 칼로 찢거나, 차 유리창을 부시거나, 내부 귀중품을 훔친다거나, 망치로 차 전체를 때려 부순다던가, 아무튼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것이다.

 그리고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다. 나의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너를 망가뜨리겠다, 해를 가하겠다.

 그런데 이 범인은 담배를 피면서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지 확인한다.

 즉, 주변에 사람이 많거나 밝은 낮이었다면, 그리고 자기가 노출될 것 같으면 범행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범인은 고의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하였다.

 우선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내 차를 인지했다는 것은, 1,2차 테러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1, 2차 테러는 증거가 없어서 미궁에 빠진다. 아무튼 나는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머니에 칼, 송곳을 휴대하고 다닌다. 일반적으로 소수의 조선족이나 진짜 살인마가 아니고서는 상시 흉기를 휴대하고 다니지 않는다.


 흉기 소지의 처벌은 다음과 같다.

경범죄 처벌법

[시행 2017. 10. 24.] [법률 제14908호, 2017. 10. 24., 일부개정]

제2장 경범죄의 종류와 처벌

 제3조(경범죄의 종류)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한다. <개정 2014. 11. 19., 2017. 7. 26., 2017. 10. 24.>

1. (빈집 등에의 침입) 다른 사람이 살지 아니하고 관리하지 아니하는 집 또는 그 울타리ㆍ건조물(建造物)ㆍ배ㆍ자동차 안에 정당한 이유 없이 들어간 사람

2. (흉기의 은닉휴대) 칼ㆍ쇠몽둥이ㆍ쇠톱 등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치거나 집이나 그 밖의 건조물에 침입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는 연장이나 기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숨겨서 지니고 다니는 사람

3. (폭행 등 예비) 다른 사람의 신체에 위해를 끼칠 것을 공모(共謀)하여 예비행위를 한 사람이 있는 경우 그 공모를 한 사람


 이 사람은 범행 목적으로 집이든 직장이든 사전에, 흉기를 주머니에 넣고 담배를 피는척 위장하면서 범행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왜 와이셔츠를 입고 있을까?

 와이셔츠와 긴 바지를 보고, 난 아파트 거주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요일 밤에 와이셔츠를 입고 집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핀다고?

 내 생각은 지난 번에 의심했던 관리사무소 젊은 직원이나, 편의점 알바 학생, 혹은 이 지역 야간에 직장을 두고 있는 외부인 등이 퇴근길에 심심해서 차 타이어를 펑크내고 가는 게 아니냐 그런 의심을 했다.

 그런데 와이셔츠는 학생의 복장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주중에 지방에서 일하는 노동자인데, 주말에 집에 와서 쉬다가 주말 밤에 다시 운전해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 그런 lifestyle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와이셔츠다. 츄리닝이 아니다.


 블랙박스 촬영 중임을 알리는 전면 불빛을 두려워하는가?

 이 영상이 찍혔다는 것 자체가, 4 channel blackbox가 주차중 촬영되고 있다는 차량 전면부 불빛 깜박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통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 불빛을 보고 범행을 중단하거나 블랙박스 불빛이 꺼진 것을 확인한 후에 범행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그런데 이 범인은 불빛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 사람은 1,2,3차 테러의 동일인인데 1,2차 테러로 수사된 적이 없고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아무런 일이 없을 거라고 가정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아내가 새 블랙박스로 교체했기 때문에 3차 테러의 경우 더 고화질로 옆면까지 범행 장면이 촬영된 것이다.

 그리고 범인이 앞 타이어가 아니라 뒷타이어를 펑크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후방 블랙박스에선 사각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어차피 들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놓고 범행한 것 같다.

 즉, 범인은 주변 사람은 의식하지만 차량 블랙박스는 겁내지 않았던 것이고 그 이유는 일반적인 전후방 블랙박스의 사각지대, 뒷타이어라는 공간적 위치, 1,2차 테러 성공 경험으로 별 문제 없을 것이라 낙관한 것 같다.


 뒷 타이어 찢은 이유?

 전술했지만 나같은 다혈질같은 사람은 피해 자체를 주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앞타이어, 뒷타이어를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뒷타이어보다 앞타이어를 대놓고 공격할 것이다.

 너를 이만큼 증오한다, 내가 이만큼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줘야하기 때문이다. 

 나의 분노를.

 뒷타이어 펑크는 바로 발각되지 않는다. 운전자가 아침에 운전할 때도 타이어를 항상 다 체크하고 타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운전하다가 차량에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뜨면 그제서야 인지를 하게 되고, 이미 운전을 했기 때문에 애초에 누가 타이어를 찢어서 생긴 일인지, 못에 찔린 것인지, 1km 정도 운전하는 사이에 길에 notch가 있어서 타이어가 찢어졌는지 특정할 수가 없다.

 이를 노린 것이다. 그러니까, 범인은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다.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 사람이다. 

 즉, 계획적으로 자신이 노출되지 않게 피해만 주려고 하는 사람이다. 즉, 잡히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다.


 추가 범행 가능성

 분명히 4차 범행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패턴이 생겼고, 단기간에 3번 테러가 일어났고, 용의자는 아직 자기가 수사선상에 있다는 것을 모른다.

 추가 범행은 언제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나?

 - 밤 11시경

 - 일요일 전후의 주말,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정도 


추가 범행 예방

 - 담배피는 사람 전수 조사

 - 차에 근접할 때, 비키라고 막지말고 오히려 4차 범행을 하도록 유도해야한다. 즉, 차를 주차할 때 나무 밑 등 으슥한 곳에 해야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더 테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그래야 손쉽게 블랙박스로 범행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


범인 본인이 이득보는 것이 무엇인가?

 이 사람은 차 내부의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 그리고 짧은 순간에 타이어만 찢고 떠나갔다.

 이 사람은 다음날 차주가 겪게될 낭패감을 즐기는 것 같다. 20만원의 새 타이어값 피해를 주는 것도 있겠지만, 낭패감이 더 큰 것 같다. 

 왜냐하면 평일에 범행하지 않고, 일요일 밤에 범행하여 다음날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타이어가 터진 것을 발견하여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순진한 사람이다. 그 뿐이다. 

 상대가 괴로워함에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 영상만 보면 그렇다.


카시트 인지하나?

 우리 차에는 뒷좌석에 카시트가 있다. 만약 이 사람이 3번 모두 테러를 한 동일인이라면, 그리고 우리차를 평소에 인지하고 있다면 카시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왜 카시트가 있는 차를 공격했을까? 

 우리 애들이 어려서 우는 소리가 짜증나서 우리 차를 목표로 정했을까? 

 아니면 카시트, 블랙박스 촬영 불빛은 의식하지 않고 뒷타이어만 보고 공격하는 성향의 사람인가?

 치밀하지 못한 사람인가?


국산차라서 마음놓고 하는 것인가?

 길거리에서 운전을 할 때도, 일반적으로 외제차는 고가이기 때문에 외제차가 깜박이 키지 않고 차선 변경을 하더라도 일부러 피하고 이런 경우도 많다. 내 차가 국산차라서 마음놓고 공격한 것일까? 아니면 나와의 주차 분쟁이나 원인이 될만한 사건이 있었던 것일까?

 알 수 없다.


 사람 찌를 것인가?

 차 타이어 펑크내는 것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추후 차주에게 상해를 입힐 정도로 범행이 커질 것인가?

 이 영상만 보고 판단할 때는, 이 범인은 사람 찌를만한 위인은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분노가 극에 달하면  내 이성의 통제가 안되어 사람을 찌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조심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타이어 펑크낼 때 분노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그 뿐이다.

 행동에 분노가 담겨있지 않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식사 시간에도 게걸스럽게 먹지 않는다. 깔끔하게 자기 먹을 것만 맛난 것만 살짝 먹고 자리를 떠나면 그 뿐이다. 그 자체로 만족스럽다.

 목표가 크지 않다. 다만 반복적이다. 집요하다. 이 반복성, 풀리지 않는 분노 혹은 범죄에의 중독으로 인해 사건이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은 있다. 그 경향성을 파악해야한다.

 강도, 빈도, 기간...

 행동주의 이론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다.


** 행동주의 이론의 기본 가정

- 인간행동은 환경적 자극에 의해 동기화되며, 그것에 따르는 강화에 의해 행동 빈도와 강도가 결정된다.

- 인간은 자신행동을 통제 할 힘이 없다.

- 외적강화가 없이는 어떤 행동의 학습이나 수정도 이뤄질 수 없다.


 패턴을 분석해야 한다. 범인을 분석해야 한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 인간 cctv : 사람들의 눈

2022.5.1 일요일 밤 11시 3차 테러

2022.5.2 월요일 아침 3차 테러 인지, 경찰 신고, 새 타이어 교체, 밤새 퇴근해서 범행 영상 분석

2022.5.3 화요일

 경찰서 형사과에서 문자가 왔다.

 2022.5.3 화요일 저녁 7시까지 형사과로 와서 피해자 조사를 한다고 한다.

 자료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3차례 테러에 대한 모든 것들, 경찰 형사분들이 IT, 컴퓨터, 영상 분석에는 능숙하지 않을 수 있으니 범행 영상 편집까지 다 해놓았다. 인터넷 upload를 하면 시간이 걸리니 외장 하드에 이 모든 자료를 담았다.

 형사님은 딱 봐도 풍채가 장대하고, 진짜 강력계 형사같은 느낌이다. 격투기 운동 선수 느낌.

 대신 말투는 생각보다 거칠진 않았다.

 통상적인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아파트에서 일어난 몇 건의 사고를 이미 조사한 적이 있으셔서 관리사무소 cctv 담당자도 이미 알고 계셨다. 증거는 영상 자료밖에 없으니 우선 아파트 내부, 외부의 cctv, 엘레베이터 내부 cctv 등을 다 확인하겠다고 말씀해주셨다.

 형사과에 막상 들어가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케이스는 강력범죄도 아닌데, 형사님들의 시간을 빼앗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경찰의 도움 없이 나 스스로 수사할 권한도 없고, 다만 다른 급한 사건들에 내 사건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만 있었다.

 "따르르릉~"

 형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보통의 공공 기관이 그렇듯이, 개인 연락처로 전화주신 것이 아니라 02-로 시작하는 경찰서 번호로 전화를 주셨다.

 그래서 궁금한 것이 있어서 이 번호로 다시 전화하면 30분은 기다려야한다. 국세청, 동사무소 등등 공공기관 관련 전화를 많이 해봐서 알지만, 뭐 이 system은 어쩔 수 없다. 내가 특혜를 받아야 하는 사람도 아니고.

 관리사무소와 연락이 됐고, 이번주 금요일 2022.5.6에 관리사무소 방문해서 cctv 확인하시겠다고 했다.

 오늘은 2022.5.4일 수요일이라 며칠 차이가 있고, 내 생각엔 분명히 5월 7일 토요일, 5월 8일 일요일 밤 이틀동안 4차 테러가 있을 것 같은데.. 그 안에 cctv 영상 분석이 끝나야할텐데.. 싶었지만, 내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리사무소의 사정도 있고 경찰서 형사과에서 중요한 다른 강력범죄 수사도 있을 것이고, 내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따르르릉~"

 2022.5.6 금요일에 형사님이 다시 전화를 주셨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출근하지 않아서, 다음주 월요일 2022.5.9일에 관리사무소 가서 cctv 영상 분석을 하시겠다고 했다.

 내 권한이 아니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넵, 알겠습니다~~".

 이번주 화, 수, 목, 금.... 잠을 못자서 너무너무 피곤하다.

 매일밤 30분 차량 공회전을 하고, 밤새 블랙박스 돌려놓고.. 체력이 되는 날은 아파트 고층에서 주차장을 1시간동안 영상 촬영하고, 새벽에 깨서 블랙박스 sd카드 집으로 가져와서 pc에 백업하고 타이어 펑크나지 않았나 확인하고...

 피곤했다.

 주차장에 cctv가 있으면 좋으련만, 재건축 아파트, 노후 아파트라서 관리사무소에 민원 넣는다고 당장 바로 설치가 될 것 같지도 않다.

 예전에 cctv 관련 자료를 공부해 본 적이 있는데, cctv 설치를 하기 위해서 각 입주민 등의 동의를 받아야하고, 입주자대표가 어쩌고~ 절차가 매우매우 복잡했다. 

 지금은 당장의 4차 범죄 예방이 중요했기 때문에 cctv 추가 설치는 언감생심이다.

 그렇다면 cctv 설치가 불가능하다면, 차량 블랙박스를 많이 달면 어떨까? 이것도 쉽지 않다.

 우선 기본적으로 내 차량은 1대밖에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 차량에 최신형 4 channel blackbox가 달려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는 50만원이 들었고, 번거롭게도 sd 카드 용량도 128기가, 256 기가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기껐해야 하룻밤정도만 녹화되고 다음날 녹화하려면 다시 30분정도 엔진 공회전을 해야하고, 집 pc에 백업도 해야하고...

 무엇보다 우리 아파트는 노후 단지라 할아버지, 할머니 등 나이드신 분들이 많아 블랙박스를 상시 켜고 녹화하는 차량 자체가 적다.

 경비 아저씨에게 범행에 대해서 말을 하긴 했지만, 범인을 제지했다가 경비 아저씨에게 해꼬지할 수도 있고, 어떤 대책이든 문제가 있었다.

 같은 아파트에 학교 친구, 선후배 둘이 있는데 우선 이 친구들 차에 블랙박스 녹화를 상시 하고 있는지, 용량은 어느정도인지, 최신식 블랙박스인지를 물었보았다.

 며칠 친구 블랙박스를 보았는데, 그 친구도 회사일, 자기 스케쥴이 있어서 내 맘대로 해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주차한 내 차 근처로 잠복해서 cctv를 설치해볼까?

 지인 중에 cctv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사업하는 형이 있어서, 야간의 cctv 녹화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비싼 것은 500만원도 하고, 싼 것도 50만원은 넘었다. 이 형 말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기본적으로 야간에 밝지 않아서, 영상을 찍어도 범인을 특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말을 들었다.

 유튜브 셀럽으로 있는 고교 후배에게도 자문을 구해봤는데, 후배는 캠코더가 50만원정도 하는데 핸드폰처럼 배터리 문제도 크지 않으니, 캠코더를 사서 주차된 내 차 주위에 비닐로 덮어서 촬영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아무래도 영상기기는 이 후배가 잘 알고 있을테니, 현실적으로는 이게 최선으로 보여서 주차된 차량 주변에 캠코더를 설치할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이런 저런 시도를 했는데, 결론적으로 차량 바로 옆 캠코더는 현실성이 없다.

 차량 바로 옆 캠코더는 바로 옆 차의 블랙박스랑 동일하고, 범인의 전체적인 동선을 찍을 수가 없다.

 결국 아파트 맨 위 고층에서 범인의 100~1000m 정도의 동선을 파악하고, 그 중에 내 차에 접근하고 범행을 하고(범행 장면은 블랙박스로 찍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어야 범인이 외부인일 경우 잡을 수가 있다.

 이 동네는 노후 단지라 아파트 외부 cctv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범인을 특정하더라도 교통카드 대중교통 사용, 핸드폰 위치 추적 등 추가적인 단서를 찾아봐야하는데, 살인을 한 현행범도 아니고 특수재물손괴에 이정도 경찰 수사력을 투입할 수는 없다.

 아파트 맨 위에 cctv를 설치하려면 입주민의 동의를 받아야하고, 설치 주체도 개인이 아닌 관리사무소가 되어야하고, 설사 동의를 받지 않고 내가 개인적으로 아파트 고층에서 주차장 전체를 찍고 있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것이고 불법 촬영으로 신고당할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그냥 계속 당하고 있어야하나?


 내가 잠복해서 잡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경찰 수사관님도 그것은 자기들이 할테니 피하라고 했다. 내가 다칠 수 있다. 상대는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

 최근에 코로나 전에 아파트 단지 테니스 클럽에 가입했다. 어느 아파트 단지 테니스 클럽이나, 나이드신 분들이 많고, 젊은 사람이 많지 않고.. 그래서 젊었을 때 나는 아파트 단지 테니스 클럽에 가입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외부 코트에서 친구들과 운동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고, 육아를 하게 되면서 집 밖의 외부 코트로 운동하러 나가는 것이 눈치 보이고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3년전 코로나 터지기 전에 아파트 테니스 클럽에 가입했다.

 아파트 테니스 클럽의 장점은 평균적으로 나이가 많으시지만, 구력이 오래되서 게임도 잘 하시고 사실 발은 느려도 무시하지 못할 전술 패턴을 가지고 있어서 공략하기가 쉽진 않다는 게 장점이다. 즉, 언제 코트를 가도 누구와 게임을 해도 재밌는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막상 클럽에 가입해서 열심히 치다보니 동년배들도 한 10명정도 있었는데, 난 성격대로 격렬하게 과격하게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서 단식도 치고 친하게 지내고 교류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 분들에게 부탁해볼까?

 갑자기 아이디어가 생겼다.

 10명을 카톡 단톡방으로 초대했다.

 인간 cctv로 잡아보자............. 

 테니스 코트에서 단식 게임도 하고 친하게 지냈지만, 각각 몇 동에 살고 몇 호에 사는지는 모른다. 어찌됐든 대단지 아파트이므로 여기저기 살 것이고, 직접 대면해서 테니스 라켓으로 때려잡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내 일인데 다른 사람이 다치면 안되니까 그렇게는 할 수가 없고.. 

 내 아이디어는, 우선 위험하지 않게 내가 아닌 임의의 사람이 밤 10~12시경 우리 아파트 주차장 내 차 근처 멀리서 어슬렁거리고 있고, 블랙박스 영상에 나온 범인과 유사한 사람이 접근하면 카톡방에 올리거나 영상을 찍거나 전화를 하거나 112에 신고를 하거나해서 공동의 감시망을 만든 후, 이 사람이 범행 후 이동하면 

 "709동으로 가고 있어요~"

 "710동 사시는 분, 17층이나 1층에 나와서 동선 좀 봐주세요"

 "편의점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112에도 신고합시다~"

 "저 사람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113번 버스 탔어요~" (버스에는 cctv가 있다)

 하면서 계속 tracking을 직접 눈으로 보고, 따라다니면서 동영상도 촬영하고 하면, 모든 동선을 tracking할 수 있고 이 모두를 112 신고한 경찰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면 내부인은 물론이고 외부인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특정할 수 있는 시간이 토요일 밤 10시 이후, 일요일 밤 10시 이후이기 때문에 사실 시간도 그렇게 길지는 않다. 다만 바로 못 잡으면 매주 이런 도움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카톡방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계획을 세우니, 위안이 되었다.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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