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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Apr 08. 2022

드디어 남편이 돌아왔다

아이들에게만 엄마의 잔소리가 필요한 게 아니구나!


  지난 화요일, 남편은 본사에서 하는 교육을 받기 위해 2박 3일 동안 지방에 내려갔다.

  남편이 하는 일은 추위가 물러가는 봄이 되면 서서히 바빠져서 여름이 오면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지고 바람이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슬슬 한가해지기 때문에 매년 이맘때 교육을 한 번 듣고, 가을에 한 번 더 교육을 듣는다.   

  이대로, 이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면(아니 서서히 후퇴하려면) 굳이 교육을 듣지 않아도 되겠지만 새로운 정보나 지식들도 배우고 같은 직종의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친분도 중요하기 때문에 매년 시간을 내서 다녀온다. 그리고 나라에서 진행하는 일에 입찰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아 놓는 게 좋다고 한다.

  남편이 이 일에 종사한지도 10년이 훌쩍 넘어 나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이런 패턴들이 많이 익숙하다.

  



  예전에는 남편이 며칠 동안 출장을 가거나 교육을 받으러 지방에 내려가면 남편이 없는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고 어두운 밤이 무서웠으며 어린아이들을 혼자 케어하는 게 꽤나 버겁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제는 교육을 떠나는 남편을 자연스레 보내주고 잦은 연락이 귀찮게 느껴지고 남편이 없는 빈자리가 왠지 나를 자유롭게 해줬다.

  그야말로 남편이 없으니 아이들만 케어하면 되는 게 아닌가? 아니, 아이들에게만 잔소리를 하면 되는 게 아닌가?

 



  잔소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고 그 사람에 대한 관찰에 의한 결과이며 꽤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게 되면서 어느 날부터인가 말하는 자체가 너무 피곤하게 느껴져서 잔소리를 멈춰버렸다.

  숙제를 안 하는 아이들을 눈을 딱 감고 내버려 두고 아이들의 어질러진 방을 조용히 치우고 잔소리도 멈추고 말을 안 했더니 웬걸!!! 더 안 한다... 세상에!

  아! 잔소리하려고 엄마가 된 건 아닌데 말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남편을 바라보며 남편이 매번 뱀의 허물처럼 벗어놓은 옷들을 정리하지만 한숨이 푹푹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이들에게만 엄마의 잔소리가 필요한 게 아니구나!




  신경 써야 할 사람 한 명만큼 나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었던 2박 3일이 금세 지나가 버리고 어젯밤 드디어 남편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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