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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Jul 13. 2022

언젠가 마주하게 될 노년에 대한 두려움

  최근 학부모리더교육 6기 독서길잡이에서 동화 작가 유은실 작가님과의 수업이 예정되어 있어서 작가님을 만나기 전에 작가님의 책을 다섯 권 정도 미리 읽었다.

  "만국기 소년"부터 "마지막 이벤트"까지 불혹이 넘어 인생에 대해 많은 일들을 겪어봤다고 생각하는 나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만국기 소년"을 읽으며 찜찜했던 기분이 "마지막 이벤트"를 읽으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되어 흘렀다.

  다행히 어제 줌으로 처음 만난 유은실 작가님은 너무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분이셨다.

  그러나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며 어루만지는 작가가 되기 위해 살아온 환경과 현재의 어려움이 자양분이 되어야 하는 건지 어릴 때 작가님의 삶과 지금 현재의 신체적 아픔까지 더해져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다.




  단편동화집 "만국기 소년"에는 평범한 시대를 살아가는 나를 돌아보게 만들 만큼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어린아이들이 있다.

  "마지막 이벤트는 누구나 거스를 수 없는 삶과 죽음, 가장 사랑하는 할아버지와의 이별과 가족들 간의 엇갈린 입장을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어제 작가님은 당신의 글이 대체로 어두운 것은 문학은 세상의 그림자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신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슬픔과 어두움과 모호함 속에 머무는 힘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밝은 아이들이 나와서 문제들이 해결되는 동화들을 읽어오다가, 최근에는 성장과 도전에 관한 자기 계발서만 읽어오다가 유은실 작가님의 책을 접한 일주일은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마주하듯 마음이 아프다.  




  지금까지는 사실 수명이 길어진 노년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다.

  최근에 디지털 두뇌 강사양성프로그램에서 8시간의 치매 관련 수업을 들으며 내 삶에도 가까워진 치매라는 질병에 대해 깊은 두려움을 느꼈다.  

  블로그 이웃이신 인생초보김선생님이 요양보호사를 하시며 수시로 올려주시는 "나의 어르신"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아픈 어르신도, 간병하는 가족들의 입장에서도 건강하지 않은 노년이 모두에게 축복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유은실 작가님의 단편동화 "마지막 이벤트"를 읽으며 젊은 날의 잘못을 후회하는 할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며 끝끝내 용서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자녀들, 마지막 임종의 시간을 함께 했던 손자의 마음이 가슴에 박혀서 아려왔다.




  막연히 생각했던 노년이 현실이 되고 있다. 가깝게는 시부모님과 친정엄마, 그리고 우리 부부의 노년도 그리 멀지 않았다.

  신문을 보면  갚는 중년을 지나 가난한 노년에 관한 기사와 독거노인, 고독사, 노인 우울증에 관한 기사들이 많이 나온다.

  우리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의 건강과 열정이 언제나 영원할 거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목적지를 향해 앞만 보며 걸어왔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마무리하지 못했던 과거의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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